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語 글월文] (2) 닮았지만 다른 말 (1)
도움 될 만한 것을 살피는 ‘참고’
서로 비교·대조하는 것은 ‘참조’
‘점 하나 차이’라 할 정도로 모양이 닮은 데다 뜻마저 가까운 말이 많다. 하지만 일물일어(一物一語·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는 하나의 단어만 적합하다)란 말이 괜히 생겼을까. 아무리 닮았어도 ‘비슷한 말’일 뿐 ‘같은 말’은 아니고, 흔히 ‘동의어’로 묶는 말들끼리도 어감에서 미묘한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사전을 펼쳐 뜻을 알아봐야 할 텐데, 이 행위는 ‘참고’일까 ‘참조’일까. 참고(參考)는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다른 것을 살피며 생각하는(考) 것이다.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열거나 누리집을 찾아보는 것은 ‘참고’다. 참조(參照)는 둘 이상을 놓고 서로 대조하며(照) 판단하는 것이다. 계약 조건이나 규정을 세세히 따지는 것, 지침이나 매뉴얼을 확인하고 따르는 것은 ‘참조’다. 따라서 교열을 위해 원문과 사전을 대조해 확인하는 수준이라면 ‘참조’라 써야 하겠지만, 뜻을 알아보려고 사전을 펼쳐보는 정도는 ‘참고’에 가깝다. 대화방에서 자신의 일정이나 지인의 경조사를 알리면서 “○○하세요∼” 할 때도 ‘참고’가 자연스럽다.
이 못지않게 헷갈리는 단어 쌍으로 ‘정확’과 ‘적확’이 있다. 정확(正確)은 ‘정확한 자세’ ‘정확한 수치’처럼 엄밀성이나 논리성 면에서 틀리지 않고 맞을 때 쓴다. 적확(的確)은 ‘적확한 비유’ ‘적확한 증거’처럼 상황에 딱 들어맞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정확한 시계’는 있어도 ‘적확한 시계’는 없다. ‘정확한 설명’은 수치나 논리에 오류가 없는 설명이지만 ‘적확한 설명’은 조건이나 상황에 충실히 부합하는 설명이다. 말하고 글을 쓸 때 적확한 단어를 선택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부분’과 ‘부문’도 가려 써야 한다. 부분(部分)은 전체를 나눈 조각이고, 부문(部門)은 일정한 기준으로 분류한 것으로 분야·영역과 비슷하다. ‘썩은 ○○을 도려낸다’ ‘비효율적인 ○○은 개선한다’ 할 때는 ‘부분’이 맞고, ‘경제사업 ○○에서 높은 실적을 거두다’ ‘모든 ○○에서 고른 평가를 받았다’ 할 때는 ‘부문’이 맞다.
‘구분’과 ‘구별’도 뜻이 다르다. 구분(區分)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몇 개로 갈라 나눈(分) 것으로, 합하면 전체가 된다. 구별(區別)은 성질·종류에 따라 다름(別)이 있어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상·중·하 3개 등급으로 ○○된다’는 ‘구분’이 맞고, ‘서양인들은 아시아인 얼굴을 잘 ○○하지 못한다’는 ‘구별’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