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던 기수의 빰에 벌레가 앉았다 그것을 만지자 힘없이 부서졌다 바람에 죽기도 하는구나 야생 선인장이 많은 고장을 지나고 있었다 식물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알지 못했다 매일 잠들기 전 기수는 그날 만난 바람을 필사했다 그것은 잘 썼다고도 못 썼다고도 말할 수 없는 일기였다 달리는 기수와 조랑말의 모양만큼 매일 바람은 일그러졌다 사무소를 출발한 기수는 열흘 이내에 동부의 모든 마을에 나타났다 기수는 작고 왜소하고 말에서 내리면 가장 먼 곳으로 심부름을 떠나온 아이 같았다 기수는 가끔 다른 지역의 기수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다 쓴 편지를 자신의 가방에 넣고 스스로 배달하기도 했다 기수는 늘 휴대용 성경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이야기였다 한 사람 태어난 이야기였다 기수는 매일 잠들기 전 누워 사무소에서 배운데로 성호를 그었다 가슴 위로 그의 작은 손짓이 만든 바람이 잠깐 불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