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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둔철산행 계획에 따라 '둔철생태체험숲 → 정취암 → 대성산 → 와석총 → 둔철산 → 시루봉 → 투구봉 → 외송리 →홍화원휴게소'의 11.5km 코스를 6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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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산(大聖山)
높이: 593m
위치: 경상남도 산청군 신등면 모례리
대성산은 정취암을 품은 산이다. 인근 둔철산의 명성에 가려 많은 산행객이 찾지는 않지만, 한나절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정취암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대성산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정취암으로 해서 전설을 두 가지나 갖고 있다. 이웃 정수산에 있는 율곡사를 창건한 원효대사와 함께 종종 도력을 겨뤘다고 한다. 정취암의 의상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음식을 먹으며 수도를 하고 있는데 하루는 점심때에 맞춰 율곡사에서 보리죽을 먹고 있던 원효가 밥을 얻어먹으러 왔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하늘에서 음식이 내려오지 않는지라 원효는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데 원효가 돌아가자, 선녀가 음식을 가지고 내려오는지라 의상이 까닭을 물으니, 원효를 호위하는 여덟 신장이 길을 막아 내려오지 못했다고 하자 의상은 깨달은 바가 있어 이후부터 음식을 사양했다고 한다. 원효와 의상의 관계를 상징하는 말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길을 걷는 도반끼리의 우정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는 고려말에 내한(內翰)이라는 벼슬을 한 문가학이 등과하기 전에 정취암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정월 초하루가 되자 스님들이 모두 피신을 가는 것이었다. 가학이 이유를 물은 즉 설날 밤이 되면 요물이 나타나 나이 어린 상좌를 잡아간다는 것이다. 가학은 피하기보다 술과 안주를 마련하고 요물을 기다리니 이윽고 여인이 나타나는지라 술을 먹여 잡고 보니 늙은 여우였다.
여우는 잡힘을 알고 둔갑술의 비법이 적힌 책을 주는 조건으로 풀려났는데 도망가면서 몸을 완전히 감추는 부분을 가져가 버렸다고 한다. 가학은 그 후 벼슬길에 나아갔다가 역모를 꾀하다 적발되자 몸을 감추지 못해 잡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대성산 깊숙이 자리한 지리적 환경과 울창한 숲, 거대한 바위 더미들로 인해 생겨난 전설로 인물 많은 산청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 산청군
둔철산(屯鐵山)
높이: 823.4m
위치: 경상남도 산청군 산청읍 척지리
철(鐵)이 많이 있어 둔철산(屯鐵山)이다. 산청 인근의 산악인들이 주말이면 체면상 도저히 빠질 수 없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나서 산에 안 가면 좀이 쑤실 때 부담 없이 찾는 산이다. 사실 둔철산에 오르면 밑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너무나 볼 것이 많아 그야말로 산청의 진산이다.
둔철산(823.4m)은 황매산에서 흘러내린 능선이 정수산을 거쳐 경호강에 산자락을 내리면서 우뚝 솟아있는 산이다. 산청읍과 신안면, 신등면 사이에 있으면서 웅석봉과 마주하며 철을 생산했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그러나 '둔철(屯鐵)'이라는 지명은 생산보다는 보관했다는 말을 더욱 설득력 있게 한다.
산행은 다양하다. 신안면 심거마을에서 시작해 깊은 골로 해서 둔철산 정상으로 곧장 오르는 코스와 외송리에서 암봉을 거쳐 정상에 가는 코스, 월성초등학교 둔철분교가 있는 둔철에서 정상으로 가는 코스, 척지마을에서 둔철산으로 가는 코스, 신등면 단계에서 정취암을 들머리로 대성산에 올랐다가 능선을 타고 둔철산으로 가는 종주 코스가 있다.
자가용으로 산행을 나섰다면 3번 국도에 있는 외송리에서 시작해 둔철산에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 나오면서 심거마을 방향으로 하산, 외송리로 돌아오는 코스가 좋다. 이 코스는 외송리 마을회관 뒤편 과수원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마주 보이는 둥그런 능선을 보며 비탈길로 곧장 20여 분 오르면 거대한 암봉이 막아선다. 암봉 틈새로 이어진 능선으로 1시간가량 가면 심거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원점 회귀 산행은 오르는 데 2시간 30여 분, 내려오는 데 1시간 30여 분해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은 심거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서 30여 분 더 오르면 나온다. 사방을 둘러보면 먼저 웅석봉 자락이 경호강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커다란 곰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웅석봉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정수산 넘어 거창으로 이어진 산자락이 끝이 없어 보이고, 그 오른쪽에는 대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연결돼 있다. - 산청군
초록뱀의 해 3월 첫 번째 화요일인 4일은 안내산악회의 오지 산행의 하나인 산청의 대성산, 둔철산 연계 산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산청의 대성산을 기상청 선정 산악날씨 대상 중 하나로 진즉부터 산행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방법이 없어 거의 포기 상태였다. 둔철산 또한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갈 방법이 없었던 산이다. 그러던 중 새롭게 오지 산행에 뛰어든 인솔 대장이 첫 산행으로 대성산, 둔철산 연계 산행을 공지에 올린 걸 발견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신청했다. 당연히 앞으로의 산행도 기대가 크다. 그리고 그 소문이 났는지 목요 오지팀 산꾼들도 신청하기 시작해 산행 2주일 전에는 28인승 버스의 22석을 넘겼다. 그런데, 막상 출발 주에 들어오자, 취소자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출발 이틀 전인 일요일은 12석이 비었다. 당연히 신청자가 변심했거나, 일이 생겨서가 아니라, 갑자기 3월 2일 오후부터 4일 저녁까지 강원, 경상 지역에 종일 비 또는 눈이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 덕에 여차하면 20%밖에 환급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소한 거다. 물론 이 지역 국립공원은 벌써 동제에 들어갔다. 고로 산방 전 설악산행을 기대하던 등산객이나, 산꾼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내일 일은 모르니, 뭐든지 기회가 있을 때 실행에 옮겨야 한다.
