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과녁 __ 이동호<br><br><br>나뭇잎 하나 수면에 날아와 박힌 자리에<br>둥그런 과녁이 생겨난다<br>나뭇잎이 떨어질 때마다 수면은 기꺼이 물의 중심을 내어준다.<br>물잠자리가 날아와 여린 꽁지로 살짝 건드려도<br>수면은 기꺼이 목표물이 되어준다<br>먹구름이 몰려들고 후두둑후두둑<br>가랑비가 저수지 위로 떨어진다<br>아무리 많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라도 저수지는<br>단 한 방울도 과녁의 중심 밖으로 빠뜨리지 않는다.<br>저 물의 포용과 관용을 나무들은<br>오래 전부터 익혀왔던 것일까<br>잘린 나무 등걸 위에 앉아본 사람은 비로소 알게 된다<br>나무속에도 과녁이 있어 그 깊은 심연 속으로<br>무거운 몸이 영영 가라않을 것 같은,<br>나무는 과녁 하나를 만들기 위해<br>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에 죽은 듯 서서<br>줄곧 저수지처럼 수위를 올려왔던 것이다.<br>화살처럼 뾰족한 부리의 새들이<br>하늘 위로 솟구쳤다가 나무 위로<br>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은, 명중시켜야 할 제 과녁이<br>나무속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br>작년 빚쟁이를 피해 우리 동네 정씨 아저씨가<br>화살촉이 되어 저수지의 과녁 속으로 숨어 들었다<br>올해 초 부모의 심한 반대로 이웃마을 총각과<br>야반도주 했다던 동네 처녀가<br>축 늘어진 유턴표시 화살표처럼<br>낚시바늘에 걸려 올라왔다<br>얼마나 많은 실패들이 절망을 표적으로 날아가 박혔던가<br>눈물이 된 것들을 위해<br>가슴은 또 기꺼이 슬픔의 중심을 내어준다<br>죽음은 늘 백발백중이다<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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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심신을 달래는 과녁이 되고, 안식의 과녁도 되고...
호수는 많은 것을 끌어 안고 있네요...
저수지도 그 무엇도 죽음의 과녁이 되지 않았으면, 빗나갔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