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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벨기에 vs 프랑스 상세 리뷰 (사커월드 Zizou님)
2월18일 저녁, 70번째 만남이 열리는 벨기에 보두앙 국왕 구장(Le Stade du Roi-Baudoin)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운동장에 물이 고일 정도는 아니었으나 상태는 매우 무겁고 미끄러웠습니다. 기술을 비탕으로 한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두팀 모두에게 이득이 될만한 환경은 아니었지요. 게다가 프랑스 입장에서는 원정 경기이고 작년 11월17일 도이치란트 원정(프랑스의 3-0승) 이후 3개월 만에 모이는 것이라 승리에 굶주린 '붉은 악마'들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경기였습니다.
벨기에 국대는 웨스리 쏭크(Wesley Sonck), 뷔펠(Buffel)를 투톱으로 한 4-4-2, 한가지 특이한 점은 센터백 자리에 올 17세 콤파니(Vincent Kompany)가 선발된 것이었습니다. 반 뷔텐이 부상에다 요즈음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는게 원인으로 작용했겠지요. 미들에는 반 데어 헤이든(Van Der Heyden) 바쎄지오(Bassegio), 엠뻰자(Mpenza), 크레망(Clément) 수비에는 왼쪽에 반담(Van Damme), 오른쪽에 드플랑드르(Deflandre) 중앙에는 씨몬스-콤파니(Simons-Kompany)를 배치했습니다.
프랑스는 앙리-트레제골 및 싸뇰등의 기권으로 4-2-3-1로 변경되지 않을까하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허나 국대 초년생 싸아-루인둘라를 투톱으로 한 4-4-2를 그대로 유지하더군요. 지단, 다꾸르, 비이라 순으로 수성된 미들은 피레스 대신 고부가 오른편 윙을 맡았습니다. 수비에는 씰베스트르-걀라스가 각각 왼편과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되고 중앙은 드싸이(이날로 116경기)-튀람이 책임지게 됩니다.
썅티니 감독이 부임한 이래로 지금까지 단한번도 동일한 선수구성을 한적이 없었기에 엽기적이라고 까지야 말할수는 없었으나 상당히 의아한 선수 구성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일단 예상은 했었으만 겨우 하루 동안 호흡을 맞춘 신인 둘을 정말 투톱으로 선발한 것부터 과감한 결정이었습니다. 리용에서야 고부가 주로 오른편 윙으로 뛰니까 이상할 것은 없지만 국대에서는 이날 처음 보직을 맡게된 것입니다. 빌토르, 피레스, 지우리가 주전 경쟁을 하는 자리인데 참 그들 장래가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왼편 윙백에 전문가 리자라쥬가 있는데 그자리에 씰베스트르를 선발한 것도 의문입니다. 걀라스는 OM 시절 주로 오른쪽 윙백으로 뛰었으나 OM을 떠난 이유가 윙백으로 뛰기 싫어서 였는데 ... 그런 선수를 그 자리에 강제(?)기용한 것도 의외적인 일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 시작 후 튀람이 결국 오른쪽으로 빠지고 걀라스가 중앙을 맡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잠시 집중력을 잃은 튀람에게 볼을 가로챈 뷔펠은 재빠르게 페널티 에리어로 돌진합니다. 전진한 바르테즈의 프레싱을 피해 왼편으로 방향전환을 하면서 칩샷을 시도하는 순간 그만 미끄러지고 맙니다. 프랑스로써는 뜨끔했던 순간이었습니다.(전반 2분경) 벨기에는 엠펜자가 투톱 위치로 올라와 4-3-3의 경기를 펼치고 있었고 미들에서 부터 강력한 프레싱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약간 당황한 프랑스는 점점 뒤로 물러나는 경기를 하더군요. 벨기에의 견고한 지역방어와 미들진의 프레싱에 말려 별다른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 프랑스는 거의 모든 선수가 중앙선을 넘지 못하고 수비를 정비하면서 긴 패스를 이용한 카운터 어텍을 노립니다. 프랑스는 간간히 돋보이는 패스로 한순간 벨기에 수비 간격을 벌리는데 성공하나 그다음 동작으로 연결이 되지 않아 공격은 중간에서 차단되고 맙니다.
