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미(當局者迷)
담당하는 사람이 더 모른다는 뜻으로, 실제 그 일을 맡아 보는 사람이 오히려 실정에 어둡다는 말이다.
當 : 마땅 당(田/8)
局 : 판 국(尸/4)
者 : 놈 자(耂/5)
迷 : 미혹할 미(辶/6)
요즘이야 형광등 아래가 더 밝겠지만 옛날 등잔은 받침대가 있어 그 그림자로 깜깜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도리어 대상에 대하여 잘 알기 어렵다는 비유로 ‘등잔 밑이 어둡다’란 속담이 생겼다.
‘두메 앉은 이방이 조정 일 더 잘 안다’거나 ‘도회 소식 들으려면 시골로 가라’란 말도 있다. 또 바둑이나 장기 따위를 둘 때에 구경하던 사람이 더 고수인 당사자보다 수가 잘 보여 訓手(훈수)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최고를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옆에서 보면 빈틈이 있다는 성어로 當局者迷를 쓴다.
唐(당)나라 때의 元澹(원담)은 자가 行沖(행충)인데 일찍이 魏典(위전) 30편을 지어 큰 영향을 끼친 유명한 학자다.
玄宗(현종)도 그의 학문을 아끼고 재능을 평가하여 어느 때 ‘禮記(예기)’를 유가의 경전으로 삼기위해 원담에게 상세한 교열과 주석을 가하도록 명을 내렸다.
임금의 뜻을 받은 원담은 국자감 박사들과 작업에 매달려 모두 15편으로 엮고 주석을 했다.
이것을 읽은 현종은 만족하며 반포하기 전 우승상 張說(장열, 說은 말씀 설이지만 달랠 세, 기뻐할 열도 됨)에게 의견을 구했다.
정리한 책을 읽어 본 장열은 예기는 오랜 기간 검증을 받은 판본이 있는데 새 주석본으로 대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상주했다.
현종이 이 의견을 따르자 헛고생을 하게 된 원담이 주인과 손님의 대화체로 쓴 다른 글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현종 황제와 장열은 모두 당사자들로서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둑을 둘 때 두는 사람은 잘 모르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은 더 잘 아는 것과 같은 것이다(當局者迷, 旁觀見審/ 당국자미 방관견심).’
이 이야기는 新唐書(신당서) 원행충전에 나온다.
▶ 當(당할 당)은 ❶형성문자로 当(당)과 통자(通字), 当(당)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밭전(田; 밭)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尙(상, 당)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尙(상, 당)은 높은 창문에서 연기가 나가는 모양에서 위, 위에 더하다, 충당하다란 뜻을 나타낸다. 田(전)은 논밭의 뜻으로, 當(당)은 이 밭과 저 밭이 서로 포개어 맞추듯이 꼭 들어 맞는 일의 뜻으로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當자는 ‘마땅하다’나 ‘균형 잡히다’, ‘맡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當자는 尙(오히려 상)자와 田(밭 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尙자는 지붕 위로 무언가가 올라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當자는 본래 밭과 밭은 ‘대등하다’라는 뜻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한(後漢) 시대 학자 허신(許愼)이 쓴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보면 當자에 쓰인 尙자는 ‘상→당’으로의 발음요소일 뿐이고 田자는 밭은 서로 ‘대등하다’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언뜻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當자에 19개의 서로 다른 뜻이 있는 것을 보면 초기에는 ‘균형 잡히다’나 ‘대등하다’를 뜻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후에 다양한 의미가 덧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當(당)은 (1)명사 앞에 붙어서 그 바로 그 이 지금의 등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어 (2)어떠한 말 뒤에 붙어서 앞에 마다 등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어 (3)그 당시의 나이를 나타내는 접두어 등의 뜻으로 ①마땅 ②밑바탕, 바닥 ③저당(抵當) ④갚음, 보수(報酬) ⑤갑자기 ⑥이, 그 ⑦마땅하다 ⑧임무, 책임을 맡다 ⑨당하다, 대하다 ⑩주관하다, 주장하다 ⑪필적하다, 짝하다 ⑫균형되다, 어울리다 ⑬때를 만나다, 당면하다 ⑭저당하다 ⑮막다, 지키다, 방어하다 ⑯비기다, 비교하다⑰벌주다, 단죄하다 ⑱마주 보다 ⑲곧 ~하려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땅 의(宜), 마땅 해(該)이다. 용례로는 그 사건에 직접 관여함을 당사(當事), 그 시대의 세상을 당세(當世), 어떤 일을 만난 그때 그 자리를 당하(當下), 어떤 곳의 꼭 가운데가 되는 곳을 당중(當中), 바로 그 시각을 당각(當刻), 당면한 이제를 당금(當今), 사람의 한 평생살이를 당대(當代), 어떤 한 곳이나 일에 닿아서 이름을 당도(當到), 말로써 어찌하라고 단단히 부탁함을 당부(當付), 일이 생긴 처음을 당초(當初), 지금 바로 이 자리를 당장(當場), 일이 생긴 그때를 당시(當時), 일이 생겼던 바로 그 날을 당일(當日), 무슨 일을 당하여 정신이 헷갈려서 처치할 바를 몰라 어리둥절함을 당혹(當惑), 도리 상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당연(當然), 당선과 낙선을 당락(當落), 이 세상에서는 어깨를 겨눌 사람이 없음을 당금무배(當今無輩), 부모를 명당에 장사하여 그 아들이 곧 부귀를 누리게 됨을 이르는 말을 당대발복(當代發福), 앞으로 마땅히 닥쳐 올 일을 당래지사(當來之事), 상례에 따르지 아니하고 특별히 논하여야 마땅하다는 당이별론(當以別論) 등에 쓰인다.
