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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룡철각
- 명군의 훈련 상태가 영 부실하군요
당하정은 오행문의 문주들로 인해 약간 분이 풀렸지만 그렇다고 다 풀린것은
아니었다.
하영영을 보면서 당문의 독을 풀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하영영이 나무젓가락을 사용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기절하게 만드는
독은 없었다.
산공독이나 중독 즉시 죽는 독은 있지만, 무공을 모르는 하영영에게 산공독은
소용도 없을 것이고, 죽이는 독약을 썼다가는 자신이 먼저 동료들에게 맞아 죽을 것이다.
자신의 장기인 암기나 기타 무공을 사용하다가 만약 하영영이 상처라도 입는
날이면 그 역시 뒷감당이 안 된다.
지금만 해도 하영영이 다친 것을 빌미로 아운이 누군가를 단죄한다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자신이 져야 할 상황이었다.
조금만 더 접근하면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하영영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것을
허락할 것 같지도 않았다.
오행문의 문주들과 오단이 무릎을 꿇자 하영영은 복면인들을 보면서 말했다.
"우선 입을 수 있는 겉옷이 필요해요"
한 명의 복면인이 후다닥 나가서 여자 겉옷을 준비해 온 다음 그것을 하영영에게 던졌다.
하영영은 그 옷을 입으면서 말했다.
"내가 저들 근처로 가면 저들은 당연히 나를 핍박하겠죠?"
복면인들이 얼른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오. 약속하오."
"제가 듣기로 무인들은 형를 짚어서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들었어요."
오행문의 문주들이 기겁을 해서 자리에서 일어서려 할 때, 복면인들은
그들보다 더 빠르게 오행문 문주들의 혈도를 짚어 버렸다
그들이 아무리 숨겨 놓은 재간이 있다고 하지만 각 대문파의 장로급 실력인 복면인들을 당할순 없었다.
오단 역시 꼼짝을 못하고 마혈을 점혈당했다.
"이제 그들에게서 이십 장 이상 멀이 떨어지세요."
복면인들은 할 수 없이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졌고, 하영영은 그들에게
조금씩 다가가면서 그들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주변에 있는 돌을 들어서 오행문의 문주들에게 던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던진 돌이 오행문의 문주들 중 무토의 얼굴에 적중했지만, 그는 꼼짝도 못하고 움직이지 못했다.
얼굴이 뭉개진 그의 눈에 수치심이 가득했다.
하영영은 그의 눈을 주시하다가 만족한 표정으로 씩씩하게 걸어서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오행문의 문주들과 오단의 얼굴을 차례대로 확인했다.
이빨이 깨지고 뭉개진 얼굴들이 볼썽사납다.
"멍청한 자식들, 너희들의 행동거지가 고 모양이니까 강자들 앞잡이로
이용만 당하다기 요 모양 요 꼴이 되는 거다! 니들, 앞으로 걸어 다닐 때
뒤통수 조심해라! 내가 기억한 얼굴들 전부 그려서 오빠한테 줄 거니까."
하영영의 말에 그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버렸다.
하영영은 그들에게 협박을 한 후 고개를 들어 복면인들을 바라 보았다.
그녀의 사나운 눈초리에 복면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당신들은 참 바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생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모두들 멀뚱하게 그녀를 바라볼 때 복면인 중 한 명이 머뭇거리면서 앞으로
걸어 나와 말했다.
그는 언유였다.
"자, 잠깐만. 하 소저에게 할 말이 있소."
하영영이 돌아서서 앞으로 나선 언유를 보고 손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당신은 물론 내가 다친 손에 대해서 오빠에게 거짓말을 해 달라고
말하려 하는 거겠지, 그렇지 않은가요?"
언유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랬던 것이다.
하영영이 상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우선 사과부터."
"죄송합니다, 하 소저, 무조건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이유가 없었따.
언유는 얼른 사과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하는 심정이었다.
"하 소저, 이번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제가 일행을 대신해서 사과를 드립니다."
언유는 다시 한 번 사과를 했고, 그 말을 들은 하영영이 깔깔거리면서 웃더니 말했다.
