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江雪)
유종원(柳宗元)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萬徑人踪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에는 사람 자취 끊겼는데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쪽배 한 척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노인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리는 찬 강에 홀로 낚싯대 드리우네
이 시에는 숨 막히는 고요가 서려 있다. 모든 산과 길에 인적이 끊기고 새들조차 숨을 죽인 풍경, 그 풍경을 배경으로 오로지 한 척 쪽배에 몸을 의지한 노인은 말없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찬 강물에는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이 한 폭의 겨울 풍경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조차 얼어붙게 한다. 물고기 낚일 리 없는 찬 강에서 노인은 무엇을 낚고 있는 것일까?
유종원(柳宗元, 773년~819년)은 중국 당나라의 문장가·시인이다. 자는 자후(子厚)이며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이다. 진사 시험을 거쳐 33세에 상서예부원외랑이 되었다. 정치개혁운동에 가담했다가 실패하고,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었다. 이후 다시는 중앙에 돌아오지 못하고, 43세 때에는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겨져 47세로 그 곳에서 죽었다. 유종원은 봉건사회 구조를 의문시한 합리주의자였다. 지방관리로 좌천된 이후 산수를 제재로 한시를 지어 자신을 위로했다. 시인으로서는 왕유, 맹호연, 위응물과 함께 왕·맹·위·유라고 칭해졌다.(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