더 정확한 날씨 정보는 출발 하루 전과 당일 새벽에 다시 확인해야 하지만, 일단 눈 또는 비가 내리는 건 거의 확실하나, 오후에는 약한 비라는 예보에, 기온은 0℃~1℃ 사이지만, 비가 내리고 약간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5℃~-4℃ 사이로 추위를 느낄 정도다. 처음에는 간절기 복장으로 산에 오를 생각도 했지만, 비가 내린다는 예보라, 마지막으로 겨울 복장으로 산행 후 다음 겨울을 위해 깨끗이 정리해 보관할 생각이다. 그리고 목요 오지팀 주요 선수들이 같이하는 산행이니, 하산주도 당연해 지도로 날머리 주변 식당을 찾아보니, 있다. 해서 최소 한 시간의 하산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산행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산행 출발 10시간 전 확인한 대성산 산악날씨는, 전날 확인한 것보다 1℃ 내려가고, 그래서인지 오후는 ‘약한 비’에서 ‘보통 눈’으로 변했다. 비보다 눈이 좋다. 하지만, 언제 다시 비로 바뀔지 몰라, 준비물은 그대로 우산과 그동안 가지고 다니다 이제는 다음 겨울을 기약하며 창고로 보내려 했던 보온병을 마지막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을 때, 뜨거운 보리차는 체온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 – 1
사당역 1번 출구 공영주차장 기준 6시 50분 출발로 다른 산행보다 10분 일찍 출발이라, 역시 모든 알람을 10분 당겨 설정하고 잤으나, 늘 그렇듯이 알람과는 무관하게 4시 30분경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아침 의식을 치르며 밤사이 변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없다! 이후 기상청 날씨누리도 들어가, 둔철산의 특보와 일별 예보를 확인했다. 발효 중인 특보는 없고,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는 '좋음'이다. 하지만 며칠 전 약한 비에서 보통의 눈으로 바뀐 날씨라, 어차피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온이나, 바람, 체감온도는 어제 확인한 대성산 산악날씨와 같다. 그리고 레이더 영상을 보면, 눈구름이 남부지방을 온통 뒤덮고 있어, 눈은 상수가 됐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비가 올 것에 대비해 마지막으로 신고 가기로 한 다 낡은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물론 배낭 옆 주머니에는 비에 대비한 우산도 꽂혀 있다. 그리고 구산역으로 가 6시 47분 열차를 타고 사당역으로 향해 6시 29분 도착해, 김밥 한 줄을 사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 들른 후 밖으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버스가 대기 중인 곳으로 우회전하자, 인솔 대장이 어딘가를 가며 인사를 해 같이 인사했다. 일반적인 다른 버스보다 10분 일찍 출발하는 버스라 그런지, 제일 앞줄에서 대기 중인 버스에 타, 먼저 친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제일 뒷자리로 가, 배낭을 빈자리 중 하나에 놓은 후 등산에는 불필요한 것을 꺼냈다. 그리고 배낭에 안전띠를 두른 후 내 자리로 가,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가장 편한 자세로 잠을 청했다. 기상이 빨라서 그런지 바로 잠이 들었다. 이후 차가 미끄러지는 듯해 잠에서 깨서 보니, 싸라기가 내린다. 비가 아닌 게 다행이긴 한데, 어째 차가 달리는 게, 바닥이 거의 다 낡은 내 등산화만큼이나, 불안해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 지났다. 꽤 잤다. 다시 잠을 청할 상황은 아니라, 패드로 책을 보며 가끔 창밖을 보니, 허허벌판이다. 그럼, 대전을 지났다는 얘기로 조만간 인삼랜드로 들어간다. 역시 예상대로 8시 53분경 인삼랜드로 들어가, 20분간 휴식한다는 공지다. 급한 건 아니나 신선한 공기도 필요해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을 다녀온 후 건물 뒤로 가 인삼은 이 겨울을 잘 버텼는지 확인했다.
버스로 돌아가 따뜻한 보리차를 만들어 마시며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20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버스가 산청을 향해 출발한 후 계속 책을 보거나, 창밖을 보며 날씨를 확인했다. 그리고 도착 20여 분전 실내등이 들어오고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다른 인솔 대장과는 달리, 원래 도착 10분 전쯤 설명을 시작하는데, 그 보다 일찍 시작한 건 둔철생태체험숲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구절양장으로 흔들림이 심해 그 전에 설명을 마치겠다는 거였다. 들머리의 고도가 500m가 넘고, 대성산은 593m, 둔철산은 823m라 올려야 할 높이가, 300m도 채 안 되고, 이정표도 잘 되어 있지만, 갈림길에서 ‘외송마을’ 또는 ‘홍화원휴게소’ 쪽으로 향하기만 하면 문제없다고 했다. 딱히 주의나 설명할 게 없는 산행이라는 거다. 그렇게 설명이 끝나고, 대장 말대로 구절양장의 급경사를 올라가던 버스가 미끈하더니 뒤로 미끄러지는 위험한 상황에서 기사가 간신히 차를 세웠다. 역시 노련한 기사다.
다행히 대장이 산행에 관한 설명할 때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고, 소내봉 산행 때 수명을 다한 롱 스패츠 대신 비상용으로 소장 중이던 숏 스패츠를 가져왔는데, 그것도 착용했고, 뒷좌석에 있는 배낭을 가져온 거로 산행 준비를 마친 상태라, 나와 같은 상태인 선배 산꾼,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내려 상황을 확인했다. 이후 기사의 요청으로 대장이 주위에서 큼직한 돌을 주워 뒷바퀴에 받쳤으나, 차가 움직이자, 돌도 같이 밀린다. 이후 선배 산꾼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행히도 가까운 곳에서 제설 장비함을 찾았다. 해서 내가 뛰어가 뚜껑을 열어보니, 입구가 잘 묶인 봉지가 여러 개 있어, 당연히 염화칼슘이 들어 있을 거로 생각하고 그중 하나의 묶인 끈을 풀어 안을 보니, 염화칼슘이 아니라, 흙이다. 그거라도 아쉬운 상황이라, 그걸 들고 버스 앞으로 가 앞바퀴 부분에 뿌리자, 기사가 앞이 아니라, 뒤에 뿌리란다. 어차피 올라갈 상황이 아니라, 돌아가야 할 상황이라는 거다. 그리고 인솔 대장도, 체험숲이 아니라, 정취암으로 바로 가는 들머리가 아래에 있으니, 거기로 가서 등산을 시작하자고 한다.