▶ 局(판 국)은 회의문자로 尺(척; 자, 바르다)과 口(구; 입)의 합자(合字)이다. 자(尺)로 잰 듯이 정확한 말(口)을 법도에 따라 한다는 데서 관청을 뜻한다. 구획(區劃)을 한정하다 따위의 뜻이 나오고, 전(轉)하여 구획(區劃), 방, 장기나 바둑판 따위의 뜻으로 되었다. 그래서 局(국)은 (1)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쓰이어 일정한 사무(事務)를 맡아보는 기관(機關), 또는 부서를 나타내는 말 (2)풍수(風水) 지리(地理)에서 말하는 혈(穴)과 사(砂)가 합(合)하여 이룬 자리 (3)관청(官廳), 회사(會社)의 사무(事務)를 분담하며 처리하는 행정(行政) 기관이나 법인(法人)에서의 내부(內部) 부서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판(장기, 바둑) ②마을, 관청(官廳) ③방, 구분(區分), 구획(區劃) ④재간(才幹), 재능(才能) ⑤당면(當面)한 사태(事態) ⑥모임, 회합(會合) ⑦도량(度量) ⑧사물(事物)의 끝 ⑨웃는 모양 ⑩굽다, 굽히다, 웅크리다 ⑪(실, 노끈 등이)말리다 ⑫좀스럽다, 좀스럽게 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이 되어 나가는 상태 또는 그 장면을 국면(局面), 범위를 어느 한 부분에 한정함을 국한(局限), 한정된 일정한 지역을 국지(局地), 사물을 처리하고 사람을 포섭하는 도량을 국도(局度), 신체의 한정된 일부분을 국소(局所), 나라의 형편과 힘을 국세(局勢), 마지막에 다다른 판국을 종국(終局), 일의 끝장 혹은 일의 귀결되는 마당을 뜻함을 결국(結局), 어떤 일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음을 당국(當局), 판국이 결딴남 또는 판국을 파국(破局), 일이 벌어진 사태의 형편이나 국면을 판국(板局), 어떤 일이 벌어진 그때의 형편이나 판국을 형국(形局), 어려운 고비로 극난한 시국을 난국(難局), 당면한 국내 밑 국제적 정세를 시국(時局), 본사나 본국에서 갈라져 나가 그 사무를 맡아보는 곳을 지국(支局), 우체국이나 방송국 따위를 처음으로 엶을 개국(開局), 어떤 형편이나 시국에 당면하여 대함 또는 마주앉아 바둑이나 장기를 둠을 대국(對局), 바둑판이나 장기판 또는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에 그 승부에 대한 형편을 기국(棋局), 사람의 됨됨이와 쓸모 있는 바탕 또는 쓸모 있는 사람을 재국(材局), 일의 결말을 짓는 데 가장 가까운 원인이라는 말을 결국원인(結局原因), 담당하는 사람이 더 모른다는 뜻으로 실제 그 일을 맡아 보는 사람이 오히려 실정에 어둡다는 말을 당국자미(當局者迷) 등에 쓰인다.
