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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일제 강점기에 사라진 한글의 창제 원리를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는 역사 추리 동화. 1940년대 조선어학회의 나영찬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들고 고향으로 간 뒤 광복을 앞두고 사라진다. 현재 성운시에서 만난 준우, 병수, 예진, 재향 네 아이는 한글을 공부하며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 나선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긴장감 있게 진행되는 정명섭 작가의 추리 동화로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한글의 우수성과 한글 창제 목적, 일제 강점기에 한글을 지킨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을 알 수 있다.
■ 줄거리
1940년대, 일제의 탄압이 심할 때 간송 전형필은 큰돈을 주고 산 훈민정음 해례본을 조선어학회 회원이었던 나영찬에게 건네며 고향에 숨겨두기를 당부한다. 나영찬은 친구였던 오카야마 순사의 감시를 받으면서 고향 성운군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광복을 며칠 앞두고 촛대바위로 간다며 나간 뒤 행방불명이 된다.
현재, 나영찬의 고향인 성운시로 혼혈인 준우, 예진 남매가 이사를 오고 한글을 배우면서 병수, 재향이와 친해진다. 네 아이는 일제 강점기에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기 위해 단서를 모은다. 아이들은 요양원에 있는 나영찬의 아들 나시환을 만나고 나영찬이 남긴 그림을 얻는다. 그림에서 숨겨진 단서를 얻은 네 아이는 절벽 아래에서 동굴 입구를 발견하는데……. 과연 네 아이는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 출판사 서평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 훈민정음 해례본
“국혼을 잃지 않으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
세종대왕은 먹고살기 바쁜 백성들이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글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많은 반발에 부딪쳤습니다. 전근대 시대에 지식은 곧 무기이자 신분이었기 때문이지요. 지배층들은 가급적 정보를 통제하려고 했고, 백성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막으려 들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것은 얼마나 혁신적인 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는 학교에서 일본어를 국어라고 부르면서 읽고 쓰도록 하고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는 창씨개명을 강요했습니다. 일본이 이런 시도를 한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없애고 일본인으로 살아가게 하기 위함이었지요. 하지만 우리는 일제의 핍박을 이겨내고 한글을 지켜냈습니다. 이극로, 최현배와 같은 조선어학회 회원들과 간송 전형필 등의 노력 덕분이었지요. 그들은 목숨을 걸고 한글을 지키려고 노력했답니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라는 평가를 받는 우리글 한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창제 원리를 밝힌 새로운 문자, 한글
한글을 지켜낸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의 탄생 과정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이 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한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백 퍼센트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들었던 한글과 많이 다릅니다. 그걸 정리해서 이렇게 쓰자고 제시한 게 바로 조선어학회이지요. 조선어학회는 잡지도 발간하고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면서 한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답니다.
1942년 일제는 정말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서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몽땅 잡아들였어요. 그리고 혹독하게 고문을 하고 내란죄로 감옥에 가두었는데, 이 와중에 심한 고문을 받은 사람들은 숨을 거두기도 했답니다. 투옥된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광복이 된 이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지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는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시대적 배경이나 역사적인 사건은 명백한 현실이랍니다. 실제로 간송 전형필은 오늘날로 환산했을 때 30억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입했으며 광복이 될 때까지 철저히 숨겼고, 6·25 전쟁 때도 직접 지니고 다니면서 보존하였다고 전합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의 재미,
단서를 찾아가는 역사 추리 동화
나라를 되찾을 때까지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나영찬은 고향 성운군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 순사가 된 친구 오카야마의 감시를 받게 되지요. 농사를 짓고, 그림을 그리거나 나무를 조각하면서 지내던 나영찬은 광복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실종되고 맙니다. 그런 뒤 훈민정음 해례본의 행방도 알 수 없게 되었지요.
현재로 넘어와 한글을 배우던 준우, 병수, 예진, 재향이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기로 하고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갑니다. 그때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는 의문의 남자가 등장하지요.
나영찬과 오카야마 순사의 관계, 검정 모자 남자의 정체, 나영찬이 집을 나서던 순간 건넨 촛대바위 그림 등 여러 사건들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하고 해례본을 찾을 수 있도록 힌트를 줍니다. 또한 일제 강점기와 현재를 오가며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주고 결말을 궁금하게 만들지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훌륭한 그림, 역사 속 인물들의 활약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역사 추리 동화입니다.
