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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늦은 밤이나 휴일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 `응급실 뺑뺑이`를 돌거나, 진료 시작 전부터 대기표를 뽑고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리는 `소아과 오픈 런`을 경험해 본 분들이 많다. 아이 키우는 집의 일상이고 우리나라의 소아 의료체계 현실이다.
낮에는 오픈런을 해서라도 우선 진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낮에는 회복된 듯이 보이다가 야간에 갑자기 아픈 경우가 많고, 부모는 경황이 없는 중에 응급실을 찾게 된다. 그런데 응급실에는 소아과 의사가 상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응급 진료가 아니라, 야간 소아과 진료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소아과가 문을 열지 않는 시간에 소아과 전문의가 진료해 주는 병원이다. 달이 뜨면 더 빛나는 병원이란 의미의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18세 이하의 소아 또는 청소년 경증환자에게 응급실이 아닌 병의원에서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4년부터 도입되어 올해 5월 현재 전국적으로 85개가 지정ㆍ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는 올해 10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 울산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하고 야간 업무강도 및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달빛어린이병원 신청 병원이 거의 없어, 소아ㆍ청소년에 대한 의료공백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필자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여러 군데서 운영되도록 울산시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울산광역시 달빛어린이병원 지원 조례안」을 발의하였다. 이 조례는 달빛어린이병원의 자격과 지정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평일 18시 이후 야간과 토요일ㆍ일요일, 공휴일 및 대체공휴일 진료에 따른 경비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필자가 만든 조례를 기반으로 울산시의회와 시가 협력한 결과, 지난 3월 울주군 햇살아동병원이 제1호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ㆍ운영되면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픈 아이들이 야간이나 휴일에도 응급실에 가지 않고 부담 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어린이병원이 생긴 셈이다. 필자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야간 및 공휴일 진료를 시작했다고 소리 높여 알리고 있다.
그리고 울산시는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울산지회와 울산시 약사회, 지역 의료기관들과 `울산권역 달빛어린이병원 지정과 운영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실효성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방안을 마련하고 구ㆍ군별로 1곳씩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평일 야간진료를 시행 해오던 울산 남구 소아과병원이 의사 충원의 어려움으로 야간진료 시간을 단축하기로 하면서, 달빛어린이병원 추가 지정이 더 필요해졌다. 지역 병원이 문을 닫거나 진료를 축소한다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최근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여건 속에서 저출생 대책과 지방소멸 대책들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제 울산시는 소아ㆍ청소년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달빛어린이병원 추가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수요가 높은 지역부터 달빛어린이병원을 추가 지정해 아이 키우기 좋은 울산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제2, 제3의 달빛어린이병원이 개원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모든 인구문제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추가 지정은 초저출생 문제와 소아 의료기반이 취약한 울산에서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의료환경을 구축하는 첫걸음이다. 나아가 `저출생 대책`이자 `지방소멸 대책`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멈춘 도시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저녁에 아이가 아파도 가까운 달빛어린이병원을 찾아가면 되는, 가족 모두가 평온하게 잠들 수 있는 울산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