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배려)
올해 쭉 백수로 놀다가 최근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일하게 됐어.
오늘 긴장하고 첫 출근해서 회사 이메일도 뚫고 명함도 만들고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가다가 다음에서 클라우드 쓰는게
하나 있대서 정말 오랜만에 다음 메일에 접속을 했어.
스팸 메일만 쌓여있길래 쭉 지우고 지우다가
중간에 내가 쓴 메일함을 궁금해서 들어가보게 됐는데
내가 2001년에 쓴 메일이 하나 남아있더라.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생각없이 썼던 메일 한통이.
아빠! 제가 처음으로 보내는 mail이예요.
아빠! 제가 ooo1994로 엄마가 등록시켜서
내가 한메일을 보내게 되었어요.
요즘 내가 아빠한테 때를 쓴것 죄송합니다.
그런데 한메일을 보내보니까 정말 재미있어요.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ooo1994라고 쓰는 것이에요.
아빠 직장을 잘 다니시는 지 궁금하네요.
아빠! 힘내세요.
아빠! 화이팅!
ooo1994 = 본인 아이디
기억도 안 나지만 참 철없을 때였나봐.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암이 걸리셔서
3년동안 고생하다가 돌아가셨어.
그때 나는 부모님이랑 떨어져 지내면서
학교에서는 전교 1등하다 공부도 안하게 돼서
부모님 실망시켜드리고 학교에선 왕따도 당하는데
말할 사람도 없어서 집에서 폭식으로 살도 엄청 쪘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실망만 드린거 같아서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이 커.
지금도 엄마한테 효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등학교때 대학교, 또 군대에서도 좋은 친구, 선배,
선생님들을 만나서 지금은 살도 빼고 웃으면서 잘 지내.
아무튼 갑자기 내가 메일을 쓴 거 보니까
설마 답장이 있을까 싶어서
지우던거 멈추고 메일 하나 하나 찾아봤어.
첫 출근이라는 놈이 ㅎ
그런데
맨 처음 페이지에 아버지 답장이 있는 걸 보는 순간
심장이 털컥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어.
손이 떨리더라 정말.
윤아 장하다!
사랑하는 윤아
윤이가 어느새 아빠에게 MAIL을 보낼만큼 자랐구나.
아빠는 너무나 자랑스럽단다.
제일 처음 MAIL을 아빠에게 보내주어 참 고맙구나.
윤이랑 하루종일 함께 있지 못하지만
아빠도 늘 윤이를 생각하고 있단다.
요즘 윤이 바이킹도 타고
x윤이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어른스러워 졌더구나.
즐거운 방학을 보내고 아빠랑도 멋진 추억을 보내자꾸나.
윤이 사랑한다. 화이팅!
아버지가 지켜보는 것만 같았어.
사실 학교 졸업할때, 군대 갈때, 나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추억으로만 남아있어서 참 원망스러웠는데
오늘은 아들 처음 출근한다고
아버지가 하늘에서 편지를 보내셨나봐.
이거보고 화장실 뛰어가서
소리없이 눈물이 나는데 멈추지가 않더라.
19년만에 아버지한테 답장을 보내네.
아버지 저 잘 컸어요.
늘 지켜봐주시는데 몰라서 죄송했어요.
보고싶어요. 나중에 아버지랑 꼭 소주 한잔하면서
저 나름 잘 살았다고 어리광한번 부리고 싶어요.
사랑해요 아빠
첫댓글 눈물 좔좔
슬퍼ㅠㅠ
아빠 보고 싶다 눈물나
슬프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