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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진·KIAST 경영대 교수
예전에 미국 출장길에 만난 어느 다국적기업 중역이 "문화적 차이는 극복할 수 있지만 시차는 절대 극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감이 간다. 낮과 밤이 바뀌는 미국이나 유럽 출장은 고역이다. 시차는 극복되어야 하는 대상이지만 그 시차를 활용하는 전략도 있을 수 있다.
인포시스는 인도에서 태어난 대형 IT 다국적기업이다. 연매출 82억달러(약 9조원·2014년 3월 기준)에 영업이익 19억달러(약 2조2천억원)로, 최근 높은 가격으로 상장된 삼성SDS의 지난해 7조원 매출과 5000억원 영업이익에 비해 훨씬 수익성이 높다. 특히 삼성 SDS의 해외 매출이 50% 정도인 데 비해 인포시스는 98%를 넘는다. 매출의 63%가 미국에 집중되어 있고, 유럽이 22%, 그 밖의 나라가 12%를 차지한다.
인포시스의 성공 요인은 시차를 활용한 글로벌 사업 모델에 있다. 인포시스가 창안해 GDM(Global Delivery Model)이라고 부르는 이 사업 모델은 해외 현지에 있는 2명의 직원과 인도에 있는 3명의 직원이 한 팀이 되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에 있는 직원이 고객을 만나서 주문 사항을 파악하고 저녁까지 자세한 사양서를 만들어 인도에 있는 팀원에게 보내면, 아침을 맞은 인도 직원이 받자마자 일을 시작한다. 또 인도 팀이 인도 시각으로 저녁까지 작업한 것을 뉴욕으로 보내면, 뉴욕에서 아침에 이를 받아 다시 고객과 미팅하면서 수정 사항을 받아 저녁에 인도로 보내는 식이다.
이처럼 인포시스는 시차를 피하기보다 오히려 활용하여 24시간 작업한다. 또한 인도의 낮은 임금을 최대한 활용하므로, 단가도 경쟁사에 비해 낮출 수 있다. 그 결과 2001년 4억달러였던 매출이 14년간 20배 이상 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 인포시스의 사업 모형은 타타컨설팅과 와이프로 같은 다른 인도 IT 기업들에 전수돼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고, 벵갈루루가 제2의 실리콘밸리가 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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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정인성 기자
그러나 최근 인포시스는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 인포시스 사업 모델의 가장 큰 약점은 인도 출신 엔지니어끼리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포시스 직원 대부분은 인도공과대학(IIT)이라는 엘리트 대학 출신이다. 이 중 일부가 미국에서 유학한 뒤 인포시스에 취직하여 미국 현지 직원이 된다. 서로 같은 대학 출신이라 서로 척 하면 다 안다. 제아무리 이메일과 영상 통화가 발달하였다고 하나, 서로 유사한 배경이 없으면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어렵고, 혹시라도 서로 잘못 이해하면 작업한 것이 쓸모없어진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미국을 제외한 유럽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미국처럼 인도 출신 엔지니어를 쉽게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포시스가 그런 지역에서 고전하는 이유다. 인포시스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시장이 정체됨에 따라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고 하지만, 인도인이 아닌 현지 직원과의 문화적 차이로 자신의 강점인 글로벌 모델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IBM과 같은 다국적기업들은 반대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여 인포시스에 대응하고 있다. IBM의 강점은 전 세계에 있는 해외 자회사 현지 직원들의 능력을 표준화시켜서 심지어 비영어권 현지 직원들도 다른 나라에 있는 현지 직원들과 필요에 따라 협업이 가능하게 만든 데 있다. 이를 위해 IBM은 전 세계 종업원을 250개 기술로 구분하고, 승진 시 필요한 14개 핵심 역량을 정의하고 9개의 리더십 자질로 평가하여, 이들을 세계 어디서도 활용할 수 있는 통합 글로벌 기업(Global Integrated Enterprise)이라는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이처럼 인포시스와 IBM은 각각 시차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사업 모델로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도 나름의 글로벌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시차와 문화적 차이는 모두 극복 가능하다. 그것이 글로벌 경영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