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전날 절여서 씻어 건져 놓은 알타리 김치 다섯 단을 담궜다. 버무려 놓은 양념이 조금 남았는데 내일 파든지 무든지 조금 더 사다가 버무리면 당장 먹을 반찬은 되겠다 생각했다.
저녁에는 몇이 술 약속, 또 그전에 차 한잔 마실 약속이 겹쳐 조금 이르게 집을 나섰다. 마음으로는 그전에 대학로 바끼통에 잠깐 들르리라 마음먹은 터였다.
혜화역 4번 출구에서 곧바로 파병 반대 캠프가 보였다.
나는 대체로 본격적이지도, 원시적이지도 못하고 매번 뜻뜨미지근한 쪽이다.
'으음, 반대야.'
가까이 있는 꽃집에 들러 소국 두 묶음을 사서 들고, 음료수라도, 호빵이라도 사들고 갈까 하다가 그만둔다. 저어기 보이는 캠프 안에 정좌하고 앉아있을 기범씨 옆에서 무얼 쪼작쪼작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늘, 언제나 그렇듯이 기범씨 크다란 눈망울과 마주치고 많이 반가워 하지도, 끼안아주지도 못하고, '나하고 띠동갑 맞지?' 쓸데없는 말이나 또 물었다. 기범씨는 정좌하고 있지 않았다. 기양 왔다 갔다 했다.
내가 오기 직전에 왔다는 피네와 이삔 마중물, 초승달같은 승달이, 애린, 까시, 그리고 가평에서 땅파는 차 운전 일을 하는데 일이 손에 안 잡혀 올라왔다는 임병완(맞나?)총각과 사진도 찍고 떠들고 분위기 좀 망치다 약속이 되어있는 인사동행.
툇마루집에서 이쁘고 착한 오소리와 우연히도 마주쳤다. 또 이모 화가와도 마주쳤다.
(중략)
안국역에서 205번 버스 타고 돌아오는 길, 초겨울 비가 추적추적... 낮에 힘들여(!) 감은 머리를 다시 감지 않을 요량으로 목도리를 머리에 두르고 돌아왔다. 누군가 보았다면 이태리 영화배우같다고 말했을 것이다. 나는 이러케 살고 시프다.
덧붙임 : 참, 천안 동생아, 택배로 부쳐준 배추김치, 갓김치,고추장아찌, 마늘장아찌, 오이지 무침, 순무김치, 볶은 깨, 너희 집 뜰에서 수확한 은행알, 껌 두 박스, 털조끼, 무릎 이불, 조용필 씨디 석 장 다 고맙게 잘 받았다. 네가 엄마같고나!
이삔이 시스터즈랑 피네. 저는 낮부터 나가 잡일을 했습니다. 피네랑 이삔이들은 예술작업반이었고 저는 옥자였습니다. 툇마루까지 모셔다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틀을 거리에 서있었더니 아직도 다리가 쑤십니다. 워낙 부실한 몸이라 선상님처럼 활기차고 멋진 나날을 보낼 주제가 못됩니다,
첫댓글 우와...도대체 내 동생은뭐하는거야.
나는 중략이 궁금하다.
잊었고나, 동생아. 멋진 긴 목도리와 까만 털장갑도 고맙다. <중략>을 궁금해하다니.간도 크고나.
이삔이 시스터즈랑 피네. 저는 낮부터 나가 잡일을 했습니다. 피네랑 이삔이들은 예술작업반이었고 저는 옥자였습니다. 툇마루까지 모셔다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틀을 거리에 서있었더니 아직도 다리가 쑤십니다. 워낙 부실한 몸이라 선상님처럼 활기차고 멋진 나날을 보낼 주제가 못됩니다,
피네랑 이삔이들은 낮부터 일했고나. 피네는 내가 오기 바로 전에 온 것으로 알았구나. 약속이 없었으면 밥이라도 한끼 사야 했는데 미안했다. 나는 툇마루에서 밥은 안 먹고 딴 거만 먹었다. 오소리는 일행이 있어 손 흔들고 먼저 갔다.
재미붙였다. 오늘도 나는 그곳에 가고 싶다.
오늘은 오후에 제가 그곳에 가니 걱정하지마세요. 텐트를붙잡고있겠습니다. 바람에 안 날라가도록.
아 부럽다~~~ 오늘밤 제 동생에게도 보여주겠습니다....펭귄님은 옷따뜻하게 입고가시구요 감기조심하세요
아 여전히 궁금하다~~~ (간이 배 밖에 나옴)
누나, 이 글 일부 따다가 소식지에 넣어도 되야요? 동생이 무얼 보냈건 하나도 안 부러워요. 요새는 소식지에 넣을 글감만 보여. 다른 것은 눈에 안 들와요.
중략도 물어봐서 꼭 넣어줘. 거그 가서 볼게. 응? 아해.
너무 옷을많이 입고가서 더워서 지쳤어요. 지하철서 너무 씩씩 하게 자서 종점에 왔는데도 몰라서 어떤 아저씨가 깨워줬어요. 씁 침을 닦고 문 닫히기 전에 후다닥 얼른 내렸어요. 안 그러면 차량기지까지 가야되요.그러면 집에 못가요 쪽팔려서. 읍.
아해, 소식지에 올려도 상관없어야. 순무김치는 정말 맛있어야./벙아, <즁략> 내용 가운데 '백'자 '세'자 '주'자가 들어가는 것만 일러주마/ 펭아, 주색겸비에서 졸매 졸매 종점까지 간 건 you 하나 뿐일 것이다. 반성하라./
웅, 누나. 원고료는 없고 다음에 만날 때 누나 좋아하는 소국 한 다발 내밀께요. /펭, 펭 글 두 개 올랐다고 혹여 소국 두 다발 기대하지 마. 니는 도리어 나한테 두 다발 줘. 이유는? 칭궁개!
윽. 백세주. 그거이 어떻게 생긴 거더라. 요즘은 도통 모르겠네요. ㅠㅠ 소국도 어떻게 생긴 건지 모르겠다. 아해. 나두 한 다발 어찌 안될꺼나? 하나락두. 왜? 칭궁개.
두 말해 무엇해?
히~
아. 우리 집이 종점입니다. 수서역. 차량기지만 안 끌려가면 됩니다. / 소국을 두 다발이나 해서 뭐하게. 참 접때 건희가 나한테 준 소국 우리 부엌 유리창 앞에서 고이고이 안즉도있다. 되게 천천히 시드네.
네. 임병완씨 마저유. (또 디뿍잉거 가트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