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리 이광희 대표… 가수 이상우씨 등과 뜻깊은 하룻밤 마련
지적 발달 장애인을 위한 기금 마련 행사는 종종 열리지만 이들과 그 가족만을 관객으로 초청하는 콘서트는 이례적이다. 28일 오후 7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그런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 무료로 진행되는 '지적 발달 장애우를 위한 소원 콘서트'. 1800여개의 객석이 준비돼 있다. '프라더 윌리 증후군'(15번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장애)을 앓는 18세 아들의 어머니이면서 남편과 함께 공연 기획사 '하늘소리'를 이끌고 있는 이광희 대표가 지난 1년간 동분서주하며 이 행사를 성사시켰다.
-
- ▲ ‘지적 발달 장애우를 위한 소원 콘서트’를 여는 공연기획사‘하늘소리’이광희(오른쪽) 대표와 이 콘서트에 참여하는 가수 이상우. 두 사람은 모두 발달 장애를 지닌 아들을 두고 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김동건 아나운서의 사회로 가수 조영남, 최백호, 색소폰 연주자 대니정, 개그맨 심현섭 등 다양한 분야의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역시 발달 장애 아들을 둔 가수 이상우. 그와 그의 아들 승훈이의 사연은 '인간극장' 등 각종 TV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이 대표와 이상우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 지난 16일 광화문 한 카페에 나타난 두 사람은 "후원을 얻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다"며 "그저 발달 장애아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사실, 제가 공연 기획을 오랫동안 하고 있지만 정작 제 아들을 콘서트에 데려간 적이 없어요. 대체로 발달 장애아들은 집중력이 부족해 공연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에티켓을 어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다른 부모들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을 거예요. 그분들이 모두 모여 마음 편하게 놀다가 쉬다가 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이들 때문에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면 좀 어떻습니까? 다 이해하잖아요. 그리고 모인 김에 가족들은 속을 터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상우는 "이런 생생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콘서트는 발달 장애아들에게는 거의 평생 최초의 경험일 것"이라며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가수들이 관객들을 향해 다양한 방식으로 손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발달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부모로서 현실적인 고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상우는 "부모로서 정말 답답한 것은 자식의 미래가 안 보인다는 점"이라며 "오죽하면 '내 새끼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겠는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 아들은 주체 못할 식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자신의 허기가 해결되지 않을 때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까 봐 늘 걱정이 많은데 가족들이 함께할 때야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우려가 심각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아들들은 현재 비장애아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상우는 "사실 장애아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 비장애아들에게 더 좋다"며 "자연스럽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짜 고민은 이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난 뒤에 시작된다. 이 대표는 "고교 졸업 후 이 아이들이 안정된 직업을 갖고 살지는 못하더라도 부모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은 마련이 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개개인이 노력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콘서트는 아주 작은 첫 걸음입니다. 발달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이뤄나가야 할 게 무엇인지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자는 게 궁극적 목표죠." 이 콘서트의 부제는 '제 숨을 쉬며 사는 삶'이다. 공연문의 1566-2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