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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가리왕산
앞 냇물에서는 래프팅을 즐기고 있다. 가리왕산 산행 들머리나 날머리가 비슷한 모양새다. 장구목이에서 가파른 계곡을 꾸준하게 타고 오른다. 최근에 내린 비로 다소간의 물이 흐르면서 계곡을 요란하게 흔든다. 본디 깊은 산속이라 평상시도 습기가 많은 탓에 이끼가 번식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일 것이다. 계곡은 바위마다 퍼렇게 이끼가 뒤덮었다. 이끼가 자라서 푹신한 곳도 있고 카펫이나 융단을 걸쳐놓은 성싶기도 하다. 이끼는 물가 바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배려심인지 나무둥치에도 이끼가 옷자락처럼 휘감고 있다. 그래도 나무는 투덜거리거나 답답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나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계곡에는 바위가 많아 물이 흐르며 연신 부딪친다. 잔잔하게 흐르지 못하고 성급하게 휩쓸려 내려오다 보니 이리 부딪고 저리 부딪치며 산산이 찢겼다가 다시 합친다. 흐르는 물빛이 본래의 무채색이 아닌 하얗다. 저 물소리마저 없으면 계곡은 너무 고요 속에 빠져 적막할 것이다. 여름날 지나면서 물소리만 들어도 가슴까지 배어들면서 시원하지 않던가. 그처럼 나무들은 저 물소리를 아주 고운 멜로디로 들으며 살아갈 것이다. 계곡에 물이 좀 불어나면 크고 작은 무명폭포가 생겨난다. 폭포와 요란한 물소리와 이끼가 함께 어우러지며 띄우는 분위기가 헐떡헐떡 오르는 발길을 잡는다. 잠시 땀을 식히며 그 새로운 면면에 감탄을 쏟아놓는다.
아침에 내린 비로 축축해진 돌들을 한 발 한 발 밟으며 한 시간 이상 지나서야 임도에 닿는다. 하나같이 기진맥진한 모습들이다. 쉼도 잠시뿐 다시 돌계단을 타고 끊임없이 올라야 한다. 거목이 즐비한 원시림이다. 피나무가 들어온다. 군대에서 바둑판을 만들겠다고 찾아다니던 나무다. 고산지대이다 보니 아직껏 저런 나무들이 건재한 것이다. 열심히 베어내고 보면 밑둥치가 텅 비거나 썩어 헛걸음질하여 한숨만 쉬기도 하였다. 너덜 같은 돌계단을 벗어나면서 오를수록 산은 다소 완만해졌다. 주목자생지에 닿는다. 주목의 키는 비교적 작다. 하지만 둥치는 몇 아름드리로 수백 년 연륜을 지니고 있다. 그래도 한참 때이지 싶게 팔팔해 보인다.
마침내 1561m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을 알리는 빗돌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정상은 고랭지 평평한 밭자락처럼 펑퍼짐하다. 이런저런 후유증은 아니지 싶은데 오늘따라 많이 힘을 쏟았다. 아주 많은 땀을 흘렸다. 오르는 길은 옆걸음질 없는 곧장 오르는 가파른 길이었다. 바람과 함께 잠시 휴식을 하고 이제 하산길이다. 내려가는 길도 마찬가지로 옆걸음질 없는 곧장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만 한다. 처음에는 완만한 흙길이었다. 마치 오를 때 역순으로 가는 듯싶다. 돌계단이 나오면서 몸이 비틀리게 꼬불꼬불하다. 미끄러움에 신경을 담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만만치 않아 내려가는 길에서도 땀이 흐른다. 지루하리만치 끊임없이 내려간다.
계곡물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거의 왔나 싶다. 그러나 계곡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옆에 계곡을 끼고 간다. 그나마 하얗게 흐르는 물소리가 다소간 위안을 준다. 고기가 숨어살았다는 어은골을 지나 심마니교를 건너면서 잘 정비된 도로가 나온다. 심마니를 되새기는 다리가 있을 정도로 가리왕산에는 산나물과 산삼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길 헤매다 ‘심봤다’ 했을지도 모른다. 회동계곡은 맑은 물이 흐르고 산막터에 휴양림 통나무집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피서하며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로 들락날락 오가는 차가 씽씽거린다. 겨우 산에서 벗어나 등산은 5시간을 꽉 채우고 힘겹게 마감했다. - 2014.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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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자주 병원드나드셔서 힘드신가봐요. 늘 건강하셔서 산행 자주하시기를 바랍니다. 산행기를 읽다보니 빨리 가리왕산에 가보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