양자역학과 뇌과학으로 풀어본 「우주와 인간과 자아」 (민채하비 저 / 보민출판사 펴냄)
이 책은 종교, 철학,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뇌과학의 알려진 지식들을 토대로 ‘나’가 출현하게 된 배경과 ‘나’를 닮은 인공지능(AI)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우주의 근원에서 시작하여 물질 → 생명체 → 뇌 신경망 → 파동적 자아 → 인공지능 → 인간의 삶으로 이어지는 인과적인 과정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포괄적이고 통섭적이며 가설적이다. 제1편 개요는 인류의 현자인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에서 시작하여 그동안 선각자들이 세상과 인간에 대해 어떻게 말해왔는지 소개하고 있다. 제2, 3, 4편은 이 책의 본문에 해당된다. 제2편 우주의 두 얼굴은 ‘에너지로 작동되는 세상’과 ‘정보로 주어진 세상’을 말한다. 현대 과학은 우주의 시작을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하나는 근원 에너지의 빅뱅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근원 대칭성의 붕괴현상이다. 양자역학은 근원 대칭성이 붕괴됨으로써 우주에 질량과 같은 다양한 성질들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제4편은 파동적인 자아의 출현과 존재방식을 다루고 있다. 파동적인 자아는 뇌 신경망의 물리적인 전기신호, 생물학적인 정보신호, 저장되고 소환되는 정보신호로 구성되고 정보신호들의 순환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파동적인 자아는 논리와 수학이라는 추상의 형식을 통해 인공지능과 접점을 갖는다. 제5편은 파동적 자아가 추구하는 행복의 본질과 자아실현의 문제를 살펴봄으로써 인공지능과 대비되도록 하였다. 이 책으로 독자들의 직관적인 느낌을 신념화함으로써 삶의 방식을 바꾸는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
<저자소개>
저자 민채하비
•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행정고시 합격(1984)
• 국가공무원 1급으로 정년퇴직
정년퇴직 후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석사, 신학박사 과정을 이수하면서 종교, 철학, 생물학, 심리학, 뇌과학, 물리학에 관한 서적을 탐독하였으며, 특히 인문학과 전자기학의 상동성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폴리텍대학에서 전기, 용접, 조경 기능을 익혔고, 숭실대학교 전기공학과에 편입하여 전기산업기사,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현재는 지인의 태양광 사업을 돕고 있다.
<이 책 본문 중에서>
“우주 → 인간 → 자아는 인과적인 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우주의 존재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나’를 알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 과학은 스스로 존재하는 우주와 관찰되는 우주를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우주가 에너지적인 현상인 동시에 인간에게 정보의 대상으로 주어짐을 의미한다.”
“인류는 일찍이 인간이 신체와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직관적으로 통찰해냈다. 신체와 정신의 구분은 플라톤 철학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졌고, 그리스도교 신학에 스며들어 오랫동안 서양인들의 사고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인간의 내적 본성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우주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지위를 ‘생명체’와 ‘관찰자’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은 마치 ‘에너지의 세상’과 ‘정보의 세상’에 속하는 이중 국적자처럼 보인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우주가 경험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사유의 대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을 직관해왔다. 에너지로 존재하는 세상은 생물학적 인간 → 경험적 자아로 이어져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사유의 세상은 정보 → 기호적 인간 → 파동적 자아로 이어져 정신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류는 우주를 거울 삼아 진보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이지만 우주를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성찰함으로써 지혜와 희망을 얻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거울은 불완전한 인간이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앞두고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과 자아실현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추천사>
오늘날 우주 빅뱅에서 인류 문명사에 이르는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한 빅히스토리(Big History, 대역사) 관련 서적들이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효율적인 독서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고, 시대가 융합적인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상과 자신의 근원에 관한 사람들의 호기심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빅히스토리 유형의 책들이 갖고 있는 약점은 인류 지성사의 배경이 되어온 종교와 철학에 관한 언급이 없고 정작 세상을 바라보는 ‘나’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종교와 철학의 관점을 빅히스토리와 접목하였고, 인류 문명사가 아닌 자아를 빅히스토리의 종착지로 삼았으며, 사람들의 관심사인 행복과 자아실현의 문제로 마무리하였다는 점에서 빅히스토리의 변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종교, 철학,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뇌과학, 행복론을 관통하는 맥락을 다루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인 근원에서 비롯되었다면 모든 것의 배후에 근원적인 존재방식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믿음이 엿보인다. 이러한 저자의 시도가 얼핏 보기에 무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검증된 지식과 저서들을 폭넓게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책을 읽는 동안 알게 모르게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근원적인 현상들과 개념들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종합 교양서라고 규정해도 좋을 것 같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지성적인 체력을 다지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 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 좇겨 독서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중장년층은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효율적으로 정리해보면서 인문학과 과학을 관통하는 맥락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년층들은 이 책을 통해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인 삶과 죽음, 행복과 자아실현의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숙고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우주와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나의 삶에 무슨 의미를 갖는지 돌아보도록 안내하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세상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현대 문명의 중심에 있는 과학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종교와 과학, 우주와 인간, 신체와 정신에 대한 보다 대담하고 새로운 이해를 통해 독자들의 지적인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책 속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고뇌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저자의 열망이 엿보인다.
(민채하비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404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