"어떻게 그런 머리와 배짱으로 오빠를 상대하려 했을까? 호호호."
언유는 물론이고 복면인들은 수치심과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다시금 참아야 했다.
하영영은 복면인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면서 말했다.
"내가 상신들이라면 지금 당장 도망갈 거야."
그 말에 복면인들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영영은 별거 아니란 투로 말했다.
"오빠라면 당신들이 멍청하게 이리 올 것을 알고 미행자를 붙였을걸."
그 말을 들은 복면인들은 모두 몸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중 한명이 고개를 흔들면 말했다.
"이번에는 하 소저의 말이 틀렸소."
하영영이 피쇼ㅣㄱ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무림맹인가 하는 곳에 오빠와 그 수하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게 말하는 것이겠지.하지만 당신, 정말 멍청하군? 오빠 정도면 스스로
움직이지 않아도 수족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지. 대체
당신들이 날 왜 보내주는지 생각해보라고.
때도 오빠가 움직였던가? 그리고 여긴 복경에서 멀지 않은 곳이야,
나를 찾는 관군들이 멀리 있찌 않으니 당신들을 미행한 후 이곳을 그들에게 알려만
주면 되겠지, 나는 그들이 올 만큼 시간을 끌었어."
복면인들이 아차 하는 마음으로 당황할 때였다.
수많은 군마의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울리며 점점 가까워진다.
" 가, 가자!"
복면인 중 한 명이 놀라서 신형을 날렸고, 나머지도 죽어라 도망간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하영영이 고함을 질렀다.
"내 은혜 잊지 말라고."
그녀는 그들이 완전하게 사라지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꿇은 채
마혈이 짚여 있는 오행문의 문주들과 오단이 있는 정면으로 걸어갔다.
"흠 네놈들이 감히 나를 납치했다 이거지?"
그녀의 살벌한 표정을 보면서 오행문의 문주들과 오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혈이 짚여 내공을 쓸 수 없는 그들은 하영영이란 위험 앞에서 그냥 방치된
불쌍한 존재들일 뿐이었다.
하영영은 그저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잠시후.
꽝~!!
문짝이 부서지면서 안으로 들어온 병사들은 조금 이상한 상황 앞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영영을 바로보았다. 선두에 있던 장군 한 명이 뛰어와
하영영 앞에 예를 취하면서 말했다.
"하 소저이십니까? 전......"
"고 상공이 보낸 본이겠쬬?"
"그렇습니다"
"난 괜찮아요. 하지만 내 대신 하셔야 할 일이 좀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이자들이 저를 납치한 자들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그만 할 때까지 내 대신
이들을 좀 때려 주세요."
나타난 중군은 멀뚱한 표정으로 하영영을 바라보며 반문했다.
"예?"
"내가 때리면 힘이 없어서 아프지도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 제 대신 이자식들이
죽지 않을 만큼만 패라구요. 아니면 제가 분이 안 풀릴 것 같아요. 이 더러운 놈들이
나를 욕보려 했으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 아니에요? 더군다나 이것 좀 보세요."
하영영이 젓가락으로 찔린 손을 내민다.
"나를 꼬챙이로 찌르며 고문을 했다구요!"
오행문의 문주들이 넋을 잃고 말았다.
대금이울화가 치밀어 고함을 질렀다.
"뭐, 뭐라고! 이런 개 같은 년이 있나, 우리가 언제....."
그게 화를 불렀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말을 믿어 줄 사람도 없지만, 감히 상관의 부인이
될 여자에게 욕설까지 했다.
"뭐 하느냐? 이놈들을 단죄하라!"
수하들 중에 십여 명이 다섯 명의 오행문 문주들과 오단에게 달려들었다.
그날 그녀는 두 시진이 지나도록 결코 그만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열 개 조가 교대를 하면서 오행문의 문주들과 오단을 구타했는데, 끝까지 버티던 오행문의
문주들과 오단은 몇 번이나 기절하고 일어나서야 살려 달라고 싹싹 빌었지만,
그녀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이렇게 ㅠ말했따고 한다.
"아직도 말하는 것을 보니 병사들의 훈련 상태가 영 부실하군요.