전반 11분 경, 지단이 깊숙하게 찔러준 그림같은 롱패스를 받은 루인둘라는 가슴으로 볼을 컨트롤하는 즉시 논스톱 슛을 시도하나 홈런이 되어 버립니다. 볼컨트롤이 약간 길어 오른편으로 빗나가는 볼을 발리 슛으로 연결하는 순간 중심이 뒤로 쏠렸으니 ... 물론 땅이 미끄러운 원인도 있었겠지요.
경기는 약간 지루할 정도로 미들들의 '닭싸움'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쪽이 볼을 잡으면 곧바로 되빼앗고, 그러다 다시 상대에게 빼앗기고 ... 두팀 모두 원하는 게임을 전개시키지 못하고 주춤거립니다. 17분 경, 벨기에 선수와 볼싸움을 하다 충돌한 다꾸르가 절뚝거리며 마께레레와 교체되어 나갑니다. 경기는 팽팽했으나 1대1 승부에서 벨기에가 리드하는 인상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벨기에 공격은 느슨해 보이는 프랑스 수비를 걱정시킬만큼 날카롭지는 못했습니다. 지단의 불티나는 활약이나 싸아루인둘라의 개인 돌파 등등으로 칼날을 세우는 쪽은 오히려 프랑스였습니다.
26분 경, 싸아는 경기 시작 후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킵니다. 10여 미터를 드리블하면서 그가 보여준 순간 가속능력은 잠들어가는 관중들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습니다. 수비를 헤집고 페널티 에리어로 침투해 들어간 그를 두명의 수비수가 센드위치를 만들어 버립니다. 한수비가 뒤에서 밀고 그 순간 다른 수비가 발을 걸면서 충돌해 싸아를 덥치며 넘어집니다. 그 순간 모든이들이 분명 페널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심은 그냥 경기를 진행시키더군요. 잉글랜드 주심이 진행하는 프랑스 국대 경기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 그들은 늘 마치 한국 국대가 니뽕주심에게 받는 것과 비슷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제가 늘 프랑스를 응원하고 보는게 아닌데 말이죠.
역시 운동장이 미끄러운게 양팀 모두에게 방해거리가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드리블하고 간격을 만들어 내는 이는 지단이었습니다. 허나 가쟁이 사이로 지단이 밀어준 자로잰 패스가 0.01초가 늦어 수비에 걸리기도 하고 볼을 잡는 순간 미끄러져 컨트롤 미스가 나는 것은 어쩔수 없었습니다.
전반 30여분이 지나면서 경기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가 여러 각도에서 공격을 시도하나 벨기에의 견고한 지역방어에 번번히 걸리게 됩니다. 프랑스 공격 방향이 대체로 왼쪽, 중앙, 오른쪽 균형을 이룬 반면에 벨기에는 비정상적으로 오른편으로 쏠리고 있었습니다. 그많큼 이날 쏭크와 엠펜자의 활약은 두드러지게 눈에 뛰었습니다. 수비에서는 콤파니의 활약이 정말 두드러지더군요. 17세란 나이가 의심될 정도로 그는 성숙한 프레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비 능력 뿐 아니라 수비후 공격에게로 볼을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상황에 따라 미들에게 혹은 최전방에게 적절히 볼을 배급할 줄 아는 그는 때때로는 리베로 역할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장을 한눈에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앞으로 정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야할 선수임이 분명합니다.
