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 그 중에서도 할리를 탄다고 하면 흔히 듣는 소리가 있다.
팔이 아프지 않나요? 속도가 얼마까지 나오나요? 몇 cc예요? 위험하지는 않는지... 바이크 가격이 얼마예요?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팔이 아파요. 하지만 편하게 가려면 자가용 타고 가는게 좋죠. 불편해도 타는게 바이크입니다.
속도가 얼마나 나나요. 할리는 속도가 안나요. 100km 넘으면 힘들어요.
몇 cc에요? 1450cc예요. 제 몸무게가 67kg인데 이 몸무게를 시속 80km로 이동 시키기엔 50cc로도 가능하지만
제 바이크는 쓸데없이 1450cc예요.
위험하지는 않은지... 위험하게 타면 위험하고 안전하게 타면 안전하고 나머지는 운명이죠.
가격은 얼마예요? 비싸요.
이보다 더 자세히도 더 간단하지도 않게 그 언저리 쯤으로 대답한다. 사실 매번 뻔한 질문이 귀챦다.
가끔가다 나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가 왜 이걸 타게 되었을까? 라고
고 김광석의 이야기처럼 40살이 되면 그냥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막연한 버킷리스트였던 것 같기도 하고
동그란 바퀴 달린거라면 뭐라든 다 매료되는 남자들만의 본능에 충실하다보니 여기까지 흘러온것 같기도 하다.
구구절절한 미사여구가 필요없이도 그냥 바이크가 거기 있고 나는 그것을 타는 것 뿐이다.
-라고 말한다면 너무 드라이 하지 않은가?
문득 만세 핸들 대신 안락한 핸들바 그리고 효율적인 배기량 컨트롤하기 좋은 무게따위를 거부하고
굳이 이 금속덩어리를 타는 이유에 대해 뭔가 낭만적인 당위성을 꺼내 보이고 싶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40중반에 이제는 삶의 어떤 목표를 위해 거칠게 달릴 일도 없고
인간관계의 번잡스러움도 한낱 귀챦은 허상처럼 느껴지게 되면서
허무함이라는 안개가 내 삶을 자욱하게 휘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라고 해야할까?
젊었을때는 인생의 속도 기능 효율 종국에 성공을 생각하며 달려왔다면 이제는 그것과는 다른 무엇을 찾아 볼 나이가 된 것이라는
작은 깨달음을 이 쇠뭉치 바이크에서 유추해 보려함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하다.
다시 처음 물음으로 돌아와서 할리를 왜 타는가?
가장 간단한 답은 탈수 있기 때문에 타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나 탈 수 없기에 더 매력이 간다.
꼭 금전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이 비효율적인 바이크를 타고 구입한다는 것은
돈지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아도 열정의 힘으로 타고 다니는 라이더들도 많다.
즉 나는 인생을 굳이 효율과 기능, 가성비으로만 판단해서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팍팍한 단계를 넘어 섰던지
아니면 그것을 극복하고서도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바이크를 탄다는 것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던지 아니면 극복해 내야만 맘 편하게 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반대로 끊임없이 가족들의 걱정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인생에 하나 정도는 도대체 내맘대로 할 수 있는 쓸데없고 무모하고 위험하다고도 할 수 있는 짓거리가 있다는 거
멋지지 않은가? 시속 80~100키로의 속도로 바이크를 타면서 느끼는 정도의 위험함과 스릴마저 없는 인생이라면
차디차게 식은 내 심장에 사형선고를 내려주는 편이 더 나으리라. 박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서 다 살아 있는 심장이
라고 말할 순 없다.
결국 자동차란 기계는 모두들 꼭 필요에 의해서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할리는 여러모로 남들과 다른 어떠한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탈 수 있는 기계인것이다.
또한 기계란 것이 인간 문명의 산물로써 대개 인간의 고유 능력이나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것인 경우가
많다. 할리는 기계의 태생을 간직하면서도 인간으로써의 나의 몸을 이용하여 조작한다는 의미에서 자동차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할리를 명마에 올라탄 기분으로 묘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게다가 말발굽은 소리는 말할 나위도
없다.
조작의 관점 뿐만 아니라 자연을 느끼는 방법도 자동차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바람을 느껴야하고 추위 더위를 그대로
다 느껴야한다. 간혹 비나 눈까지 느껴야할 때도 있다.
사람이 자동차를 탄지는 100년이지만 말을 타고 달린것은 적어도 만년 가까운 시간이였을 것이다.
