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는 평균 출생아수)이 2008년 현재 1.19명으로 OECD 가입국가 중 가장 낮아서 연간 45만 명 내외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다.(참고로 필자가 의사생활을 시작하던 1979년도 신생아수는 약 85만 명 이었음).
1980년도에는 19세미만 소아청소년 인구가 전체인구의 34%를 차지하고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4% 미만에 불과 했으나 2005년에는 소아청소년 인구는 19%, 노령인구는 약 10%를 차지하였고, 이는 2020년에 이르면 노령인구가 소아청소년 인구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저 출산율에 의한 소아청소년 연령층의 급격한 감소는 국가의 성장 동력이 저하되고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하는 등 이미 국가 존폐에 관한 큰 이슈가 되었다.
노인들이 한탄하는 말에 젊은 사람들은 강아지만 안고 다니지 결혼하고, 애 낳을 생각 전혀 안한다는 우스개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출산율을 단 기간에 증가시켜 젊은 연령층의 인구를 불리는 일은 짧은 시간 안에 될 일도 아니고 여러 사회, 경제, 문화적 여건 조성이 선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렇다면 매년 감소하는 소아청소년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잘 키워서 매우 건전하고 생산적인 사회의 구성원인 성인으로 키워내야 하는 일이 더 중요하고 국가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또한 요사이 젊은 부모들은 소수의 자녀를 최선을 다해 키우려는 열망이 강하다. 이것이 때로는 매우 지나쳐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의해 일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의 소아청소년들은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건강권의 보장 등이 침해되고, 여러 방임과 학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진료의 패턴도 양극화되어 질병자체의 진단과 치료에 매우 고도화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희귀난치성 질환들과 건강한 소아청소년들을 더욱 더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게 할 수 있는 예방 의학적 진료(생활습관 개선 교육), 아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진료로 양분되고 있다.
1989년 유엔에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요약하면 18세 이하의 소아 청소년들은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받을 권리를 당연히 포함하고 있다. 이미 구미 각국에서는 18세 이하 소아청소년들의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진료를 위해 인구 100만 명 당 1곳 이상의 어린이병원이 자선병원의 형태로 태동되어 발전되어 왔다.
미국의 경우 약 250여개의 어린이병원이 존재하며 이는 전체 병원형태의 5%를 차지한다. 일본에는 약 27개소의 어린이 전문병원이 있어 공공 의료적 입장에서 자라나는 세대의 건강을 책임지도록 하고 다양한 소아질환의 국립 연구기관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어린이 병원들은 전체병상의 평균 25%를 중환자진료에 할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5년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개원을 시작으로 2006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2008년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 2009년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이 개원하였다.
국가에서는 국비와 지방비로 강원대, 경북대, 전북대 병원에 어린이 병원 건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2011년 개원예정이다. 그러나 경영적 측면에서 보면 소아청소년의 진료는 매우 노동집약적이어서 인건비가 많이 들고 의료수가는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성의 악화가 동반된다.
이는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의 어린이병원이 기부 및 자선프로그램, 어린이병원 채권발행 등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의 의료는 단지 수익성의 차원에서 보다는 공공성의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돌려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인 것이다. 초 전문화된 고난이도의 진료를 요구하는 희귀난치 질환 및 중증환자의 진료를 위한 병상이 확보되고 수가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과중한 학업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청소년들의 건강문제(학대 및 방임, 학교폭력, 학업 스트레스, 흡연 및 음주, 성매개 질환, 게임중독, 비만과 청소년대사성 증후군 등)도 적극적인 의료개입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별 다른 질병이 없는 소아청소년들에 대한 관리(성장 및 발달의 평가, 정기 예방접종, 비만의 예방, 스트레스관리, 운동 및 영양 교육들)와 이에 대한 현실적인 수가의 반영 등이 시급한 일들이다.
또한 최근에는 소아청소년 의료서비스 전문 인력(특히 외과계)이 감소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자라나는 소아청소년진료를 담당할 우수한 인력을 육성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한다. 매우 동적(dynamic)인 존재들인 소아청소년들이 무한한 가능성의 꿈을 꾸고 실현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키워내는 일은 저 출산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반드시 책임져야하는 최소한의 의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