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귀퉁이에 한 거지 노인이 다
낡아빠진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낡아빠진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는 신통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거지 노인이 벗어놓은 모자에 동전을 넣어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웬 낯선 외국인 한 사람이 그 곁을
지나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거지 노인이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
보았습니다..
거지 노인은 다 떨어진 외투를 입고 있었습니다.
신발도 떨어져서 너덜너덜했습니다.
머리도 제대로 감지 못해서 덥수룩 한 상태
였습니다. 보기에도 처량해 보였습니다.
그 외국인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측은한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죄송하지만 지금 제 수중에 준비된
돈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도 바이올린을 좀
다룰 줄 아는데, 제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잠시 몇 곡만 연주해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거지 노인은 잠시 쉬기도 할 겸 그 낯선 외국인
에게 낡은 바이올린을 건네주었습니다.
외국인은 그것을 손에 쥐고 천천히 활을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낡아빠진 바이올린에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사람씩 두 사람씩 걸음을 멈추고 외국인이 연주하는 음악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한 곡이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두 곡이 끝난 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거지 노인은 자기가 벗어놓은 모자를 들고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모두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노인의 모자에
넣었습니다.
순식간에 돈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그것도 한 푼 두 푼 던져주는 동전이 아니었습니다.
돈의 단위가 높았습니다.
모두가 지폐를 꺼내서 모자에 넣었던 것입니다.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경찰관도 놀라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경찰관마저도 다 낡아빠진 바이올린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에 매료되어 그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경찰관도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거지 노인의
모자에 넣었습니다. 이제 연주가 끝났습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곳에 서 있던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저 사람은 파가니니다, 그 유명한 파가니니!”
* 이탈리아의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
는 바이올린의 귀재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바이올린의 마술사’라고도 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린의 명연주가입니다.
그가 런던에 연주차 왔다가 호텔에 머물러
있으면서 잠시 시간을 내어 템스 강변을
산책하기 위해서 나왔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불쌍한 거지 노인이 바이올린을
힘겹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측은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위해 대신 몇 곡을 연주해 주었던
것입니다.
바이올린의 명연주자 파가니니의 마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아야 될 것이 있습니다.
다 낡아빠진 바이올린이었지만, 그것이 누구의
손에 잡혀 연주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났습니다.
거지 노인이 그것을 연주할 때는 형편없는
소리였지만, 파가니니의 손에 그것이 들려져서
연주되었을 때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던
것입니다.
한 나라의 운영도 이런 것 아닐까요!
누가 대한민국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느냐에
따라 보잘 것 없는 나라가 되느냐, 온 세계가
박수를 보내는 위대한 나라가 되느냐가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