그래 가지고 어떻게 북방의 오랑캐와 전쟁을 하겠어요? 자칫 칼도 제대로
못 드는 것은 아니겠쬬? 이 부분, 내가 고 상공에게 제대로 고하겠어요."
윤성균의 표정이 일그러졌따.
그 다음에 교대로 나선 병사들의 눈은 정말 살벌했다.
오단과 오행문의 문주들은 절망한 표정으로 그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괴성까지 지르며 달려든 병사들의 주먹이 사정없이 귀화의 눈탱이를 가격했꼬,
한 명의 병사는 이빨을 악물고 발로 대금의 사타구니를 밟고 있었다.
"끄아야아!"
대금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아랫도리가 터져 나가는 기분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다시는 여자에게 강간 어쩌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절대로.
고자가 된 놈이 그런 말 하면 비웃음만 당하기 십상인 것이다.
대금은 평생 동안 정확하게 서른두 명의 여자들을 강간, 살해했는데,
그날 대금을 단죄한 병사는 꼭 열두 번을 발로 밟았다.
대금의 그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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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정해진 시간을 어기지 않고 찾아온다.
무림맹 장로원 천의루.
장로원의 정중앙에 위치한 큰 건물로 장로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중요한
일을 의결하는 곳이다.
그곳에 지금 장로원의 장로들이 상당수 모여 있었다.
대부분 동심맹의 장로들인 그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그들 중
형상파의 전대 장문인인 대산복마검 우일한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다른 장로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당가의 전대 가주이자, 무림에서 가장 무서운 독공을 지녔다는 암사혈 당명이
우일한을 노려보면서 고함을 질렀다.
"그래, 지금 일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말해 보시오."
우일한은 발끈하며 말했다.
"책임이라니! 이 일이 어째서 나 혼자 책임져야 할 일이란 말이오?"
"우리에게 걱정 말라고 큰소리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 꼴이 무엇이오?
풀려난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전에 무려 십여 명의 죄 없는 아이들이
반병신이 되었지 않소."
당명의 고함에 우일한은 얼굴만 붉히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라고 어찌 할 말이 없겠는가? 그러나 지금 사방에서 자신을 쏘아보는
눈초리가 너무 살벌했다.
자칫하면 집중 공격을 당할 판이었다.
개방의 몽화가 나섰다.
"험험, 이 거지가 한 말씀 올리자면...."
몽화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청성파의 청허자가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면 몽 장로가 적극 찬성하고 나섰지요? 이번 일엔
몽 장로의 책임도 있습니다."
몽화는 난감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흔들며 말했다.
"무, 무슨 소리요! 난 우 장로가 절대 안전하다고 해서 찬성했을 뿐이오."
몽화의 말에 우일한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몽화를 노려보았다,.
납치 이야기가나왔을 때 제일 먼저 찮성한 사람이 바로 몽화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발 빼고 나선다.
우일한은 울화통이 터질것 같았지만 겨우 억눌러 참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나더러 어쩌란 말이오! 내가 뭘 어떻게 책임을 지란 말이오!
처음 시작할 땐 모두 박수를 치면서 환영하다가 일이 그릇되니까 그 모든 책임을
내가 지라 이 말이오?"
그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격해져 있었다.
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무당의 현진자가 도호를 외면서 말했다.
"무량수불, 잠시 진정들 해 주십시오.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고 지금 중요한
것은 뒷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이 일은 우도우 혼자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지지한 일이고 허락한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서로 상대
탓을 하며 싸우다가는, 권왕이란 아해가 원하는 대로 우리끼리 분열되어 자멸하고
말 것입니다. 지나간 일은 일이고, 이제는 앞으로의 일을 의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몽화가 현진자의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우리끼리 분열되면 그것은 권왕 그놈에게 두 번이나 농락
당하는 겁니다. 그 교활한 놈은 분명히 이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일을 벌였을 것입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부서지고 있는 동심맹 장로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만 한다.
현진자가 몽화의 말을 다시 한 번 지지하며 말했다.