내 몸 속 후생유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그 기억을 일깨우는 그 야성에 매료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에게는 할리를 타다보니 만세 핸들을 타본 것이 아니라
만세 핸들을 타보기 위해 할리를 선택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만세 핸들이 오히려 편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상 포지션에 맞게 잘 설계된 핸들보다 더 편하기야 하겠는가
어렸을 적 빨간 망또를 휘날리며 팔을 쭉 뻗어 달려가면 왠지 슈퍼맨처럼 날게 될 것만 같던 기억은 남자라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만세 핸들에 손을 올리고 팔을 지나 겨드랑이 사이로 지나는 공기의 흐름을 느끼고 있자면
이상의 소설 한 귀절이 생각난다. 겨드랑이가 가렵다.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다시 내가 왜 할리를 타는 이유에 대한 낭만적 포장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위에 몇가지 두서 없는 이유를 들었으나 결론적으로 생각해 보니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동경이
할리를 타는 이유가 된 것 같다.
어릴 적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고 싶었던 욕망 날고 싶었던 욕망 뭔가 거대한 것을 조종하고 싶었던 호기심
바람을 가르며 산과 들을 느끼고 싶었던 감정들...
이런 자연스런 욕망은 세상을 살다보니 시간과 효율 목표에 쫓기며 서서히 지워 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사십 중반에 뭔가 느슨해 지기 시작했다고 생각 될 무렵
과연 어른이 되어서 추구했던 그 가치들에 더 박차를 가하면서 살아야할지
아니면 조금 늦게 조금은 쓸데 없이 조금은 별 이유나 목적이 없는 것에 내 몸을 맡겨 보는 것이 더 나을 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름 열심히 살아 온 인생이지만 그렇게 달려 온 만큼이나 잘 감속을 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리라
그 속도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욕심쟁이 고집쟁이 노인네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천천히 가고 불편함에서 오는 맛과 멋을 즐길 줄 알고
내가 진정 바라던 것이 돈이나 명예였었는지
아니면 내 겨드랑이를 스치는 한 줄기 신선한 바람 슈퍼맨처럼 날고 싶은 욕망 말발굽 소리에 뛰는 심장이였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첫댓글 와 멋진 말씀 이십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간만에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만세로 바꿔야하나 고민되네요 ^^
만세가 답이죠 ㅋㅋ 뽐뿌글이 되었다니 ㅎㅎ 자 이제 지르세요
두 부류로 나눠질듯
오토바이 타시는 분들
난 바이크를 탄다
난 할리를 탄다로...
동감합니다
시라는게 꼭
난해한 비유와 모호한 상징으로 가득 찬
언어유희로만 존재하는건
아닌것 같은게...
외로운 라이더님의 글을 보면 알것 같네요
그저 한편의 아름다운 산문시를
보는것 같습니다~^^
저도 10년 넘게
벼르고 벼르던 할리를 입양할 당시
마음뿐이었지 장비며 등등...
준비가 덜 된 탓에
캐쥬얼 운동화, 길거리표 바람막이에
기지바지 입고도 팻보이 위에 앉으면
세상을 다 가진듯 했드랬죠. ㅎㅎ..
너무 극찬이시라서 부끄럽습니다
@론리라이더 이정도 할리철학이면 님의 일상은
안봐도 비디오죠~ ㅎㅎ..
일단,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한 무한책임감이 있으셔서
가족 구성원들에게 존경을 받을 것이고
또한, 남의 실수에 관대한 반면
자신에겐 엄격하시겠죠.
할리가 우리에게 많은 심리적 위안을 주지만
실제로는 엄격한 테크니션 아니면
엄청나게 위험한 쇳덩어리기도 하니까요.
할리어가 반드시 열혈 라이더일 필요는 없죠.
일상의 평온함이 살짝 지루해질때
기분전환용으로 이세상에
할리만한게 있을까요?
그리고, 내 삶의 활력충전소이자
현대 기계문명의 정수인 할리의
최고덕목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안전라이딩! 이라는거...^@^
할리를 결정 하는데는 많은 논의나 다른 고민이 필요 없겠죠?
내가 할리를 타는 이유는? 단지, 할리이기 때문에...
굳이 왜 할리만 고집하지? 묻는다면 다른 선택에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가고 불편함에서 오는 맛과 멋을 즐길 줄 아는~ 너무 멋있는 말이네요!!! 돌고 돌아 다시 할리로 왔는데 다시한번 할리 타는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긴글 멋지게 읽었습니다.
추가한다면 저는 바람을 좋아하는게 맞아요.
공감가는 글 잘 읽엇습니다.
긴글을 긴글처럼 느끼지 못하고 읽었네요
넘 잘 읽었슴다. 오래오래 타시자구요 ㅎㅎ
정독 했습니다 공감합니다 ㅎㅎ
느낌대로 감성대로 ᆢ즐기며 사는게 정답이라 생각이 드네요 ᆞ공감 합니다~^^
40중반인데도 불구하고 인생의 뒤안길에서 인생을돌아보는듯한 여유와 관목!
한마디로 멋집니다
글.그림 솜씨가 좋네요
몇살 더먹은 제가 오히려 살짝 부끄럽네요
멋진글 잘보고갑니다
자동차는 몸을실어나르지만
바이크는 영혼을실어나릅니다..