정황상 버스를 타고 들머리로 갈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 다시 버스에 타 배낭을 메고, 그사이 준비가 끝난 산꾼 몇과 장비함에서 흙이든 주머니를 꺼내, 버스가 올라온 흔적을 따라 흙을 뿌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그럼, 그 위를 버스가 천천히 따라 내려왔다. 그렇게 안전지대까지 다 뿌린 후 위를 보니, 반대쪽에서 구세주인 제설차가 내려온다. 당연히 버스를 타고 체험숲까지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며 차로 돌아가는데, 제설차 기사와 버스 기사가 체험숲까지 도로 상황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못 올라간다!'로 결론을 내렸다. 해서 걸어서 들머리로 가려고 하는데, 대장과 기사가 버스에 타라고 해 탔다. 이후 천천히 후진한 버스는 10시 42분경 정취암 들머리에 도착했다. 아니, 여기 분명 이정표도 있는 들머리가 있는데, 왜 체험숲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걸까? 초보자를 위해? 어쨌든 버스에서 내려, 일행이 산행 준비를 하는 걸 지켜보며, 주변의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겼다.
2 – 2
애초 계획했던 들머리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대성산 정취암 들머리에서 아스팔트 포장 임도로 정취암을 향해 올라가다, 들머리에서 확인해야 하는걸, 제설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어,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걸음을 멈추고 먼저, 기상청 날씨 알림이로, 현 위치 즉, 산청군 신동면의 날씨를 확인했다. 그런데, 새벽에 서울에서 확인한 시간별 날씨에 의하면 10시부터 '보통의 눈'이 19시까지 내리는데, 현지에서 확인한 날씨는 11시부터 14시까지 '약한 비'였다가, 14시부터 16시까지 눈, 이후 구름 낀 날씨라는 예보다. 말인즉 몇 시간 사이에 예보가 변했다. 그런데, 변한 예보에 따르면 비가 내려야 하는 현재 눈이 내린다. 말인즉, 새벽에 서울에서 확인한 예보가 맞다. 뭐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고,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도 아는 인간이니, 그러려니 하고, 다음으로 두 등산 앱으로 현 위치, 말 그대로 정취암 입구의 고도를 확인했다. 305.9m~337m로, 823m의 둔철산과는 494m로 애초 들머리였던 체험숲 기준 200m 정도 차이가 벌어져, 그나마 산행다워졌다. 어쨌든 애초 대장이 산행에 관해 설명할 당시만 해도, 산행 시작이 10시 30분이 채 못 된 시간이었으나, 들머리를 이동한 후는 10시 42분으로 10여 분이 줄었다.
산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스팔트 포장 임도가 계속될 것 같았던 등산로는 100여 미터를 지나, 비포장 임도로 바뀌고 이후 200여 미터를 더 가자 등산로 갈림길로, 왼쪽이 정취암으로 향하는 등산로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급경사로, 아무래도 정취암이라는 암자로 향하는 길이라, 경사가 급한 곳에는 돌계단이다. 때아닌 눈을 맞으며 급경사 돌계단을 어느 정도 오르자, 머리 위로 성벽처럼 보이는 암자의 담장과 오른쪽으로는 그 너머 현판이 보이지 않아 용도를 알 수 없는 절집도 보인다. 그리고 이 비현실적인 모습을 위에서 인솔 대장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물론 나도, 아래에서 위를 보며 사진에 담았다. 그렇게 계속 올라, 10시 54분 성벽처럼 강하게 보이는 담장 사이의 쪽문? 아니, 담장의 빈틈으로 정취암에 올라섰다. 올라서서 보니, 오른쪽은 절, 왼쪽은 임도다. 그리고 성격 급한 일행은 벌써 좌회전해 임도로 가고 있다. 하지만 급한 거 없는 인간인 나는 절 마당을 가로질러, 그 끝에서 배낭을 내려놓은 후,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거기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임도로 산행을 시작하는 일행을 보며 이상함을 느끼기는 했으나, 그게 뭔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당연히 본존불에게 신고하기 위해 우회전했다.
본존불에게 신고하기 위해 법당을 찾으러 위로 올라간 후 뒤돌아서 절 앞으로 펼쳐진 눈이 내리는 눈 천지를 보고 나서야, 그리고 오른쪽으로 마치 평범한 절이라면 산신각이나, 삼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처럼 보이는 계단이 등산로라는 깨닫고 나서야 임도로, 절 반대편으로 향한 일행에게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를 명확히 깨달았다. 정취암 바로 앞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임도다. 물론 그 임도는 우리가 눈 때문에 중간에 오르는 걸 포기한 길이자, 그 종점은 정취암이다. 분명 공지한 산행 계획의 코스나, 대장의 산행 소개 때도, 버스로 체험숲에 도착해 임도로 정취암까지 와서 여기서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한다. 물론 지도를 보면 그 전에 정취암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성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도 있다. 혹시 시간에 쫓기게 되면 그 길로 산행을 시작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 덕분에 체험숲이 아니라, 정취암 입구에서 암자로 올라온 마당에 좌회전해 임도를 따라간다는 건 체험숲으로 돌아가는 거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들머리가 바뀌면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은 위에서 지켜보고 있으려니, 임도로 가던 일행이 중간에서 깨달았는지, 걸음을 돌려 절로 돌아오고 있다. 그중에는 목요 오지팀 선두 조 선배도 있다. 해서 난 당연히 모두 돌아와 여기, 청취암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거로 알고, 본격적인 암자 구경에 나서, 먼저 두 절집 사이 위로 보이는 거북바위를 사진에 담았다. 사실 정취암에 거북바위라는 유명한 존재가 있는지조차 몰랐으나, 옆에서 인솔 대장이 거북바위라고 해서 자세히 살펴보고서야 인정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후 국내 유일 본존불이 관음보살이 거 하고 있는 원통보전으로 가, 왼쪽 문을 열고 본존불인 ‘정취관음보살’에게 신고하고 기록도 남긴 후 순조 때 그렸다는 ‘산신탱’과 산신에게 신고하기 위해 산신각으로 갔으나, 삼성각으로 문이 잠겨 있어 산신탱은 보지 못하고 삼성각 앞에 있는 소개문으로 대략적인 이미지만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취암의 삼성각은 마치 다른 사찰의 적멸보궁처럼 뒤가 유리로 되어 있어, 호랑이를 타고 있는 산신을 향해 참배할 수 있도록 지었다는 걸 알았다. 말인즉 산신은 삼성각 안이 아니라, 밖에 있어 문이 잠겨 있어도 신고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한국 불교는 토속신앙과 정통 불교가 결합한 형태라, 소위 영험하다는 절은 정작 부처가 거하는 본당이 아니라, 산신각이나 삼성각에 신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정취암 또한 그런 듯하다. 그렇게 신고할 대상에게는 신고하고, 절 구경도 끝낸 후, 잘 정리된 계단 등산로로 산행을 시작하는 일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그 뒤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각은 11시 2분이다. 그리고 정상을 향해 가다가, 정취암의 위치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걸 깨닫고, 가던 길을 멈추고, 두 앱의 지도로 위치를 캡처했다. 이후 비록 길지는 않으나, 급경사를 오르자, 등산로를 벗어난 오른쪽에 전망대로 보이는 정자다. 온천지가 눈밭이고, 갈수록 내리는 눈발이 강해지는 상황에 보이는 게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등산로에서 벗어난 정자로 갔다. 그런데, 가서 보니, 예상대로 전망대가 맞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도 맞는데, 조금 아래 돌탑처럼 보이는 게 있어 그곳으로 가서 보니 돌탑 위에 장작이다. 그럼, 돌탑이 아니라 봉화대다. 그런데, 산청 대성산에 봉화대가 있다는 글은 본 적이 없어, 이 글을 쓰며 구글링해 봤다. 그런데, 봉화대에 관한 얘기는 찾을 수가 없다. 그럼, 봉화대가 아닌가? 그럼, 돌탑 위의 장작은?
