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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호러 판타지
고스트 슬레이어
Ghost Slayer
붉은 벽돌 무당집
chapter 11
하얀 얼굴의 여자가 처음 민수의 집을 찾아온 것은 할아버지가 죽기 일주일 전이었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민수의 아버지는 그녀를 깍듯이 모셨다.
민수는 엄마에게 여자에 대해 물어봤지만 엄마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할아버지 병을 낫게 해 주실 분이야.”
그렇게만 말해주었다.
그로부터 얼마간, 여자는 수시로 집을 드나들었다.
누워있는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이상한 주문 같은 것을 외우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 할아버지를 찾는 사람들은 또 있었다. 양복을 쫙 빼입은 남자들이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자주 왔다. 아버지는 그들을 의원들이라 불렀다.
민수는 생각하기에 의원이라면, 의사를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중에 ‘국회의원’이라는 말을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민수는 할아버지를 새삼 떠올려보았다. 할아버지는 정치인이었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직업인지에 대해선 모르지만, 상당히 존경받는 직업인 듯했다. 할아버지는 신문이나 뉴스에도 곧잘 등장했다.
“아직 돌아가시면 안 되는데…….”
할아버지를 병문안 온 의원 중 한 명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어째서 아직 돌아가시면 안 되는 걸까?
민수는, 어쨌거나, 많은 의원들에게 할아버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결국 죽었다.
차디찬 시체가 되었다.
아버지와 삼촌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장례식도 치러지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죽은 날 밤-
그 여자가 다시 찾아왔다.
비녀 머리를 하고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
여자는 아버지와 삼촌과 뭔가 중요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의 시체는 차로 옮겨졌다.
민수의 가족은 한 밤중에 은밀히 붉은 벽돌 무당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 밤, 할아버지는 되살아났다.
죽은 지 스무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할아버지는 다시 눈을 뜬 것이다.
“당분간은 이곳에 계셔야 합니다.”
여자가 말했다.
“낮에는 이 관속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밤이 되더라도 이 건물을 떠나선 안 됩니다. 양의 기운을 회복하기 전에, 건물을 떠나게 되면 다시 죽게 됩니다.”
민수는 여자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
“그리고 지켜야할 중요사항들이…….”
여자는 아버지와 삼촌을 데리고 구석으로 가서 좀 더 은밀한 얘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는 동안 할아버지는 관 앞에 멍청하게 앉아 있었다.
살아생전 자상하고 온화했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간혹 두 눈이 유난히 번들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은 그런 할아버지가 무서웠다.
죽었어야 할 할아버지가 어째서 다시 살아난 것일까!
저것은-
할아버지가 아니다!
소년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단언했다.
그러한 소년의 심경을 눈치라도 챘는지 할아버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이 민수와 마주쳤다. 민수는 엄마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그으으으-
등뒤에서 기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내 차가운 손끝이 민수의 뒤통수에 와 닿았다.
민수는 온 몸이 덜덜 떨렸다. 할아버지의 껍질을 뒤집어쓴 좀비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고 있다.
민수가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자 엄마가 조용히 타이르듯 말했다.
“괜찮아. 할아버지야. 이제 병이 다 나으신 거야.”
“하지만- 할아버진 돌아가셨잖아. 내가 분명히 봤다고!”
“아냐- 네가 잘못 본 거야. 그냥 누워계셨던 거야.”
그렇게 변명하는 엄마의 목소리도 심하게 떨렸다.
민수는 엄마도 되살아난 할아버지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 할아버지는 여자의 말대로 붉은 벽돌 무당집 지하에 모셔졌다. 할아버지는 낮 시간 동안 관 속에서 잠을 잤다. 밤이 되면 아버지와 삼촌이 식사를 대령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 집에서 할아버지를 돌봐드리고 계신단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지만 민수는 그 말을 곧이 믿을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뭔가 끔찍한 사고라도 생긴 것 같았다.
민수는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몰래 붉은 벽돌 무당집을 찾았다.
관이 있는 지하까지 내려가 보진 못했지만, 병풍이 있는 방구석에서 아버지의 녹색 잠바를 발견했다. 잠바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삼촌은 붉은 벽돌 무당집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내 그 장소는 마을에서 가장 불길하고 무서운 곳으로 낙인찍혔다.
“그런데-.”
민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침을 꿀꺽 삼켰다.