"당한 식솔들의 복수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두 사람의 연이은 말에 동심맹 장로들은 모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강호인들 답게 흥분한 마음을 다스리는 부동지심도 뛰어났던 것이다.
일단 격했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자,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맹룡철각 소현이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현은 호남성의 패주인 소씨세가의 전대 가주로 소씨세가를 현 무림 오대세가
중 한 곳으로 끌어 올린 인물이었다.
원래 무림엔 전통의 오대세가와 천중이대세가라는 북궁세가와 호연세가가 있어
이들을 합해 칠대세가라 불렀었다.
그러나 칠대세가 중 강호에서 학문과 병법에 가장 뛰어난 가문이라고 일컬어지던
서문세가는 어느 순간에 소리도 없이 몰락하고 말았다.
서묺세가가 몰락한 후 그 자리를 차지한 곳이 바로 소씨세가였다.
특이하게 강호 무림에서 각법으로 자리를 잡은 소씨세가는 그 전통만으로 따지면
능히 다른 오대세가에 뒤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크게 번성하던 시기에 비은천각괴 오칠에게 거의 멸문되었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혈궁대전 당시 뛰어난 활약을 보여 준 소현으로 인해 서문세가 대신
칠대세가에 이름을 올리면서 다시 한번 번성하고 있는 곳이었다.
"권왕은 참으로 무서운 자입니다. 그건 우리도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지만,
이번 일로인해 더욱 그의 존재감이커진 기분입니다."
소현의 말에 몽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 장로의 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고, 일단 가장 급한 것은 이 번 일에 대해서
퍼지고 있는 무성한 소문들 입니다."
몽화의 말에 장로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로서도 그 부분은 생각하기만 해도 망신스러웠던 것이다.
하영영이 돌아오고 난 후. 납치되었던 삼십오 명의 남녀들도 풀려났다.
그들 중 이미 십여 명은 거의 반병신이 되고 난 다음이었다.
일은 거기서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반병신이 된 자들이 남 모르게 저질렀던 악행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알게
모르게 소문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권왕 아운과 동심맹 사이에 있었던
인질극에 대한 소문도 이미 구체적으로 나돌기 시작했던 것이다.
강호 무림맹의 장로들이 아녀자를 납치했었다고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가 막힌 노릇이지만, 그로인해 오히려 권왕에게 호되게 당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운 이야깃거리였다.
무사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무림맹의 장로들을 비웃었고,
그들이 한 짓을 비난했다.
무공조차 모르는 여자를 납치한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하고 양보를 하여도
무림맹의 장로들이 할 짓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짓거리를 하고도 당했으니 비웃음을 받을 만 했다.
일이 이 지경이 되고 보니 이번 일과 관련이 있던 문파나 동심맹의 장로들은 아운에
대해서 이를 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저지른 죄가 있으니 대놓고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눙에게 화를 내자니 상황이나 실력이 여의치 않고, 참고 있자니 그거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문파의 후진들에게 원망을 들어야 하는 장로원의 장로들 입장에서는
그 화를 누군가에게 돌려야만 했고, 결국 그 대상은 이번 일을 꾸미고 실행한
우일한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우일한으로서는 한숨만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아운에게 달려가 반병신으로 만들어 놓코 그 울분을 토해 내고 싶었지만.
그랬따가는 자신이 맞아 죽을 확률이 사실상 십할이라 그럴 용기는 없었다.
다행히 현진자와 몽화의 도움으로 일단 면피 아닌 면피는 했지만,
그 책임에 대한 많은 부분은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단 몽화의 말대로 퍼져 나가는 소문으로 화제가 돌아가자,
그제야 우일한은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소문에 대해서 생각하면 더더욱 민망스러운 우일한이었다.
어디 우일한 뿐이겠는가?
동심맹의 장로들은 그래도 맹색이 무림의 원로라고 위엄을 가지고 문파의 후배들에게
나름 존경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서 양아치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보니 새삼 인생무상이란 말까지 생각나는 중이었다.
소현은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개방이 힘을 서야 할 것 같습니다. 개방의 힘으로
소문에 적극 개입해서 흐름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권왕과의 대결도
방법을 조금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두들 소현을 바라볼 때 몽화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미 나름대로 지시를 하였지만, 이번의 경우는 쉽지 않습니다.