공감 가는글 입니다
할리는 동행이죠~~^^
안녕하세요.^^ 간만에 글을 올린 론리라이더선배님에 글을 읽다보니 할리
타는이유를 알게 된 계기가 되는 글입니다.^^
내가 할리를타는 이유 다 다른이유가 있겟고 다른 생각도 있을수 있고 각양각색에 사람들이 할리데이비슨을 이용하고 있겠지요 캬브가 최고다 인젝션이 편하고 좋타 핸들은 만세가 좋타 비치바가 좋타 티바 드렉바 몽키바가 갑이다 여러 의견도 있구요 하지만 할리를 같이 타면서의 그 동질감은 참 타바이크랑 다르게 군대동기같은 마음이 전우애같은 이끌리는 부분이있지요!! 그런부분이 존재하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할리와 함께 지내는것 같습니다!!여튼 저의 동경은 30여년전에 락 메탈밴드들이 유행할때부터 그들이 평소에 할리를 타는 모습이 참 멋진 동경이었던것 같네요!!그리고 지금은 님과 같은 헤리스프링거 캬브타고 있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멋진 말씀이네요! 할리 남자의 로망이니까요!
오랫만에 공감가는 글
재밌게 읽고갑니다
비싸고 무겁고 씨끄럽고
뜨겁고 조금은 느려도
영혼을 즐겁게해주는
기계는 할리만한게 없더군요
늘 좋은날 되세요.ㅎ
누구나타고싶어하지만
아무나탈수없기에
저는할리를탑니다~
1.어릴때 백색 크롬빨에 반해서 73년
2. 출퇴근시 버스노선이 정해지지않해서
3 . 그냥타보고싶어서
4 .자빠링 하고나서 세우려다가 허리다쳐
버리긴 아깝고 애물단지가 되어서
5 . 언젠가는 70년식 셔블을 타보겠다는 일념으로 할리를 타고 있습니다.
오도바이 왜 타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입니다..^^ 할리는 만쉐죠...
그냥~~
좋아서~~
???
확 와닿네요 딱 제가 제주위사람들한테 하고픈 말이기도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가깝게 할리에 다가갈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할리가 특별한 메리트가 아니라 누구나 손만 뻗으면 닿을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할리 아니라도 아메리칸의 매력을 많은분들과 공감하는 감성을 나누고 싶습니다
할리의 매력은 남들과 다름을 인정하는거 아닐까요? ^^
혹시 글 쓰시는 분이세요? 어쩜 이리도... 짱이십니다.
공감합니다
완전 공감 합니다. 울 마누라 한테 정독 시키고 있습니다 아자아자
글도 멋지게 쓰셨네요.
가끔 왜 내가 할리를 좋아하나 생각을 종종하지요.
3일 정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면 궁금해지는 마약같은 존재입니다.
이제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쇠덩어리를 곁에 둘수 있을까 가끔은 미리 염려를 해 보지요
이거 움직일 수 없는 근력이면 내 인생도 다 된거라고 생각하니까요
한마디로 타는 맛. 즐거움이 있기에 이 마약질을 못 버린답니다
ㅎㅎ 단속 글읽고와서 이 글읽으니 힐링~이 되네요..ㅎㅎ 행복한 주말 되세요..^^
정말 멋진글이네요. 할리가 주는 매력을 잘 표현해주신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모처럼...나는 왜 할리를 타는가,,,?
자문 하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형님 건안하시죠.
좋은글 감사합니다 ^♡^
완전 공감 합니다 👍 할리 = 인생 = 희노애락 , 기계에 인생을 담을수 있는 유일 무이한 브랜드
팍팍 와닿습니다
추가로는
ㅇ혼자 어딘가 훅~ 떠날수 있어서
ㅇ집에 있는것중 유일한 내꺼라서
ㅋㅋ
에고~~~~~ 답글이 많아 내리다보니 여까지 왔네? 백퍼 공감하구요 올핸 문학쪽으로도 관심 주셔도 될듯하네요 ....................
내가 지금 나에게 무엇을 선물하고 싶은가? 라는 질운을 문득 맘속으로 한적이 있었습니다 사는게 바빠 잊고살았던 할리가 문득 생각나서 바로 질러버렸던 기억이 떠오르는 글이네요
살아가며 우연히라도 뵙는다면 커피 한잔 대접하며 서로에 생각을 공감하고 싶네요
존글 잘읽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늘 해피한 라이딩 하시길~~^^
평범함을 생각했다면 결코 할리를 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남다른 열정과 감성 이것이바로 할리인것 같습니다 좋은글 잘봅니다👍🏍🏍🏍
할리를 선택한건 정말 잘한짓~?
이었습니다^^
할리를 탄다는것 자체가 성공한삶 이라고 자부하는 일인입니다
예전에 파9님 필력이 상상조차 할수없는 그런 신급 이였는데 요즘은 활동 않하시지만 ..마치 파9님 글솜씨 보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