와중에 거북바위는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쌍거북바위'로 불린다는 걸 알았다. 해서 거북바위 사진을 자세히 보니, 보기에 따라서는 두 마리가 겹쳐 있는 모습이다. 밀인즉 교미 중이다. 봉화대든 교미 중인 암수 두 마리 거북이든, 전망대에 왔으니,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기는 게 당연해 초봄에 내리는 눈에 묻혀 희미하게 보이는 전망대 앞 풍경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그리고 전망대를 떠나 다시 길을 재촉해, 9분 정도 오르자 또 오른쪽으로 무언가 있어, 역시 등산로에서 벗어나, 그 방향으로 갔다. 여기는 전망 좋은 곳에 전망대가 아니라, 산불 감시 초소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주변의 마른 나뭇가지와 돌로 만든 작품이 전시 중이다. 그 초소와 작품을 기록으로 남긴 후, 등산로로 돌아와 대성산 정상을 향해 가자, 저 앞 왼쪽 눈이 쌓여 인적 없는 등산로로 친숙한, 거의 매주 목요 오지 산행에서 같이 하산주를 마시는 선배 산꾼이 올라오고 있다. '응?', 당연히 놀라서, '왜, 거기서 오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역신 산꾼의 공통된 특성인, 왕복하기가 싫어 중간에 등산로가 있어, 그 길로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다.
즉, 역시 정취암에 도착해, 다른 일행에 앞서 임도를 따라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이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다시 정취암으로 돌아가는 게 싫어, 중간에 있는, 물론 인적 없는, 등산로로 올라오는 중이라는 거다. 그리고 선배 앞에 한 명이 더 있었는데, 올라오지 않았냐고 묻는다. 해서, 선배가 올라온 등산로를 가리키며 보시다시피 여기는 선배님의 발자국이 처음이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왼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에서는 어떠한 인적도 보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하산주 식당에서 주인장으로 착각한 산꾼이 선배 앞에 있던 사람으로 결국 산행을 포기하고, 바로 날머리로 날아간 거다. 해서 선배와 같이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로 가며 보니, 앞에 정자가 있어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했다. 산불 감시 초소에서 떠날 때 확인한 지도에 의하면, 초소에서 대성산 정상이 멀지 않다. 그리고 정자에 도착해 보니, 주변에 이보다 높은 곳이 없는 거로 봐서는 여기가 대성산 정상이다. 그럼, 당연히 정상석이나, 표지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게 이상해 주변을 둘러보니, 정자 옆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 글을 읽을 수 없는 판때기가 매달려 있어, 손으로 눈을 치워봤다. 예상대로 '대성산, 593M'라 쓴 정상 명패다.
그걸 보는 순간, 바로 드는 생각은 '그럼,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 대부분 일행은 대성산 인증은?'이다! 물론 목요 오지팀 선두 조, 선배 포함! 산행이 끝난 후 하산주를 마시며 대성산 정상 명패를 가지고 인솔 대장과 중간에서 만나 선배와 셋이 두 선배를 놀리는 재미가 괜찮았다. 이 대성산 정상 건도 있지만, 이번 산행에서는 보이는 게 없어 찍을 것도 없었지만, 역시 보이는 게 없어, 의외로 대부분 산꾼이 놓친 게 많았다. 대성산뿐만 아니라, 주요 봉우리 중 하나인 시루봉 또한 그렇다. 어쨌든 먼저 그 명패를 기록으로 남긴 후, 그걸 배경을 선배와 둘이 서로의 인증을 찍어 줬다. 그리고 정자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물론 보이는 건 없다. 그래도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는 기록으로 남기고 내려와, 우회전해 둔철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완만한 능선 위의 등산로라 힘들지는 않은데, 계속 내린 눈이 쌓여 고개를 향해 내려가는데, 꽤 미끄럽다. 와중에 비가 온다고 해서, 영어로는 ‘아웃솔’이라 부르는 밑창이 다 닳아 이제는 은퇴해야 할 등산화를 신고와 다른 일행에 비해 더 미끄러웠다. 해서, 세 번이나, 꽈당했고, 일어나기 귀찮고,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내리막길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엉덩이로 세 번 미끄럼을 탄 후 더는 꽈당하는 게 싫어,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이후 암릉 구간, 급경사 바위 외에는 미끄러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둔철산을 향하며 산이 높지 않으니, 비록 기복은 많으나,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어, 가벼운 산행인 건 좋았고, 와중에 기대하지 않은 눈까지 내려 더 좋았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눈은 주변의 모든 걸 가려, 보이는 게 없으니 현 위치나, 산세를 가늠할 수가 없어 답답했다. 마치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기분이랄까? 대성산과 둔철산을 연계해 다녀오기는 했는데, 산이 어떻게 생겼고, 능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저 앞만 보고 갈 수밖에 없다. 와중에 뭐라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사진을 찍기는 했으나, 별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11시 37분 '둔철산 정상 2.87km'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 11시 44분 우리의 '준·희'가 만들어 매단 '정수지맥 634.6m' 명패가 달린 나무에 도착했다. 지도에는 없는 봉우리란 얘기다. 그런데, 비록 내리는 눈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성산 정상에서 임도를 만났고, 그 이후로는 임도가 우리와 함께 달린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역시 아래를 보니, 임도다.