■ 차례
작가의 말
한밤중의 비밀스러운 만남 _1941년 12월, 경성
한국으로 돌아온 아이들 _현재, 성운시
조선어를 연구하는 죄 _1942년 11월, 성운군
크레이지 닥터의 한글 학교 _현재, 성운시
절벽 너머의 촛대바위 _1944년 9월, 성운군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_현재, 성운시
감쪽같이 사라진 나영찬 _1945년 7월, 성운군
단서는 촛대바위에? _현재, 성운시
문밖의 독립 만세 소리 _1945년 8월, 성운군
촛대바위 그림의 비밀 _현재, 성운시
해례본을 지킨 두 친구 _1945년 9월, 부산
끝내 이룬 간절한 유언 _현재, 성운시
■ 본문 속으로
“조선 사람인 내가 내 돈으로 조선의 물건을 사는 게 무슨 죄란 말이오!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보시오!”
“다른 물건은 상관없지만 그 물건은 가질 수 없어! 그건 네놈이 가져서는 안 되는 물건이야!”
“대체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속 시원히 얘기해 보시오!”
“위험한 물건이니까! 그걸 왜 샀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순순히 내놓는 게 좋을 거야!”
큰소리가 오가는 와중에 갑자기 전형필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마당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늙은 청지기 오씨가 냉큼 뛰어 올라갔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눈을 좀 떠 보십시오!”
_12쪽 한밤중의 비밀스러운 만남
오카야마 순사는 결국 참지 못하고 허리에 차고 있던 곤봉을 뽑아 들었다.
“곱게 말로 하니까 대일본제국의 순사가 만만해 보여?”
“난 창씨개명 같은 거 안 해. 그러니까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고.”
나영찬의 말에 오카야마 순사가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곤봉을 치켜들었다. 그때 부엌에 있던 나영찬의 어머니가 뛰쳐나와 뜯어말렸다.
“아이고, 용구야! 나를 봐서라도 참아 다오!”
_37쪽 조선어를 연구하는 죄
“일제 강점기에 간송 전형필이 자신이 가지고 있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 나영찬이라는 조선어학회 회원에게 훈민정음 해례본을 맡겼다는 말이 있었어. 나영찬은 바로 고향에 내려가서 죽은 듯 지냈는데 광복을 맞기 얼마 전에 실종되고 말았단다.”
“실종요? 사라졌단 말이에요?”
“맞아. 그러면서 책도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지.”
“나영찬은 어떻게 실종된 거예요?”
“일본 순사를 만나러 간다고 말하고 나간 게 마지막이었다고 하는구나.”
_79쪽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동굴 입구로 뛰었다. 하지만 군데군데 바닥이 파여 있어서 자꾸만 발을 헛디뎠다. 파도가 들이칠 때마다 동굴 안 수위는 점점 더 높아졌다. 아까 발목을 다친 예진이가 절룩거렸고, 설상가상으로 병수도 삐끗해서 넘어지고 말았다. 재향이가 얼른 일으켜 줬지만 물을 흠뻑 뒤집어 쓴 병수도 발걸음이 무거웠다.
“런! 런! 허리 업! 늦으면 못 나가!”
준우는 서두르라고 외치면서 병수와 재향이의 등을 떠밀었다. 거대한 파도가 쉴 새 없이 밀어닥쳤지만 아이들은 서로 손을 굳게 잡으면서 버텼다.
_173쪽 촛대바위 그림의 비밀
■ 작가 소개
글 | 정명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거쳐서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며,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사라진 조우관》 《쓰시마에서 온 소녀》 《직지를 찍는 아이, 아로》 《어쩌다 고양이 탐정》 《명탐정의 탄생》 《남산골 두 기자》 《미스 손탁》 《어린 만세꾼》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이영림
국민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 킹스턴대학교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였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제일 어렵고도 즐겁습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더 공감 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매일매일 달리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 《아드님, 진지 드세요》 《나도 서서 눌 테야!》 《잔소리 붕어빵》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 《수학개미의 결혼식》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잘 자라라 내 마음》 《방귀 스티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