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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출처 여성시대 겨울생일
"요즘 같은 시상에 언제적 사당패여.
쩌어기 경성 바닥엔 전깃불도 들어오고
아 전차가 다니는구만. 시상이
개벽을 했다 이말씀이여. 쯧쯧"
멀끔한 양장 차림의 중년이 중절모를
가지런히 손에 든 채로 짐 정리를 하는
을탁의 무리들에게 혀를 차며 지나갔다.
"저게!"
춘설이 버럭 일어서려는 것을
을탁이 붙들어 도로 주저 앉힌다.
꼭두쇠 어르신을 비롯 다른 패거리들은
듣지 못한 것 마냥 묵묵히 제 할 일들을
할 뿐이었다.
확실히, 사당패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을탁은 이제는 몇 남지 않은
사당패, 그것도 남사당패의 매호씨* 였다.
(*매호씨 - 흔히 말하는 어릿광대로
공연하는 자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흥을 돋는 사람)
기억란 것이 존재하던 순간부터
을탁은 사당패에 있었다.
다른 사당패에서 소리를 팔던 어머니가
을탁의 나이 4살에 병으로 죽고 이후
그 사당패가 와해되면서 골치가 된
을탁을 꼭두쇠 어르신이 몇 푼
던져주고 데려왔다고 했다.
하여 대여섯살부터 을탁은 무동춤을
추고 광대 놀음을 했다.
어름사니* 춘설은 그런 을탁의 단짝이었다.
(*어름사니 - 줄을 타는 사람)
그렇게 여태껏 치마 저고리
입고 얼굴엔 연지곤지 찍고 춤을 췄다.
원래 암동모* 노릇은 삐리*들이나 하는
것이었지만 정말로 '언제적 사당패여' 라서
하겠다고 달려드는 이들이 없거니와 들어 온
놈들도 며칠 못가 도망가기 일수라 암동모
노릇은 영판 막내 참인 을탁의 차지였다.
(암동모- 남사당패에서 여자 역할을
하는 사람, 삐리- 사당패의 들어 온지
얼마 안된 자들)
그깟 짬이라고 해봐야 을탁과 춘설은
고작 여남은 달 차이였지만 그래도
선배랍시고 춘설은 을탁 앞에선
늘 주름을 잡았다. 게다가 스스로를
상것중에선 미남자라 뻐기는 춘설은 저 보담
곱상한 을탁이 암동모를 하는 것이 맞다고
늘 박박 우기었다.
"나는 천지가 개벽을 해두 치마 저고린
못 입으니 그리 알아. 그리구 누가봐도
훤칠하니 미남자인 나 보담야 곱상하니
둥그런 을탁이 니가 암동모를 하는 것이
딱이지 않겠니? 내가 치마 저고리
입고 연지 곤지 찍어봐라 다들 기함을
치고 도망을 갈테지. 나같은 미남자에겐
아니될 말이야."
뻔뻔함은 하늘을 찔렀다. 그러면서도
춘설은 을탁이 치마 저고리를 입고
분장을 할적엔 면경을 비춰주며
곧잘 연지 곤지를 대신 찍어주기도
하고 참빗으로 긴 머리칼을
빗어 땋아주기도 하였다.
"참으로도 곱다.
누가 널 사내로 보겠느냐?"
그 날도 원산 쪽 대부자 어르신 집
환갑잔치에서 공연을 하고 경성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고 하루 묵어가던
주막에서 춘설은 을탁의 머리를
빗겨주던 참이었다.
"이번에 경성에 가면 내 너에게
비단 댕기 하나 사줄 참이다."
"뚱딴지 같은 소리는."
"댕기가 많이 낡지 않았냐."
아마도 춘설은 을탁이 사내라는
사실을 종종 까먹는 것 같았다.
"춘설이 저건 을탁이 놈한티 꼭 하는 말이나
하는 짓이 무슨 정인에게 하듯 허네."
"암만 아주 보는 내가 애가 닳어."
버나잽이* 용식 아재와 귀종 아재의
말에 을탁의 귀가 새빨개 질 참인데
춘설은 뒤에서 장난스레 을탁을 끌어 안았다.
(*버나잽이 - 접시 돌리기 묘기를
부리는 사람)
"아 내가 서방이고, 을탁이 내 각시아니겠소.