그걸 확인하자 갑자기, 저 임도 때문에 둔철산이 까만 소 선택을 받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수시로 왼쪽 아래를 보며 임도를 확인하며 가, 11시 52분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바위 전망대가 있어, 그곳으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으나, 역시다! 이후 11시 55분 둔철생태숲 갈림길을 지나, 12시 9분 '와석총 0.2km'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대장이 산행 설명 때 '와'가 달팽이 '와(蝸)'로 달팽이를 닮은 바위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석총(石塚)은 돌무덤이다. 해서 난 처음 와석총이란 걸 코스 소개에서 봤을 때 소용돌이 와(渦)를 쓴, 소용돌이치는 돌무더기라고 생각했다. 하긴 그게 멀리서 보면 달팽이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뭐든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좌회전했다. 0.2km, 왕복 400m에 불과한 거리라, 거리낌 없이 좌회전하는 거지, 1km가 넘었으면 그걸 꼭 확인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을 거다. 그리고 400m에 불과해 배낭 벗고 다시 둘러메는 것도 귀찮아 그대로 와석총으로 향했다. 길목에서 반가운 리본을 발견해 그걸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가는데, 아직 와석총까지는 꽤 남은 듯한데, 오른쪽으로 갈림길이고, 오늘 생간 인적도 있다.
그 갈림길은 와석총을 다녀오는 길에 확인하기로 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2시 14분 바위너설인 와석총에 도착했다. 석총이라 불릴 수 있는 바위너설은 맞는데, 눈 때문인지, 아예 그런 바위가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달팽이를 닮은 바위는 못 찾았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서 과연 소용돌이치는 모습인지도 살펴봤으나, 소용돌이는 못 찾았다. 하지만, 사실 그건 멀리서 봐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거라, 그런 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런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악회 리본이다. 여기서 저기로 내려가면 된다. 사실 이런 바위너설이야, 설악산에서 흔한 거고, 거기에 비하면 장난 수준이다. 물론 눈으로 덮인 설악산 바위너설도 몇 번 통과한 인간이라, 바로 엉덩이를 바위에 붙이고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아래에 거의 다 도착해 혹시 아래에서는 찾을 수도 있어 뒤로 돌아 달팽이를 찾았으나, 실패다. 달팽이 찾는 건 국립공원과 암릉이 유명한 몇 개의 산을 제외하고는 한 번 갔던 산은 다시 안 간다는 신조가 변해 둔철산이 그리워질 때 찾아보기로 하고, 인적을 따라가, 12시 20분 갈림길이다. 그 위치가 와석총을 찾아갈 때, 봤던 그 갈림길이다. 아마, 위가 아니라, 아래에서 달팽이를 찾을 때 오는 길인 듯하다.
거기서 좌회전해 이정표가 있는 대성산 갈림길로 향해, 12시 22분에 도착했으니, 왕복에 13분이 걸렸다. 여기서 둔철산까지는 1.49km, 30분 거리로 늦어도 1시면 도착이다. 공지한 코스에 따르면, 총거리는 11km, 마감이 17시 즉 오후 5시다. 현 상태로 봐선 선두는 3시 전 도착이고, 서두르면 2시 반 도착도 가능하다. 그럼, 많으면 2시간 반, 적어도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점심은 하산주를 반주로 먹어도 되지만, 2시간 동안 술을 마시려면 지금 배를 채워야 한다. 그리고 사실 배는 진즉에 고팠고, 사당역에서 산 김밥을 굳이 남겨서 가져갈 이유도 없어, 배낭에서 김밥을 꺼냈다. 분명 새벽에 살 당시에는 차가웠는데, 배낭 안에서 데워진 건지 따뜻하다. 그 따뜻한 김밥을 먹으며 둔철산으로 향해, 12시 28분 '둔철산 정상 1.20km'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지났다. 거기서 13분가량 더 가자, 앞에 봉우리라,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둔철산이 멀지 않아 보여, 지도를 확인했다. 산길샘 지도는 불통 지역이라 그 부분 데이터가 없고, e산경표는 그 봉우리가 ‘둔철산’이라 알려준다. 해서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완만한 능선으로 위로 가, 정상에 올라선 후, 주위에서 정상석을 찾았으나, 없다!
그럼, 다음 봉우리라 생각하고 계속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으나, 역시 정상석은 찾을 수 없다. 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봉우리 아래에서 지도를 확인할 때 무언가를 본 듯해 동영상 촬영을 중단하고, 현 위치에서 두 앱의 지도를 다시 확인하니, 산길샘 지도와 산경표 지도의 둔철산 위치가 다르다! 산경표 지도의 둔철산은 해발 고도 841m로 정수지맥 상에 있고, 산길샘 지도는 823.4m 높이에 정수지맥으로부터 400여 미터 남쪽에 있다. 공식 둔철산이 어느 봉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도의 목적만 놓고 보면, 산길샘의 둔철산 위치가 맞는 듯하다. 산경표는 말 그대로 산경표를 중심으로 하는 앱이라, 지맥 상의 주요 봉우리에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고로 산경표에 관심 없는 산악회나 지자체가 정상석을 세운다면, 최고봉에 세웠을 거다. 그런데, 높이도 산경표 위치의 봉우리가 841m로 더 높다! 캐면 캘수록 더 헷갈린다. 어쨌든,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며 길을 재촉해, 산길샘 기준 정상이 멀지 않아 보이는 곳에서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봉우리로 향해, 12시 52분 '진주교직원산악회'가 대리석 위에는 '屯鐵山 812m'로 아래에는 ‘해발 823.4m’라 음각한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비록 높이 표기는 위와 아래가 다르나, 옆에 삼각점이 있는 듯해 눈을 파 보니 예상대로다. 이거로 봐서 주요 봉우리인 거 맞다. 그리고 정상석 옆 이정표 기둥에도 '둔철산 정상'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일단 정상석과 삼각점,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긴 후, 정황상 둔철산 상봉이자, 전망대로 보이는 정상에서 가리는 숲이 없는 방향으로 보이는 게 있는지 봤으나, 전혀 없다. 그래도 분위기 파악을 위해 사진 몇 장 남겼다. 이후 조금 늦게 도착한 인솔 대장과 서로의 인증을 찍어준 후 정상을 떠나, 하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심거마을 갈림길에 도착해, 이정표를 주의 깊게 확인한 후 대장이 코스 소개 때 신신당부한 홍화원 방향으로 직진했다. 이후 아무 생각 없이 노닥거리며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길을 가는데, 앞에 생각지도 못한 정상석이다. 바위 위의 자연석 정상석 뒷면이라 글이 보이지 않아, 둔철산 다음의 시루봉이라 생각하고, 바위를 돌아, 정상석 앞으로 가서 보니, '단성중학교산악회'에서 세운 '둔철산 811.7m'라 음각된 정상석이다. 이건 또 뭐야? 둔철산에 정상이 세 갠가? ‘산경표’로 대표되는 맥꾼, 진주교직원산악회, 단성중학교산악회에서 제각기 정한 둔철산 정상?!