경기가 좀 지루하게 진행되다보니 이날 처녀출장한 신인들에게 눈길이 많이 가게 되더군요. 싸아-루인둘라 모두 원래는 타켓형에 가까운데 그둘은 때로는 프리형(프랑스에서는 9.5번형이라 표현합니다. 앙리의 프레이가 대표적인 예) 때로는 타켓형의 역할을 서로 바꾸어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어색함을 지워가고 있었습니다. 벨기에-프랑스전에 무승부를 점치는 도박사들이 많았었는데 이대로 전반이 종료되는가보다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10여 미터 전방에서 볼을 잡은 루인둘라는 환상적인 드리블로 수비들을 재끼며 총알처럼 골문을 향해 뛰어들아가는 싸아의 등뒤로 킬패스를 찔러줍니다. 왼발로 컨트롤을 하며 오른발쪽으로 볼을 흘리며 슛하려는 그를 씨몬스가 백테클을 가합니다. 쓰러지며 오른쪽으로 싸아가 흘려준 볼을 뒤따라 들어오던 고부가 완벽하게 골킵을 속이는 대각선 슛으로 1-0 ! (전반 45+1)
일단 싸아가 테클을 받고 넘어지는 순간 명백한 페널티였습니다. 그러나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습니다. 순식간 오른쪽으로 흐른볼을 고부가 득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주심이 일단은 어드벤티지를 적용한것 같습니다. 만일 싸아가 페널티만 믿고 동작을 그 순간 멈추었다면 어찌되었을까요 ? 물론 주심이 페널티 선언을 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전반 17분 경 처럼 그냥 넘어가 버릴수도 있었습니다. 싸아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킬러가 가져야 할 표본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순간적으로 휘슬이 울리지않았으니 테클을 받고 넘어지면서도 동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 넘어지면서도 오른쪽에 있는 동료를 향해 볼을 흘리는 노력을 합니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샹티니 감독은 골을 넣은 고부보다는 그 득점의 직접적 원인이 된 루인둘라와 싸아의 프레이를 더 칭찬하더군요. 제가 감독이라도 그랬을 것입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마자 썅티니 감독은 고부 대신 피레스를 씰베스트르 대신에 리쟈라쥬를 투입시킵니다. 벨기에는 골킵을 교체합니다. 전반에 주로 중앙에서 뛰던 지단이 리쟈라쥬와 콤비를 이루며 왼편으로 쏠리게 됩니다. 고부를 대신해 오른쪽 윙을 맡은 피레스는 의외로 중앙에 전념하더군요. 프랑스가 전반보다는 더 저돌적으로 공격에 전념하게 되나 벨기에의 수비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순간 벌어지는 간격을 이용해 반격을 시도합니다. 순간 스피드에서 밀린 프랑스는 파울로 벨기에의 공격을 저지합니다. 59분 경에는 페널티 에리어 경계지역 왼편에 위험한 프리킥을 허용합니다. 쏭크의 빠르고 잘 감아찬 프리킥은 바르테즈를 속이나 아깝게 가운데 골대를 맞고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61분경 루인둘라는 마를레로 비이라는 로텐으로 각각 교체됩니다. 이 순간 프랑스는 4-1-3-2로 변하더군요. 포백 앞에 마께레레 혼자만 남고 왼편으로부터 로텐, 지단, 피레스가 싸아(타겟형)와 마를레(9.5형) 투톱을 지원하는 형태의 시도였습니다. 좀 이상하기는 했고 또 그렇다고 경기 내용을 완전 뒤집어 버린 시도는 아니었으나 결실을 본 전술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지단이 여러번 볼을 빼앗기는 바람에 뒤에서 마께레레가 고생을 좀 했지만 프랑스는 새로운 득점공식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지단이 중원에서 여러번 볼을 빼앗길 만큼 벨기에 역시 저돌적으로 싸움에 임했습니다. 지단이 공격지휘를 못하도록(다른 공격수에게 볼배급을 못하도록) 철저하게 마킹하며 고삐를 조여댔습니다. 또 지단에게 빼앗은 볼은 간혹 위기 순간으로 이어지나 바르테즈를 걱정시킬 정도로 심각하지는 못했습니다.