외줄 타는 서방이랑 재담 부리는 각시~
서방이 각시 댕기 사준다는데
누가 뭐라합니까?"
"아이고 서방이구 각신데 우째
처녀들이 하는 댕기나 사준단 말이여
아즉 머리도 못 올리고 뭐했디야~
초야도 안 치른 신랑 각신갑서~~~"
아재들이 껄껄 거리며 하는 농에
을탁은 아예 얼굴까지 새빨개져
벌떡 자리를 박찼다.
"거... 아재들 입이 너무 걸으오!"
뽀르르 사립문을 박차고 나가면
춘설이 헐레벌떡 그 뒤를 쫒아왔다.
어느덧 내일이면 경성이었다.
조선 팔도 변두리를 돌아다니다
경성에 오면 그야말로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혀를 차고 지나가던 양장 차림
어르신의 말대로 전깃불이 들어오고
전차가 다니는 천지개벽의 세상.
그러니 더욱, 사당패는 설자리는 없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지만 경성에 들른
이유는 공연과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전에야 세상사 근심없이 하루 세끼
배만 부르면 그만이었지만 일본놈들의
총부리가 살벌했고 수탈이
심해져 가던 때였다.
전국 팔도 안 가본 곳 없이 마당발이었던
꼭두쇠 어르신은 비밀리에
독립 운동가들을 돕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연락책을 자처하신지 오래였고
그건 패거리 일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내 나라를 잃은 설움은 노상 웃으며
재주를 팔며 사는 이들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으니....
그런 시절이었다.
이번 참에도 원산항을 통해 일본에서
들어온 비밀 서찰을 받아 경성에
전달 해주기로 하여 경성을 지나 아래로
내려갈 참이었다.
주막에 짐을 내리기 무섭게 꼭두쇠
어르신과 몇은 종로 쪽으로
긴한 볼일을 보러 사라지셨고
춘설은 을탁의 손목을 잡아
끌고 장터로 냅다 달려나갔다.
"아이참 여긴 뭣하러 온단 말이냐."
"내가 댕기 하나 사준다 하지 않았어?"
그러면서 장터를 돌아다니는데
저 멀리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서로 마주 본 을탁과
춘설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그곳으로
뛰어가는데.....
그 곳에선 조선의 독립을 열망하며
스스로 모인 사람들이 누구랄 것도
없이 나서서 웅변을 하는 자리였다.
가만 그 광경을 지켜보던 춘설은
뭔가 번뜩이는 생각에 호기롭게
사람들틈구니를 헤치고 사람들
가운데로 나서는데
"우린 암것도 모르는 무지랭이
광대들이오. 전국을 떠돌며
그저 줄이나 타고 춤을
추며 입에 풀칠을 하오.
아 그래도 시절이 하도 하수상하니
암만 무지랭이라고 한들 뒷짐만
지어지고 살겠소? 그래도!
우린 춤이라도 추고 노랫가락이라도
할 줄 아니 여기 모이신 양반네들 보다야
울화는 덜하단 말씀. 하여 내 여기 모이신
양반네들께 미천하지만 내 각시되는
동무와 노랫가락과 춤 몇자락 보여드려
소소한 재미를 드리고저하니
아 부디 즐겨주기실 당부하는 바이오~"
그러면서 춘설이 노래를 시작하면
쭈뼛 눈치를 보던 을탁이 못 이기는 척
따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하 에헤야 에헤 헤 어허야
어러험마 둥둥 내 사랑아
넘어 간다 넘어 넘어 간다 자주하는
난봉가 훨훨 넘어 간다~~"
.
.
.
.
그렇게 한판 걸어지게 시장통서
놀고 두둑히 수금을 하고
깔깔 거리며 주막으로 돌아 온 밤.
자려 누워있는데 별안간 순사들이
들이닥쳐 을탁 일행들의 짐을 뒤지고
마당으로 끌어내어 한바탕
사단이 나는데....
"니놈들이 아까 장터에서 재주를
부렸던 패거리렸다? 그래 이중
계집 분장을 하고 노래를 부른 자가..
오호라 니 놈이구나?"
그리고 그렇게 한 밤 중 영문을
모르고 을탁이 끌려 가는데...