앱의 지도를 확인했으나, 두 지도 어디에도 이 봉우리에 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없다. 어쨌든 정상석이 있으니, 먼저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역시 조금 늦게 도착한 인솔 대장과 서로의 인증을 찍어줬다. 이후 그 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오겠다는 인솔 대장과 몇 명의 일행을 뒤로 하고 거기를 떠나, 다음 주요 봉우리인 시루봉을 향해 조금 내려가자, '폭포 0.8km' 이정표가 있는 심거폭포 갈림길이다. 둔철산에서 가장 궁금했던 게 이 폭포였지만, 안내산악회 계획 코스는 폭포가 있는 심거 방향이 아니라, 구경할 기회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홍화원 방향에서도 폭포를 왕복할 수 있다는 걸 이정표를 보고 알았다. 하지만, 왕복 1.6km라, 왕복할 만한 가치가 없는 폭포라 산악회가 코스에서 뺐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그대로 4.4km 거리의 주차장 방향으로 직진했다. 그리고 5분가량 가자, 바위 전망대로 희미하게 진행 방향을 가로막고 있는 봉우리가 보여, 파노라마로 남겼다. 아마, 저게 지도에 있는 시루봉이라 생각하며, 고개로 내려가려고 보니, 눈이 쌓인 암릉으로 잡고 내려갈 수 있도록 밧줄이 걸려있어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끼고 밧줄을 잡고 내려갔다. 이후 앞을 막고 있는 암봉을 우회하는 등산로로 계속 가는데, 왼쪽 암봉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일행이다.
일행이 같이 온 팀으로 위에서 노닥거리는 듯해 그냥 지나쳐 내려가는데, 왼쪽 아래로 마치 성벽처럼 돌을 쌓은 게 보인다. 저게 성벽이라면 혹시 암봉에 성터의 흔적이 있을 듯해, 걸음을 돌려 암봉으로 올라갔다. 그러다, 암봉에서 내려오는 일행과 비좁은 길에서 만나는 바람에 약간의 혼란을 겪은 후 암봉에 올라서서 보니, 기대한 역사적 흔적은 안 보이나, 전망대임은 틀림없다. 해서 최대한 둔철산 방향으로 붙어 희미하나마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마치 정상석처럼 바위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돌도 사진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아무 생각 없이, 정상에 한쪽에 놓인 거대한 바위를 기록으로 남긴 후 암봉에서 떠나려다, 눈 내리는 모습을 영상에 담고 싶어서, 둔철산 방향으로 몇 초간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리고 암봉에서 내려가, 등산로로 들어선 뒤, 100여 미터를 가자 앞을 가로막는 봉우리다. 당연히 시루봉이라 생각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시 28분 도착했다. 그런데 애초 정상석은 기대하지도 않았으나, 정상 표지 정도는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어떠한 표지도 없다. 하다못해 산악회 리본도! 와중에 무명봉의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바위 전망대로 있는 듯해, 그곳으로 갔다. 예상대로 전망대는 맞는데,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역시 기록을 위해 사진은 남겼다. 이후 비록 표지는 없으나, 지도로 시루봉임을 검증이나 하고 가려고 두 앱의 지도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시루봉은 여기가 아니라, 좀 전에 올랐던 암봉이다. 그 암봉에도 어떠한 표지가 없었던 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지나치지 않고, 올라갔다 온 게 다행이라 생각하며, 산행을 계속했다. 이 또한 결과적인 얘기로 산행이 끝난 후 하산주를 마시며 대성산뿐만 아니라, 시루봉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당연히 일행 대부분이 시루봉을 지나쳤고, 올랐던 몇도 그게 시루봉인지 몰랐다. 다만, 그걸 알고 있던 대장은 그걸 처음부터 알았는지, 바위 사이에서 정상 표지를 발견하고 알았는지 물어보지는 못했다. 당시 하산주를 마시며 대장 말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찍었던 바위 사이를 확대해 보니, 정상 표지가 있다. 결국 인증은 한 셈이다. 정취암의 호랑이 탄 산신이 날 싫어하는지 내가 다시 둔철산에 올 이유를 하나도 남겨 두지 않았다. 아, 조망, 하나는 남겨 놓았구나! 어쨌든, 나도 모르게 시루봉에 올랐다는 걸 확인하고, 산경표 지도에 있는 '전망'이라는 곳을 향해 가다, 앞에 봉우리가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랐다.
역시 표지 따위는 없는 무명봉인데, 정상 부근이 돌길 구간으로, 돌이 미끄러워 꽈당하고 말았다. 당시는 몰랐는데, 영상 끝부분을 보면 앞서가는 일행 또한 거의 꽈당하기 직전인 게, 그 구간에서 많은 일행이 꽈당하지 않았을까? 이번 산행 다섯 번째 사고다. 물론 푹신한 눈 덕분에 엉덩이가 아프거나, 어디를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하도 눈을 많이 짚어, 장갑이 흠뻑 젖어, 내부에 물기가 느껴질 정도다. 해서 장갑을 벗고 갔으나, 그걸 허락하지 않는 구간이 많아, 수시로 장갑을 꼈다 벗었다 했다. 그렇게 가, 1시 40분 '심거 마을 1.3km' 갈림길 이정표에 도착했다. 우리가 가야 할 외송마을까지는 3.3km로 보통의 하산이라면 한 시간 거리다. 하지만, 오늘은 눈 때문에 얼마나 걸릴지 쉽게 예측이 안 되기는 하나, 그래도 한 시간 반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거다. 그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긴 후 가며 보니, 숲을 관통하는 완만한 경사의 능선이라, 여유가 있다. 해서 수시로 장갑을 벗었다 꼈다 해야 하는데, 그걸 방해하는, 한동안 정신이 없어 손톱을 깎지 않은 덕분에, 깨진 몇 개의 손톱을 정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그걸 정리할 상황이 아니었으나, 현재는 여유가 있어 배낭에서 멀티툴을 꺼내 가위로 깨진 손톱을 정리했다. 이래서 내가, 가위가 있는 멀티툴을 좋아한다.