“어젯밤부터 엄마가 보이지 않았어요.”
“엄마가?”
미리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예. 틀림없이 붉은 벽돌 무당집으로 가신 거예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에이티가 물었다.
“어제 저녁에 저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아버지를 찾으러 가야겠다고요.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어요.”
“삼촌은 뭐라던?”
“삼촌은 아무 설명도 안 해줬어요. 아버지도 엄마도 잘 있으니 조용히 집에 있으라고만 했어요.”
“그래- 그렇다면 민수, 네 생각은 어때? 아버지도 엄마도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에이티가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
“할아버지가 잡아 간 거예요.”
민수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이상해 졌어요. 아니, 그 사람은 할아버지가 아니에요. 괴물이에요. 외계에서 온 괴물이 할아버지의 시체를 뒤집어 쓴 거라고요. 그 괴물이 아버지도 엄마도 잡아간 거라고요.”
민수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미리가 민수의 등을 토닥거렸다.
“너무 걱정 마! 두 분 다 무사하실 거야.”
“정말요? 정말 그럴까요?”
“그래 아마…….”
미리는 말끝을 흐렸다.
“아무래도-.”
에이티가 길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다시 그곳에 가서 결판을 지어야 할 것 같군.”
“붉은 벽돌 무당집?”
미리가 확인하듯 물었다.
에이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를 보았다.
“아까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각오는 되었어?”
“뭐-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미리는 한숨을 푹 쉬었다.
에이티는 민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민수야, 넌 여기 꼼짝 말고 숨어 있어. 이제부터 우리 알파 M, 베타 A 요원이 나서서 외계 괴물을 처리하고 올 테니까!”
스스스, 소리를 내며 바람이 낙엽을 몰고 왔다.
동굴 입구 쪽에서부터 저녁의 어둠이 차곡차곡 밀려들었다.
*
“고백할 게 있어.”
붉은 벽돌 무당집으로 가는 숲속에서 불현듯 에이티가 말을 꺼냈다.
“나 말이야, 실은-.”
“뭔데 그래?”
미리가 물었다.
에이티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었다.
“사, 사실은 나- 너에게 거짓말 했어.”
“거짓말?”
“응- 제 2 호위무사라고 했던 거. 거짓말이야.”
“그래?”
미리는 에이티를 힐끔 보았다.
“그럼 몇 번째 호위무사야?”
에이티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사실은- 9999번 안에 못 들어.”
“…….”
“난 제 2군에 속해있는 무사야.”
“2군? 그런 것도 있어?”
“응- 말하자면 호위무사가 되기 위한 후보무사에 불과해. 엄청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지만 마계대왕님의 호위무사가 되기엔 역부족이었어.”
한 동안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과, 고요한 바람소리만이 흘렀다.
“그런데- 왜 나에게 그런 거짓말을 한 거야?”
“그야, 당연히-.”
“쪽팔려서?”
“…….”
에이티는 침묵으로 긍정을 표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걸 나에게 고백하는 이유가 뭐야? 끝까지 거짓말 했어도 내가 확인할 길이 없었을 텐데.”
미리가 물었다.
“그러게…….”
에이티는 말끝을 흐렸다.
차가운 저녁 바람이 나뭇가지들을 흔들며 숲의 침묵을 흩트려 놓았다.
“실은 배틀에 보내지는 이들은 마계에서 별로 쓸모없는 하급 무사들이야. 내가 선발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고.”
에이티가 덤덤하게 고백했다.
“하지만 나 오래 전부터 ‘지구’를 눈여겨보았어. 이번 배틀도 내가 자발적으로 지원했기에 선발된 거였어.”
“왜?”
“……지구란 곳- 꽤 괜찮은 곳이더라고. 이제껏 열두 번의 공격을 다 막아내고 버티는 게 경이롭기까지 했어. 그래서 틈나는 대로 지구를 관찰하고 지구인들에 대해 공부를 한 거야.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지구가 좋아지더라고.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마계인이라고 해서 다 파괴를 즐기기만 하는 건 아니거든…… 난…… 언제부턴가 지구를 호위하고 싶어졌던 거야…….”
“…….”
“그리고 이 배틀…… 네가 승리해서- 지구가 계속해서 온전했으면 좋겠어.”
저만치 붉은 벽돌 무당집이 보였다.
바람이 멎고 숲은 침묵을 지켰다.
미리가 입을 열었다.
