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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한 배나무 덕분에 집안이 흥했던 대구 배나무골
대구 달성군 구지면 예현리에 살던 유 씨 부부는 자식이 없었다. 하루는 꿈에 신령님이 나타나 집 옆 배나무를 잘 돌보면 자식을 얻을 수 있으리라 했다. 부부는 배나무를 정성껏 돌보았고 몇 년 뒤 아들 둘을 얻었다. 아들들은 천석꾼이 되었고 손주들도 부자로 잘 살았다. 그런데 3대 째에 이르러 고약한 자손이 등장해, 동냥온 거지의 쪽박을 깨뜨렸다. 앙심을 품은 거지는 배나무에 불을 질러버렸다. 배나무가 죽자 유 씨 집안도 망하고 말았다. 이후 사람들은 신통한 배나무가 있었던 마을이라 하여 배나무골이라 불렀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예현리(禮峴里)는 나지막한 산들이 많고 골짜기도 여럿인 마을이다. 예현리는 배나무골이라고도 불렸는데, 이 지명과 관련하여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예현리에 유 씨라는 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자식이 없어 늘 슬퍼하였다. 자식 하나 생기기만을 간절하게 빌던 어느 날 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났다. “내일 아침 일어나 나가보면 집 옆에 배나무가 한 그루 있을 것이니라. 그 나무를 정성스레 잘 키우면 바라던 자식을 얻게 될 것이니 훌륭하게 키우도록 하여라.” 유 씨는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방을 뛰쳐나가 집 주변을 살펴보았다. 과연 전에는 없었던 어린 배나무 한 그루가 단정하게 서있는 것이 보였다. 유 씨 부부는 자식을 키우듯 배나무를 돌보았다.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며 거름을 하고 흙을 북돋아 주었다. 그렇게 몇 년을 잘 돌보았더니 어린 배나무는 한 해가 다르게 쑥쑥 자라 기둥이 굵어지고 가지가 튼실해졌다. 몇 년이 지나 유난히 잎이 무성해진 어느 해, 드디어 유 씨 부인은 태기를 느꼈다. 열 달 후 튼튼한 아들을 낳았고 유 씨 부부는 몹시 기뻐하며 정성을 다해 키웠다. 첫 아들을 낳고 2년 후, 유 씨 부부는 두 번째 아들을 얻었다. 생각지도 못한 아들 둘을 얻자, 부부는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 배나무를 아들 키우듯 더욱 정성껏 돌보았다. 정성이 깊어서인지, 유 씨 부부의 두 아들들은 잘 자라 모두 천석꾼 만석꾼의 부자가 되었다. 형제의 자식들 역시도 부모의 부를 물려받아 모두 떵떵거리며 잘 살았다. 그들은 부자였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들을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눌 줄도 알았던 까닭에 근동에서는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3대째에 이르러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약한 자손이 등장한 것이다. 한 번은 어느 거지가 자손의 집 문 앞에서 동냥을 했다. 여러 날을 굶은 거지는 몹시 지치고 배가 고팠다. “밥을 먹은지 오래 되었습니다. 불쌍히 여겨 밥 한 술만 주십시오.” 마침 대문간에 나와 있던 유 씨 부부의 자손이 머슴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 거지를 보았다. 그는 거지에게로 냉큼 달려갔다. 자손을 본 거지는 더욱 굽신거렸다. “대감마님, 부디 한 술 밥을 부탁합니다.” 자손은 벌컥 화를 내며 거지가 들고 있던 쪽박을 빼앗았다. “너희 같은 놈들이 얼마나 찾아오는지 아느냐. 열심히 일해서 벌어먹을 궁리는 안 하고 동냥질이나 하고 다니다니. 어서 썩 꺼져라. 네 놈에게 줄 밥은 한 톨도 없다.” 그러고는 거지의 쪽박을 던져 발로 자근자근 밟아버렸다. 동냥을 주기는커녕 쪽박까지 깨뜨려버린 유 씨 자손에게 몹시 화가 난 거지는 부들부들 떨었다. 어떻게 하면 오늘의 화를 되갚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유 씨 집안이 배나무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거지라고 나를 무시했겠다? 어디 네 놈 집안도 폭삭 망해보라지.’ 그는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려 유 씨 집안에서 애지중지하던 배나무에 불을 질러 버렸다. 다행히 나무가 다 타지 않았을 때 불이 꺼지기는 했지만, 그 날 이후 나무는 시들시들 기운을 잃어가더니 결국 말라죽고 말았다. 배나무가 시들부들해짐과 동시에 유 씨 집안도 나날이 가세가 기울어가더니 마침내 망해버렸다. 한편, 신통한 배나무가 있어 유 씨 집안이 성했다고 해서 이 마을을 배나무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참고자료
웹페이지
디지털달성문화대전, "배나무골", 디지털달성문화대전
웹페이지
김광순. 한국구비문학. 서울:국학자료원, 2001.
웹페이지
두산백과, "예현리", 네이버 지식백과
지방문화원
달성문화원 GO
집필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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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금한 따뜻하게
베풀었으면 좋았을텐데요~^^
설화잼나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