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겨울 반찬은
냉장고가 없이 자연에 보관한 것을 먹으며 자랐으니
김치깡이라고 하는 게 사실은
김치 광을 시골에서 그렇게 발음한 게 아닌가 싶다
그냥 장독대에 여러 개의 항아리를 모아놓고
된장을 비롯하여 각종 김치를 담아놓기도 했지만
우리 집에서는 마당 옆 언덕 위에 구덩이를 파고
항아리에 김치, 무말랭이, 깻잎 등을 저장해 놓았다
김치는 배추김치 무김치 그리고 물김치 등이 있고,
고추장 항아리나 된장 항아리 중에는
무우를 박아넣어 장아찌를 만드는 항아리가 있었다
생활이 빈곤하고 식구는 많던 그 시절에는
돈 주고 사먹는 게 힘드니까 거의 모든 것을
집에서 만들어서 먹었는데
그 중에서 나는 어머니의 깻잎을 못 잊겠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량의 깻잎을
가마솥에 쪄서 말린 다음에 양념을 해서
항아리에 넣어두고 때마다 꺼내 먹는데
추운 겨울이면 한 접시씩 꺼내서 기름을 붓고
밥 위에 다시 한 번 쪄서 주는 그 맛이 일품이고
도시락 반찬으로 싸 가면 시내 친구들의 반찬보다
비주얼이 많이 떨어져서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더 부끄러운 것은,
비주얼이 떨어져도 솔직히 맛은 최고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 못 한 게 부끄럽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먼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간다고
힘을 북돋워 주느리고 밥숟갈 위에
깻잎을 펴서 얹어주시던 어머니의 사랑 때문에
그 맛은 더 더욱 신비롭고도 좋았었다
오늘 문득 그 어머니가 그립다
심리학이 뭔지도 모르면서 내 심리를 파악하고
영혼마저 어루만져 주시던 내 어머니가 너무 그립다
첫댓글 어머니와의 음식 관련 추억
누구나 비슷할 것 같아요.
저는 어릴적 학교 까지 버스 통학 했었는데,
아침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고추장 넣은 두부 찌개"
맛, 잊을 수기 없네요.
오늘 아침
'님 ' 덕분에 어머니에 대한 여러 추억들이 소환되었군요
아침 저녁 시원해졌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길....
고추장 넣은 두부찌개,
그것은 요리솜씨에 따라서 맛의 차이가 많이 나는데
모친께서는 요리솜씨가 무척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환절기라 그런지
일교차가 무척 심하네요
건강관리 잘 하시고,
좋은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