“우선- 눈앞의 적부터 없애고 보자고.”
“그래야겠지.”
“그리고 역시 넌 안 어울려.”
미리가 고개를 슬슬 저었다.
“뭐가?”
“심각한 척 하는 거 말이야.”
그렇게 말한 뒤 미리는 앞장서서 나갔다.
문고리를 돌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밖에서 보기엔 관건 장치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안에서 잠갔다는 말이 된다.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지.”
에이티가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실내는 여전히 컴컴하고 불길했다. 저녁이라 그런지 어둠은 더욱 짙어져 있었다.
“에잇!”
에이티는 지독한 어둠이 짜증났던지 손끝에서 불을 뿜었다.
불은 한쪽 구석에 버려진 나무 막대들을 활활 태웠다.
에이티와 미리는 각각 불타는 막대를 하나씩 손에 들었다.
병풍이 있는 방에 다다르니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역시 왔군! 기다리고 있었어.”
그 자였다. 민수의 삼촌이라는 남자.
남자는 사냥총을 들고 있었다.
“어쩌려는 거지? 결국 죽이려고?”
“그래야 될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에이티를 겨누었다.
“잠깐만요.”
미리가 소리쳤다.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이는 거예요? 가족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예요?”
“훗- 웃기는 참견이군.”
남자는 냉소를 머금었다.
“너희 같은 애송이들을 상대로 그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고 싶지 않아. 너희 같은 어린애들은 애초에 이런 곳에 오는 게 아니었어. 따뜻한 집에서 부모님 말씀이나 잘 들으며 살 것이지, 어째서 이런 고생을 자초하는 건지. 쯧쯧.”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요즘 젊은 것들은 사상이 틀려먹었어. 아니지- 사상 자체가 없는 무뇌충들이야. 젊은 시절에만 할 수 있는 뭔가 가치 있고 보람된 일들에 대해 생각조차 안 하는 놈들이야. 그저 따분하고 할 일이 없어- 이런 쓸데없는 짓거리나 하고 다니는 거지. 너흰 이 사회의 쓰레기들이야. 쓰레기는 제거되어야 마땅해!”
“그래서 조인우도 죽였나?”
“뭐?”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자식이 누구야?”
“여기 왔던 세 명의 대학생들 중 실종된 한 명이야.”
“아- 그 자식? 기억나지. 엄청난 겁쟁이에다 운동신경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어.”
“그래서 삽으로 때려 죽였나?”
“아니,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죽였어. 푸훗.”
남자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 병신 같은 녀석은 노인 하나도 상대하지 못하더군. 겁에 질려서 벌벌 떠는 그 녀석을 아버지가 손봐줬지. 돌멩이로 머리를 찍어버렸지.”
에이티는 긴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물었다.
“네 아버지라면- 되살아난 좀비를 말하는 건가?”
“좀비?”
남자는 파안대소를 했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야! 그래 그렇게 떠벌리고 다닌 녀석이 누군지 알 만 하군! 민수 녀석이지? 그 녀석은 지금 어디 있지?”
“아마도- 이웃 마을 경찰서에 있을 거야.”
“이웃 마을 경찰서?”
남자는 총구를 살짝 내리며 눈썹을 치올렸다.
“이 마을 경찰들은 어차피 너에게 매수되어 있을 테니까. 이웃 마을 경찰서에서 네 죄를 소상히 일러바치고 있을 거야.”
“풋- 쇼를 하는 군!”
남자는 콧방귀를 꼈다.
“이 지역은 아버지와 나의 구역이야. 누구도 우릴 심판할 수 없지.”
“그렇겠지. 정치인에다 재벌가이니, 권력이 막강하기도 하겠지.”
에이티가 비꼬았다.
“그런 와중에 정치 거물인 아버지가 죽게 되자, 네 권력도 위태로워지게 된 거겠지. 그래서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아버지를 되살려놓은 거군.”
“…….”
“그런데 되살아난 아버지는 정상적이지 못했고- 미치광이였던 거지.”
“셜록 홈즈가 따로 없군! 아주 잘 맞추는 군. 다 사실이야. 아버진 되살아나긴 했지만 이상하게 변해 있었어. 시간이 흐를수록 난폭한 살인귀가 되어 가더군. 손 써보려 했지만, 우리로서도 어쩔 방도가 없었어.”
잠자코 있던 미리가 소리쳤다.
