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좆같다.
나는 일의 완결에 대한 이상적인 기준이 있다.
내가 해야하는 업무도 아닌데 부탁하고 시키기 뭐해서..
자기 주장을 하면 기가 센 여자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착하고 유능한 사람의 탈을 쓰고 일을 졸라 열심히 하고 있다.
연아 열심히 일하는 너를 먼저 받아들여줘.
연아 너 정말 열심히 잘했어. 지금까지 니가 해온 일도 정말 잘 한거야.
니가 해 온일을 가치없게 평가하면서 얻어지는 건 과연 무엇일까.
먼치킨 같은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이것은 내게 식은 죽 먹기라는 유능하고 시원시원한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사실 전화로 요청하는 것 어려웠잖아. 설명하는 거 너무 에너지썼었잖아. 지금 하기 싫은데도 열심히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었잖아.
받아들여주자. 니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니 몫의 진정한 성과로 받아들이자.
연아.
너의 직관과 부지런하고 번뜩이는 재치로 마감업무를 잘 처리했어.
미더덕앞에서 쫄지않고 설명도 잘 했어. 난 네가스마트하고 정갈한 언어를 쓰는 매력적인 여자라고 느껴져.
너의 언어에서는 품격이 느껴져. 나는 네가 그런 장점을 가진 사람이어서 너무 좋아.
니가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까닭은 우리나라 말의 아름다움이 너무 좋아서이잖아?? 고상하고 싶은 네 마음도 인정해줄게
니가 졸라 씨발 좆같다라는 말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와 다른 면에 아름답고 고운 표현을 좋아하는 너도 인정해줄게.
오히려 미더덕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했냐하면 나는 내가 만든자료에 자신이 있었고, 자세히 보면 잘했다고 칭찬을 받을만한 공을 들인 흔적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 잘보이려는 생각을 비우면서 미더덕의 미더덕처럼 생긴..해양생물..또는 드래곤플라이트 빨강폭탄같이 생긴 그 얼굴을 보면서
진짜 못생겼다 박색이다 신기하게 생겨서 눈이 간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예의를 갖춰 보고를 마칠 수 있었다.
연아 니가 노력한 부분은 어떤 점이야? 자세히 써 줄 수 있을까?
[나는 우리회사의 손익이 산술적 수치로 검증될 수 있는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해줬어]
[내는 이익달성여부의 판단기준을 제시해주었고, 어떤 것을 엄밀히 관리해야하는지 방법을 알려주었어]
그건 내 보고를 받는 상사가 나의 프레임도 존중해주고, 그가 경영자료를 작성하는데 나의 시각이 반영된 보고서를 요청해왔지
제대로된 경영자료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후일담이 들려왔어.
연아 니가 노력한 것은 사람들이 알아주는구나. 애써 뽐내지 않아도 탁월함을 알아주는 구나.
다양한 케이스의 이익구조를 경험하고 공부한 것, 정확히 하려고 노력하고 무식하지만 정공법으로 접근했던 것이 구조를 파악하는 지름길이었구나. 연아 너 정말 대단하다. 너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이 뭐라하든.. 직관으로 구조를 이미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무어라하든
숫자에 약한 니가 이 정도로 해냈다는 점이 대견하고 예뻐.
어렵다고 피하지 않는 점을 칭찬받은 건 이번 만이 아니지?
니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자료로 세무서에서도 너는 감사인사를 받은 적도 있었잖아. 연아 너는 정성을 다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어.
너는 정성을 쏟으면 사람들이 와닿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또 하나 너는 만화를 그릴 때도 아키라같은 디테일한 건물묘사를 힘들어하면서도 피해가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인정받았었지.
근데 연아 이제는 그렇게까지 애쓰고 싶지 않지?
애쓰지 않아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거지? 이제 핵심을 알고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되었으니까
너를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너를 존중하고 싶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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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임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책임져야지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을 남에게 주기 싫었습니다.
나는 이제 버거운 일을 버겁다고 말하며, 애쓴 일은 애썼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힘들었고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존중하고 싶습니다.
너무 애써서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그럼에도 이 것밖에 안되냐고 , 너는 너무 쉬운 것에 만족하고 만다는 자책을 내려놓습니다.
나는 버거운 일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게 진실입니다.
또 이제는 나의 영역을 잘 알고 거기까지 책임지는 것을 허용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다음사람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뒤로 숨거나 내 공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은 하기 싫습니다.
그 사람의 것은 인정하되 나의 노력이 거기에 있음을 그 자체로 존중합니다. 나는 독촉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화를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