벨기에의 프레싱에 한동안 당하고만 있다가 반격에 나선 지단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부터 단독 드리블을 하며 골문을 향해 질주해 갑니다. 왼편에 로텐이 노마크 챤스로 뒤따라 오고 있었고 지단이 왼편을 보면서 달리고 있었기에 누구나 그에게 패스를 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지단이 주춤하는 사이에 벨기에 수비수들은 왼편으로 쏠리면서 로텐쪽으로 가게되리라 추측한 볼을 미리 차단이라도 하려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지단은 뒤에도 눈이 달린 것일까요 ? 왼쪽을 보면서 달리던 그는 앞에서 위협하는 수비수 가지랭이 사이로 모든이의 상상을 뒤업고 오른쪽으로 볼을 흘립니다. 오른편에서 지단의 뒤를 따라오던 싸아에게 '까비아(Caviar)'를 선사한 것입니다. 또 자신에게 볼이 올수도 있다는 것을 예감하고 준비하고 있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단한번의 챤스를 침착하게 결승골로 성공시킵니다.(후반 76분 경) 이미 팀프레이에 융합되어 지단의 의도를 읽고 있었으니 그 적응속도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골을 넣은 후 지단에게로 뛰어올라 안기는 그의 모습이 한없이 귀엽기 까지 하더군요.
후반 78분 지단은 까뽀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나갑니다. 마를레, 까뽀, 로텐, 피레스 등 공격적인 선수 구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한템포 리듬을 낮추어 얻은 득점을 관리하는 쪽으로 작전을 바꿉니다. 벨기에가 들어오도록 그냥 가만히 놔두며 한발짝 뒤로 물러서면서 기회주의적인 바쎄지오와 쏭크에게 반격을 허용하는듯 했으나 리쟈라쥬에 의해 무산됩니다. 85분 경에는 싸아 대신 멕세스를, 그리고 걀라스 대신 붐송을 투입해 굳히기 작업까지 벌입니다.
프랑스에게 비록 화려한 승리는 아니지만 그리 힘들이지 않고 얻은 승리였습니다. 14게임 연승, 7게임 연속 무실점 행진을 했다는 조그만 만족감도 얻은 것 같습니다. 비틀거리면서도 실점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리고 작년만해도 불안하기 짝이 없었는데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4개월 남짓 다가온 유로2004이기에 언제까지나 시험만 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는 3월31일 예정된 네덜란드 원정 게임 후에는 베스트로만 추려진 23명의 스쿼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잉글랜드 에릭슨 감독은 유로2004 결승에서 프랑스와 만나게 될 것이라 장담하고 있습니다. 도이치란트 국대 하만(Dietmar HAMANN - Liverpool)은 현재 유럽 강호들 중 도이치란트를 이길수 있는 나라는 프랑스 밖에 없다는 공언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2 월드컵때 한번 추락을 경험한 프랑스로써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평가일 법도 합니다.

첫댓글 zizou님이 프랑스에 거주하셔서 항상 프랑스 경기가 있을때마다 프리뷰,리뷰를 써주시더라구요. 그분께 언제나 감사할따름입니다.
까비아가 뭐죠? 상어알 이라는 뜻인데 지단에게 어떤 특별한 다른 뜻으로 표현하나요? 마르세유턴같이
사하의 골을 만들어준 지주의 패스장면을 보는데,,,아침부터 전율이 쫘악...
'14게임 연승, 7게임 연속 무실점 행진'에 올인!
잘 읽었습니다. 실제로 경기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네요.^^; 프랑스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평가는 정말 놀랍습니다.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
그분 우리 카페에 가입하셨으면 좋겠어요.
어제 소개 시켜드렸어요. +_+ Zizou님께..
옛날 슬로베니아전 것부터 저분 글을 봤는데 언제봐도 경기를 보고있는듯한 느낌을 주네요.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신 분 같습니다.
우오오..좋은글 잘봤습니다.사아 만유선수지만..;; 잘하네요레블레 올때만 예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