“그래서 민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희생된 거군요?”
“어쩔 수 없었다고.”
“어쩔 수 없기는 뭐가 어쩔 수 없어!”
에이티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 괴물을 없앴어야지. 넌 네 형과 형수가 죽어가도록 그 괴물을 처리할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 괴물이 가진 권력과 힘이 필요했던 거겠지.”
남자는 쓰디 쓴 미소를 지었다.
“그것 역시 어쩔 수 없었어. 이 마을은 아버지와 뜻을 함께하는 정치 세력가들의 집합소야. 그들은 모두 아버지가 죽길 바라지 않지. 아버지가 죽으면 그들도 죽게 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정계도 위태로워진다고. 우린 그걸 지켜야할 의무가 있었어. 이런 게 바로 조직 사회란 거야. 어느 정도의 희생은 따르지만, 그렇게 해서 조직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거라고. 알겠어? 이 애송이들아!”
남자는 할 말을 다한 듯 에이티를 다시 정조준 했다.
“뭐 한 가지만 물어보자.”
에이티가 말했다.
“대체 네 아버지를 어떻게 되살려낸 거지?”
“…….”
남자는 침묵했다.
“민수의 말에 의하면 어떤 여자가 찾아왔다던데- 누구지?”
“…….”
“넌 큰 실수를 한 거야.”
에이티는 남자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네가 상상도 하지 못할 끔찍한 요괴와 거래를 한 거라고. 너는 물론이고 네가 말하는 그 조직 사회, 그리고 이 세상 전부가 그 요괴에게 잡아먹힐 거야. 알겠어? 결국에는 그렇게 되고 만다고!”
“입 닥치지 못해. 뭐라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 마. 곧 죽을 녀석이 허풍은-.”
“허풍이라고? 그 요괴는 너와 네 조직이 가진 약점을 이용해서 네 아버지를 되살려놓았어. 그리고는 ‘파괴’와 ‘공포’로 이 세상을 전염시키려 하고 있어. 네 형과 형수를 잃고도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거야?”
“닥치라니까!”
남자가 고함을 질렀다.
에이티는 침착하게 물고 늘어졌다.
“말해. 그 여자는 어떻게 해서 알게 된 거며, 지금 어디에 있지?”
남자의 초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몰라- 나도 몰라.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찾아왔어. 아버지를 되살려주겠다면서-. 이상한 관을 보여주었어. 그 관속에 시체를 넣기만 하면 되살아날 수 있다면서. 그 여자가 누구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몰라.”
“그건 그렇다 치고- 그 여자는 지금 어디에 있어?”
“나도 몰라! 그 후로는 사라졌으니까.”
“멍청이! 사라진 게 아냐. 그 여잔 이 집에 있어! 이 지하에서 네 아버지를 조종하고 있다고!”
“헛소리 작작해!”
남자가 고함을 지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리고 벽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났다.
총알은 에이티 바로 옆을 비껴갔다.
“이번에는 명중시켜 주지.”
남자가 말했다.
그 순간-
뭔가가 남자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돼지 멱따는 듯 한 남자의 비명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꾸와아아악!”
남자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남자 뒤로 허연 얼굴의 또 다른 남자가 유령처럼 서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피 묻은 낫이 쥐어져 있었다.
“으윽…… 아, 아버지…….”
남자는 괴로워하며 꿈틀거리다 이내 숨이 끊어졌다.
“저 낫을 든 노인이 민수의 할아버지, 고광수였군.”
에이티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떨어진 총을 집어 들었다.
총을 보자 노인은 서둘러 병풍 뒤로 숨었다.
에이티가 총을 발사했다.
굉음과 함께 병풍이 날아갔다.
지하로 재빠르게 달아나는 노인의 뒤통수가 보였다.
“이젠 정말로 결전의 순간이야.”
에이티는 그렇게 말하며 빈총을 바닥에 내던졌다.
에이티가 미리를 보았다.
“어때? 준비는 됐어?”
“해볼게.”
미리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목에 걸린 구슬을 꼭 쥐었다.
<계속>
p.s. 이번주 일요일날 라스트를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오. 긴장 빠는 순간!
으... 미리가 제대로 실력발휘가 되어야 할텐데요.....
와아.. 라스트도 그대하고 있겠습니다^^
열등생이 없다면 우등생도 없는 겁니다~ ㅎㅎ 열등생들 화이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