소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구체적입니다. 그리고 설혹 이쪽에서 반 정보를 펼치려
해도 당장 개방의 인물로 오인을 받거나 장로원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자로
눈총을 받아 분위기가 험악해집니다. 그렇게 되니 본 방의 제자들도 위축이 되어
함부로 개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 말을 들은 경천검 남궁학이 주먹으로탁자를 치면서 말했다.
"언제부터 무림의 잡동사니들이 장로원의 지시를 받은 무인들을 쉽게 보는 사태가
벌어졌단 말입니까? 그런 놈들은 당장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면 될 것 아닙니까?"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남궁학을 보면서 장로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이라면 정말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 그게 쉽지 않았다.
이미 여기저기서 장로원의 무사들을 상대로 폭동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고,
이전처럼 장로원이나 무림맹의 권위가 중소 문파들을 비롯해서 강호의 무사들에게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 무공조차 모르는 하영영을 납치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 아닌가?
그리고 그 결과는 더욱 그들을 궁지로 몰아 놓고 말았다.
남궁학 역시 그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단지 화가 나서 하는 말일 것이다.
몽화는 장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종합적으로 무림의 흐름을 분석해 보면 원인은 권왕이오.
이제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쓰러트리고 우리의
권위를 되찾아야 할 것입니다."
몽화는 말을 해 놓고도 기가 찼다.
겨우 한 명의 무사 때문에 자신들의 처지가 이렇게까지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사라신교의 혈전은 물론이고 혈궁대전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단순하게 힘으로 밀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명분에서 밀린다는 것이었다.
항상 정의 편에서 악을 응징하는 협사의 무리들이었던 자신들이 시간이 갈수록
파렴치범이 되어 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악의 축으로 밀리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상실감이었다.
이젠 자신들이 마무리 외쳐도 세상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들 모두가 힘을 합해서 한 말보다 권왕의 한마디가 훨씬 더 위력적이고,
그의 행동 하나가 곧 정의가 되는 현실이었다.
다른 장로들에 비해서 정보력이 뛰어난 몽화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어 가고 있는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기에 내심 더욱 초조해 하고 있었다.
몽화는 좌중의 장로들을 보면서 침중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거지의 판단으론 이번 권왕과의 결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소현은 조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몽화의 말들 듣고 바로 말했다.
"나도 몽 장로의 생각에 동의 합니다."
우일한이 안색을 굳히면서 물었다.
"진지하게 생각을 하다니, 그건 무슨 뜻이오?"
몽화가 대답했다.
"우린 전력을 다해서 정정당당하게 권왕을 이겨야 하오. 그래서 아직 우리에게
힘이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할 것이오. 그리고 권왕의 욱일승천하는 명성을
끄집어내려야 하오. 결투 중에 그를 죽일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가 아니겠소?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설사 권왕을 이긴다 해도
우리가 다시 이전의 성세를 되찾으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리거나,
많은 무리수가 뒤따라야 할 것이 분명하외다."
몽화가 말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소현이 말했다.
"원래는 작은 방파들을 이용해서 인해 전술을 펼쳐 권왕의 힘을 뺀 다음 우리가
나서려 했지만, 이젠 그렇게 했다가는 같은 장로원의 장로들마저 우리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이오. 그리고 설혹 그렇게 해서 우리가 이긴다 해도 모두에게
인정받지는 못할 거요. 그래서 우리는 이번 결전에 동심맹의 힘을 제대로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오."
현진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그 말에 찬성이오, 그렇지 않아도 이젠 다시 한 번 우리 힘을 과시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소, 그런데.......누가 제일 먼저 권왕과 일전을
치룰 것인지?"
모두들 조용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모두 우일한을 향해 있었다.
소현이 그 분위기를 읽고 우일한을 보면서 말했다.
"이번 일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를 한 것은 우 장로요. 물론 모든
책임을 우 장로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책임이 있는것은 사실이라
할 수 있소. 그래서 이번 권왕과의 결전에서 첫 일전은 우 장로와 형산파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오."