▶ 者(놈 자)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者(자), 者(자)는 동자(同字)이다. 원래의 자형(字形)은 耂(로)와 白(백)의 합자(合字)이다. 나이 드신 어른(老)이 아랫 사람에게 낮추어 말한다(白)는 뜻을 합(合)하여 말하는 대상을 가리켜 사람, 놈을 뜻한다. 또는 불 위에 장작을 잔뜩 쌓고 태우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❷회의문자로 者자는 ‘놈’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者자는 耂(늙을 노)자와 白(흰 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者자는 耂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노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者자의 갑골문을 보면 이파리가 뻗은 나무줄기 아래로 口(입 구)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탕수수에서 떨어지는 달콤한 즙을 받아먹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탕수수’를 뜻했었다. 후에 者자는 ‘놈’과 같은 추상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더는 쓰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者(자)는 (1)어떤 명사(名詞) 아래에 붙여, 어느 방면의 일이나 지식에 능통하여 무엇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또는 무엇을 하는 사람임을 뜻하는 말 (2)사람을 가리켜 말할 때, 좀 얕잡아 이르는 말로서, 사람 또는 놈 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놈, 사람 ②것 ③곳, 장소(場所) ④허락하는 소리 ⑤여러, 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⑥이 ⑦~면(접속사) ⑧~와 같다 ⑨기재하다, 적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병을 앓는 사람을 환자(患者),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 글을 쓰거나 엮어 짜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기자(記者), 학문에 능통한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을 학자(學者), 책을 지은 사람을 저자(著者), 살림이 넉넉하고 재산이 많은 사람을 부자(富者), 힘이나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생물 또는 집단을 약자(弱者), 그 사업을 직접 경영하는 사람을 업자(業者), 달리는 사람을 주자(走者), 어떤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을 신자(信者), 어떤 일에 관계되는 사람을 관계자(關係者), 물자를 소비하는 사람을 소비자(消費者),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근로자(勤勞者), 해를 입은 사람을 피해자(被害者),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을 노동자(勞動者), 희생을 당한 사람을 희생자(犧牲者), 부부의 한 쪽에서 본 다른 쪽을 배우자(配偶者), 그 일에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을 당사자(當事者), 권리를 가진 자 특히 선거권을 가진 자를 유권자(有權者),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는 근묵자흑(近墨者黑), 붉은빛에 가까이 하면 반드시 붉게 된다는 근주자적(近朱者赤) 등에 쓰인다.
▶ 迷(미혹할 미)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米(미)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米(미)는 쌀, 자잘하고 알기 힘듬의 뜻이다. 그래서 迷(미)는 길을 잃다, 어떻게 하여야 좋을지 갈피를 못 잡음의 뜻으로 ①미혹(迷惑)하다, 헷갈리다 ②헤매다, 길을 잃다 ③유혹(誘惑)하다, 어지럽게 하다 ④흐릿하다 ⑤빠지다, 심취(心醉)하다 ⑥혼미(昏迷)하다 ⑦잃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미혹할 혹(惑)이다. 용례로는 마음이 흐려서 무엇에 홀림을 미혹(迷惑),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를 미아(迷兒), 어리석어서 그릇된 신앙을 잘못 믿음을 미신(迷信), 갈피를 잡을수 없는 길을 미로(迷路), 어지럽게 갈래가 져 섞갈리기 쉬운 길을 미도(迷途), 분명하지 못한 모양을 미리(迷離), 그 가운데 들어가면 손쉽게 나올 길을 찾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곳을 미궁(迷宮), 사리에 너무 어두운 생각이나 견해를 미견(迷見), 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맴을 미망(迷妄), 무엇에 홀린 듯 생각이나 정신이 똑똑하지 못하고 얼떨떨한 상태를 미몽(迷夢), 정신이 어지럽고 흐려서 무슨 일을 잘못함을 미실(迷失), 갈피를 잡지 못하고 비리에 집착함을 미집(迷執), 방향을 잡을 수 없을 만큼 깊은 안개라는 뜻으로 홀되거나 헤매는 마음에 비유하여 일컫는 말을 미무(迷霧), 못난 자식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아들이나 딸에 대한 겸칭을 미식(迷息), 남에게 대한 자기 아들의 낮춤말을 미돈(迷豚), 정신이 흐리고 멍하게 됨을 혼미(昏迷), 어리석은 사람을 깨우쳐 일깨워 줌을 유미(牖迷), 완강하여 사리에 어두움을 완미(頑迷),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길을 헤맨다는 뜻으로 해결될 때가 멀지 않다는 말 곧 본도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을 미도불원(迷道不遠),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을 일컫는 말을 미혼지인(迷魂之人), 길을 헤매는 나루의 훌륭한 배라는 뜻으로 삶에 가르침을 주는 책을 이르는 말을 미진보벌(迷津寶筏), 금종이에 정신이 미혹되고 취한다는 뜻으로 사치스런 생활을 비유하는 말을 금미지취(金迷紙醉), 비가 올 듯한 검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다는 뜻으로 위험한 일이나 중대 사건 따위 좋지 않은 일이 곧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정세를 이르는 말을 암운저미(暗雲低迷), 남녀 구별이 어렵거나 일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구분하기 힘든 경우를 이르는 말을 박삭미리(撲朔迷離), 완고하여 사물을 바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말을 완미고루(頑迷固陋)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