마감까지 남아도는 게 시간이나, 페이스를 늦추는 걸 못 하는 인간이라, 주변의 눈꽃을 기록으로 남기며 갔다. 그리고 조금 올라가자, 앞에 무언가 이정표가 될 만한 게 있는 듯하다. 산경표 지도에서 본 두 번째 시루봉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곳인데, 나뭇가지에 명패가 달려 있다. 그런데, 투구봉이다. 응? 투구봉 처음 보는 거다(산악회 코스 계획에는 분명히 있는 봉우리나, 주의해서 보지 않아 기억하지 못했다). 해서 당연히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불통 지역이라, 온라인으로 자료를 받아야 하는 산길샘은 부분적으로 데이터가 없는 영역이 있으나, 다행히 현 위치의 데이터는 있다. 하지만, 현 위치에 관해서는 어떤 특별한 정보가 없다. 말인즉 시루봉도 아니고, 투구봉도 아니다. 그에 반해 오프라인 지도를 사용하는 산경표 지도에는 아까 본 '전망'이다. 말인즉 산경표는 여기를 전망대라고 표기한다. 해서 뭐가 보이나 주변을 불러봤다. 암봉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곳에 비해 높지도 않은 울창한 숲 한 가운데라, 당연히 울창한 숲 외에는 안 보인다. 그럼에도 '전망'이라고 표기한 걸 보면, 과거에는 여기가 민둥산이었나? 어쨌든 정상 표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앞에 또 봉우리다.
저게 산경표 지도에 있는 두 번째 시루봉이라 여겨, 역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하지만, 역시 정상에는 어떠한 표지도 없다. 다만, 정상 조금 아래에,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안내문이 하나 서 있다. 경험상 삼각점 안내문이라, 그 아래 눈을 치우니 삼각점으로 주요 이정표는 맞다. 그럼, 당연히 지도로 확인해야 하는 곳이라, 확인했다. 그냥 무명봉이다. 그리고 두 번째 시루봉은 500m 이상 더 가야 한다. 안내문과 삼각점을 기록으로 남기고, 시루봉을 향해 조금 가자, 일행이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착용하지 않던 아이젠을 여기서 착용한다는 건 다음 구간이 그거 없이는 못 간다는 얘기라, 그가 있는 주변을 둘러보니, 오른쪽에 바위다. 그리고 바위 위로 산악회 리본이 있다. 그럼 당연히 올라가야 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랐다. 네발로 기어 간신히 오른, 눈 쌓인 암봉에는 어떤 특별한 표지는 없으나, 맑은 날씨였다면 탁월한 전망대임은 확실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이는 게 없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타이밍이라, 올라온 곳이 아니라 반대편이나, 왼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찾아봤으나, 왼쪽은 전혀 없고, 반대편은 눈 때문에 바위가 보이지 않아, 루트가 있는지 확인이 안 된다.
해서,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올라왔던 코스로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그 바위를 우회하는 등산로로 조금 가서야 왜 일행이 거기서 멈춰 아이젠을 착용했는지 알았다. 다음에 어떤 구간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른쪽 암봉을 우회하는 이번 구간이 지금까지의 둔철산행 코스 중 가장 급경사다. 고로 위험하다. 지자체는 아닌 듯하고, 산꾼이 나무 사이를 연결한 밧줄이 없으면, 진흙탕에 엉덩이를 깔고 내려가야 할 구간이다. 그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중에도 미끈해 꽈당할 뻔했지만! 물론 내려가면서 조금 전에 올랐던 암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반대쪽에 도착해 암봉 방향을 보며 오르내릴 수 있는지 확인했다. 계단식으로 바위가 있어 가능하다. 다만, 지금은 계속 내리는 눈으로 덮여 있어, 루트가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걸 확인하고 다시 길을 가며 평소 많은 도움을 받는 팀의 리본과 눈꽃을 기록으로 남기며 유유자적 두 번째 시루봉을 찾아갔다. 그 길목에 마지막이 아닐지 생각되는 굵은 밧줄이 걸린 눈 쌓인 바위 지대를 내려가자, 앞에 봉우리다. 저건 틀림없이 시루봉이다. 해서 또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2시 24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어떠한 표지도 없다. 다만, 조금 아래에 '119구조대' 이정표가 있을 뿐이다. 그럼 남은 건 지도라, 확인했다. 맞다! 시루봉이다. 그리고 여기서 등산로는 좌회전해 외송마을로 향한다. 한국 산이 다 그렇듯이 급경사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조금 전 암봉을 우회하는 구간만 못하지만, 비슷한 환경의 하산로다. 아차하면 엉덩이가 진흙탕에 빠지는 대형 사고가 나기 쉬운 코스인데, 거기와는 다르게 밧줄조차 없 정신을 집중해서 내려갔다. 그렇게 내려가, 2시 32분 갈림길에 도착해 어디로 가야 할지 지도를 확인했다. 왼쪽이 와송마을 직진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해서 좌회전해 내려가자, 눈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로가 멀지 않은지 차량 소음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다 왔다. 와중에 작은 개울에 낙엽이 쌓여 그걸 확인하지 못하고 밟는 바람에 빠졌으나, 다행히 물이 없어 대형 사고는 면했다. 이런저런 촌극을 벌이며 내려가, 2시 45분 물탱크가 있는 아스팔트 임도에 도착했다. 말인즉 여기서부터는 포장도로다. 거기서 조금 내려가니, 왼쪽 임도변에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둔철산 등산 안내도'가 있어 지금까지 지나온 코스를 검토한 후 사진으로 남겼다.
