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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을 머금은 풀밭의 버섯. 인생의 덧없음을 보여주긴 바니타스(Vanitas)나 매한가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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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菌(조균)은 '아침 버섯'이라는 뜻. 아침에 배쭈룩이 고개를 쳐들었다가 곧 스러지고 마는 버섯을 말한다. 본디 莊子(장자)에서 나온 말. 朝菌不知晦朔(조균부지회삭) 不知春秋(혜고부지춘추)라. '아침에 돋았다 해가 뜨면 말라죽는 버섯은 그믐과 초하루를 모르고, 쓰르라미는 봄가을을 모른다'는 뜻이다. 晦朔은 한 달, 春秋는 한 해를 가리킨다.
淮南子(회남자)에는 朝秀(조수)라는 말이 있다. 중국 淸(청)나라 사람 王念孫(왕념손)은 朝菌이 바로 朝秀라고 풀었다. 朝秀는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는 벌레'라고 한다. 朝菌이 곤충이란 말이다. 朝菌이 舜英(순영) 木槿(목근)이라는 말도 있다. 舜英이나 木槿은 무궁화의 한자 이름. 나무 꽃을 가리키는 말이니 이것도 버섯이랑 다르다.
莊子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冥靈(명령)이라는 나무는 오백 년이 봄이고 오백 년이 가을이다. 冥靈은 그래서 천년을 사는 신령스러운 나무. 여기서 봄가을, 즉 春秋는 나이라는 뜻이다. 옛사람들은 식물이 나서 자라는 기간을 봄, 시들어 죽는 기간을 가을이라 했다. 여기서 한 해라는 뜻이 나오고 나이란 뜻도 나온 것이다. 봄가을을 갈라 春夏秋冬(춘하추동) 네 계절로 나눈 것은 나중 일이다.
오래 사는 冥靈도 大椿(대춘)이라는 나무를 이길 수는 없다. 大椿은 나이가 1만6000년이라는 전설 속의 나무. 700살을 살았다는 전설 속의 인물 彭祖(팽조)도 大椿에 대면 朝菌에 지나지 않는다. 朝菌과 大椿은 극단적으로 짧은 목숨과 긴 목숨이다. 삶의 덧없음에 謙虛(겸허)하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