우일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우일한은 그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소현은 냉정한 표정으로 우일한을 보면서 못을 박았다.
"이번 결전에 형산파는 물론이고 모든 문파들은 숨겨진 힘을 아낌없이 사용해야 할 것이오/"
그 말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기에
반문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권왕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도 소현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무당의 현진자가 말했다.
"무당은 건곤칠성검진을 출동시킬 것이오."
모두들 놀라서 현진자를 바라본다.
무당의 칠성검진을 누가 모르랴.
소림의 십팔나한진과 함께 정파 무림의 태두가 아닌가.
그런 칠성검진 중에서도 건곤칠성검진은 무당의 전대 장로들 중 일곱 명이 펼치는 칠성검진이다.
그 위력은 무당의 현 장로들이 펼치는 칠성검진이나 일대제자들이 펼치는
칠성검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칠성검진이라 할 수 있었다.
보통 한 문파의 장문인이 후대 제자에게 장문직을 물려주고 물러서면, 그와 같은 대의 모든
장로들은 전부 현직에서 물러서게 된다.
이는 장문직에 오른 제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이기도 하다.
그리고현직에서 물러난 장로들 중 중요 인물 몇몇만 강호 무림에서 활동하며 장문인의 뒤를 봐주게 되고.
나머지 장로들이나 나이가 일정 이상을 넘긴 제자들은 모두 은거에 들어가
강호 활동을 접게 된다.
그들은 각 파의 금지에서 평생 동안 자파의 무공을 연구하거나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무공들을 배우면서 일생을 마친다.
자파가 큰 위기에 처하지 않는 한 그들은 영원히 무림을 등지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들이 각 문파의 숨은 힘이라 할 수 있었다.
현 무당의 건곤칠성검진은 바로 전대의 칠성검진을 이루었던 일곱 명의 장로들이
그대로 은거에 들어가 몇 십 년 동안 오로지 칠성검진만을 연구하면서 그 극의를
이룬 검진이라 할 수 있었다.
무당으로서는 최강의 패를 내놓은 샘이었다.
현진자가 그렇게 나서자, 그동안 눈치를 보던 동심맹의 장로들은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다.
우일한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말했다.
"좋소, 그럼 첫 일전은 형산이 맡겠소. 권왕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소? 우리 형산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 주겠소. 대신, 이 일 이후엔 나에게
더 이상 책임을 묻지 말아야할 것이외다."
모두들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동심맹의 장로들은 모두 우일한의 말에 동의 했다.
몽화도이젠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숨은 힘 중 일부를 끌어낸다면 제아무리 권왕이라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안색이 밝아졌을 때 몽화가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맹주가 폐관 수련을 끝내고 다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말에 동심맹의 장로들 얼굴에 약간의 긴장감이 어렸지만, 그 다지 놀라는 표정들은 아니었다.
소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맹주도 나타났으니 맹주부로서도 아운을 그냥 두고 보진 않을 것이오.
이는 우리에게 오히려 유리한 일이 아닙니까?"
모두들 그 말에 동감한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아들인 흑룡이 호되게 당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신창 조원의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절대쌍절 중 한 명인 신수 조진양이 전면에 나선다면 결코 아운을 죄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는 십사대 고수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죄우호법까지 대동하고 있을 것이다.
몽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말에 동감하지만, 맹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알기가 어려워
조금 답답한 면이 있긴 합니다그려."
현진자가 몽화의 말을 받았다.
"어차피 맹주는 적당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으로 만족하는 인물 아닙니까?
우리와의 불가침 조약만 지켜 준다면 우리도 그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무엇인가 조금......."
몽화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그 무엇인가를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몽화의 마무리되지 못한 말에 대해서는 모두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첫댓글 위난
ㅎㅎㅎ
즐감하고 갑니다
ㅈㄷㄱ~~~~~~~~`````````````````````
즐감하고 갑니다.
잘봅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
줄
즐감
잘 읽고 갑니다.
ㅈㄷㄳ
즐독....감사...꾸벅...방끗.
감사합니다.
즐독....감사
잘읽었음니다
감사...
즐감요~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