안내문 옆에는 산방 기간 '입산통제안내' 경고문이 서 있다. 기간은 ‘11.1~5.15’까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봄 2.15~4.30’, ‘가을 11.1~12.15’과는 달리 산청군이 귀차니즘에 빠져서 그런지 봄과 가을을 하나로 묶어 버렸다. 덕분에 죄도 없는 겨울도 포함됐다. 어쨌든 경고문 타이틀만 보면, 우리가 불법을 저지른 걸로 알기 쉽다. 같이 도착한 일행도 서로 그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잘 읽어 보면, '일부 개방 등산로를 제외하고'라는 구절이 있다. 고로 불법이 아니다. 당연히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며 주변의 경치를 기록으로 남기며 가다 보니, 발이 불편하다. 당연히 포장 임도에 들어섰을 때 벗어야 할 아이젠을 아직 착용하고 있었다. 해서 바로 멈춰 아이젠을 벗어 손에 들고 보니, 진흙이 잔뜩 묻은 가운데, 그중 하나의 고무가 반쯤 찢어졌다. 내가 애용하는 아이젠으로 4~5년 전 한 번에 두 개를 사서 사용하다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지금처럼 하나의 고무가 반쯤 찢어서 보관 중이던 새것으로 교체해 사용했다. 고로 사용하지 않은 게 하나 남았으니, 다음 겨울에는 이번에 찢어진 걸 새 걸로 교체해 사용하면 된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며 가, 2시 53분 외송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이젠에 묻은 진흙을 씻을 수 있는 물이 있는지 찾았으나 없었다. 그런데, 외송마을회관 앞 도로변 배수로에 눈이 녹은 물이 고여 있어 그곳이 가, 거기서 아이젠을 씻었다. 이후 손에 들고 가는 게 불편해 그걸 배낭 멜빵에 비너애 매달았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진주 또는 산청 일부에서는 남강으로 불리는, 경호강 건너로 반쯤 구름에 가린 봉우리가 보인다. 웅석봉은 아닌듯하고, 어쨌든 이름 모를 그 봉우리도 사진에 담으며 휴게소로 향하는데, 눈이 그치고 반짝 햇빛이 비치는 듯하더니, 비로 바뀐다. 파란만장한 날씨다. 해서 배낭 옆 주머니에 있는 우산을 꺼낼까 하다가 금방 그칠 듯해 그냥 가, 갈림길에서 좌회전하자, 저 멀리 빨간 버스가 주차해 있는 게 보인다, 휴게소다. 해서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휴게소로 향해, 3시 2분 산악회 버스가 주차 중인 ‘홍화원휴게소’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고로 10시 42분 산행을 시작해, 15시 2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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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원휴게소에서 선두로 달린 두 선배에게 어느 식당으로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하려는데, 건물 끝 정자에서 한 선배가 손짓해 그곳으로 갔다. 그러자 선배가 중앙의 식당을 가리켜, 뭘 주문할지 물으니, 묵은지 김치찌개로 하자는 거다.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중앙의 홍화원식당으로 들어가자, 먼저 도착한 대여섯의 일행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 중이라, 그들과 수고했다고 인사를 나누고 메뉴를 보니, 김치찌개는 있으나, 묵은지 김치찌개는 없다. 해서 일단 자리만 잡고, 주인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화장실의 위치를 물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일행이다. 너무 자연스러워 주인으로 착각했다. 어쨌든 그가 알려준 화장실로 가자, 다른 선배가 웃통을 벗고 씻고 있어, 그 선배가 김치찌개를 먹자고 하는데 괜찮은지 물었다. 그러자 본인은 흑돼지 삼겹살을 굽고 싶은데, 고집을 피우면 피곤하니, 그냥 김치찌개로 하자는 말을 하고 있는데, 문제의 선배가 들어와. 그렇게 합의를 봤다. 이후 혼자 먼저 식당으로 돌아와 주인장에게 묵은지 김치찌개라는 게 있는지 묻자,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김치가 ‘묵은지’란다. 해서 그걸 3인분을 주문하며, 고기를 많이 넣어달라고 했다. 그러자 얼마나 더 넣을지 물어, 그럼 4인분을 달라고 했다.
이후 냉장고에서 맥주와 이슬이를 가져와, 소맥을 만들어, 주인장이 준비해 준 밑반찬을 안주로 먼저 김치찌개를 주장한 선배와 둘이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 이후 김치찌개가 나오고, 인솔 대장도 도착해 우리와 합석했다. 4인분 주문이 선견지명이 됐다. 그리고 늦게 노년의 선배도 합류해, 다섯이 김치찌개와 김치를 계속 추가하며 맥주 두 병, 막걸리 두 병, 이슬이 네 병을 마시고 4시 45분경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버스에 타 바로 잠이 들어, 언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깨어보니, 덕유산휴게소로, 그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볕이다.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을 다녀온 뒤 다시 잠을 잤다. 이후 실내등이 들어와 잠에서 깨어 보니, 신갈이다. 그리고 바로 죽전인데, 죽전에서 내려야 할 대장이 양재에서 내리겠단다. 응? 그럼, 2차? 어쨌든 양재에서 내리기 위해 주변을 정리한 후, 이번 산행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은, 그동안 수고한 등산화를 기념으로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8시 5분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내려, 치맥으로 2차를 했다. 이번에는 소주를 빼고 생맥주만 마셔, 집에 무사히 11시경 집에 도착했다. 그럼, 1시간 40분 동안 2차를 했다는 건데?!
폭설로 버스가 올라가지 못해 처음 계획과는 달리 들머리를 ‘둔철생태체험숲’에서 정취암 입구로 변경해 '정취암 입구 → 정취암 → 대성산 → 와석총 → 둔철산 → 시루봉 → 투구봉 → 외송리 →홍화원휴게소'의 12.50km(산길샘) 코스를 4시간 21분 동안 달렸다. 이동 3시간 59분, 휴식 22분!
싸라기가 눈으로, 산행 종료 시점에는 비로, 하산주를 마신 후에는 햇볕이 쨍쨍한 파란만장한 날씨의 둔철산 산행이었다.
산행 중에는 계속 눈이라, 보이는 게 없어 찍을 것도 없었다. 와중에 대성산이나, 둔철산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워 어쩌면 다시 갈 수도 있다.
조망은 어떤지 모르나, 산행 자체는 평이하고, 나름대로 산행 재미도 있어, 산행 초보라도 한 번 정도는 다녀올 만한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