을탁을 지키려 막아서던 춘설이
순사들 구둣발에 짓밟혀 마당을
나뒹군다.
그렇게 을탁이 끌려와 도착한 곳은
일본놈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 덕분에 호위호식을 하며 사는 악명높은
총독부 고위 간부인 '김득호'의 대저택.
그리고 을탁은 그곳에서 김득호의
아들 김회평을 만나게 되는데......
회평은 여러서부터 학식이 뛰어나고
총명하였지만 제 아버지가 일본에
충성을 맹세를 하고 친일 노선으로
돌아선 후 그런 아버지에게 실망하여
마음의 문을 닫았고 더욱이 매국노를
처단 하려는 암살단에게 죽을 뻔한
후로 정신의병을 앓고 있는 인물이었다.
"우리 아들이 오늘 낮에 시장통에
나들이를 갔다가 자네의 재주를 구경하곤
몹시 좋아하여 박수를 치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하더군. 놀라운 일임세. 내 아들은
근 몇년을 웃지 않고 있었거든. 그러니
자네가 내 아들 곁에서 병증에 차도
생기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일세."
그것은 부탁도 애원도 아닌 명령이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김득호가
아니었던가. 어찌할바를 몰라 을탁은
넙죽 엎드려 바닥에 코를 박고 있다가
흘끔 고개를 들었다. 김득호의 옆엔
허여 멀건한 얼굴의 사내가 무표정한 듯
아니 어쩌면 조금 웃는듯 한 얼굴로
을탁을 보고 서 있었다.
쭈볏, 소름이 올라 을탁은 다시
바닥에 이마가 닿도록 코를 박았다.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밤이었다.
그리고 을탁이 김득호의 대저택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걸 안 암살단은
을탁을 통해 김득호 암살 계획을
다시금 진행 하려 하는데.......
.
.
.
.
.
을탁 / 장동윤
"나는 괜찮다. 그깟 목숨이야
어차피 덤으로 사는 삶이 아니었겠니?
죽으라면 죽을 것이고 살라믄
살것이다. 나로 하여금 조국의
독립에 미천한 힘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기꺼이. 춘설아 나는 사실
별루 이 생에 미련없다. 너무 아득하고
아득해서 미련도 한도 더는 없단다."
춘설 / 김범
"나는 아니다. 나는 말이다. 뭣보다 니가
중하다. 니가 버리려는 그깟 니 묵숨이
나한틴 너무 중하고 니가 너무 소중혀서
나는 미련이 많다. 한도 많다. 너는 아니
그러하냐? 너한티 나는! 미련도
한도 암것도 아니냐 그말이다!"
회평 / 허남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으면
좀 나아지려나 했다.
헌데 계속 요 아래께가 욱신거리고
뜨끔뜨끔 거리니 통 살 수가 없어.
이제는 기꺼이 죽을 수 있을 것 같구나.
나를 죽여다오.
김득호의 아들인 나를."
**
예전에 왕의 남자 한창 흥행 당시
사실 조선 초,중기에는 남사당패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디
칼럼에서 읽고 매우 흥미돋으로
생각하고 있었음.
원래 사당패는 남녀 포함으로
이루어졌는데 조선후기로 갈수록
여성 멤버를 구하기 어려워
남자들로만 구성된 남사당패가
생겨 나기 시작한거라 남사당패는
조선후기에서 1900년대 초반
사이에 존재하던 것이라고!
그걸 듣고 그럼 어쩌면 공길이는
일제 강점기에도 존재했었을수도
있었겠구나 싶어서 생각하다가
이렇게 풀어봤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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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개쩐다...................! 9월 대개봉
존맛.
더줘.....
야미..
와 맛있다 정독했어욛ㄷㄷ
더줘...
미쳤다 너무 맛있어 제발 풀로써줘요 ㅠㅠ
wow
와,,,존맛도리,, 풀로 부탁함미다,,
너무 맛있어서 침흘림 이 여시 왜 데뷔ㅜ안 함? ㅠㅠ
더주세요 작가님ㅠㅜㅠ
더주세요.... 제발요...
드라마 썻지ㅜㅜㅠㅠㅠㅠㅠ 쓰고잇는거지 데뷔한거지ㅠㅠㅜㅜㅜㅜ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