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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는 않지만 혼탁한 제 기억 속에 의하면 아름다운 설악산에 입산통제 구역이 설정된 때가 아마 1988년 경 호은 그보다 조금 이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 등 자연공원의 보호를 위한 경우,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훼손된 자연의 회복을 위한 경우 그리고 이와 더불어 탐방객의 안전을 위한 경우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관리공단에서는 이들을 무기로 통제를 하고 반대로 탐방객들은 통행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내세웁니다.
하지만 공권력 앞에는 탐방객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기 마련입니다.
31년 전인가요?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한 설악의 추억.
물론 그때는 공단에서 비탐구간을 설정해 놓지 않을 때였을 겁니다.
자유롭게 여기저기를 훑고 다닐 수 있던 때였죠.
당시 공룡의 1275봉이나 마등령 그리고 설악폭포 등 탐방객들이 쉬어갈 만한 곳에서는 여지없이 '이동슈퍼'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소주도 팔고 라면도 팔고 그랬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분들이 끓여주는 당귀차였습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야릇한 향기의 당귀 한 잔에 잠시 맡기던 시절.
젊은 날의 설악산 풍경이었습니다.
그런 코스 중 하나가 그 아름다운 독주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독주골 루트였습니다.
독주폭포를 올라서기 바로 전 박지泊地 한 곳도 그런 당귀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공단에서 비탐구간으로 묶어놓은 뒤 그곳은 아련한 예전 추억으로 남아만 있었습니다.
그 독주골이 아직도 잘 견디고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그 독주골이 그리워 지더군요.
설악에 들 기회가 있을 때 그 독주골을 찾기로 마음 먹습니다.
한편 설악과 관련하여 눈치를 주고 있는 후배 '푸우님'이 몇 가지 질문을 던져줍니다.
이미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을 독파해 대간과 관련 대부분의 내용을 꿰차고 있으니 뻔히 대간 관련 얘깁니다.
설악에서 오리지널 대간길인 '이박사능선'을 가고 싶은데 도대체 언제 데리고 가 줄 것이냐는 겁니다.
사뭇 한탄조이자 원망조입니다.
혼자 가기에는 길도 모르겠고 단속에 대한 우려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광주의 유목민 대장님이 시의적절하게 귀띔을 해주시는군요.
선배 '나루터' 형님이 바로 이 '이박사능선' 탐방을 원하신다는 겁니다.
귀가 번쩍 뜨이며 푸우님 얼글이 떠오릅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독주골로 진입하여 독주폭포를 감상한 다음 끝청 부근의 대간길로 올라 대청을 찍고 이박사능선 경유 천불동 단풍을 감상하자는 걸로 의견이 모아집니다.
문제는 무박산행이라 일출시간인 06:00까지의 그 긴시간을 어떻게 때워야 할 지도 숙제가 되는군요.
그렇다고 그 긴 시간을 마냥 허비할 수만도 없는 노릇.
백장폭포까지 최대한 늦은 걸음으로 가야할 것입니다.
아니면 포복으로 기어가든지....
불청객 18호 태풍 미탁이 나라의 남부에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소멸합니다.
사망자까지 생겼으니 자연 재해란 실로 무섭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백두대간 동부에도 많은 비를 뿌리고 갔으니 산꾼에게는 이로 인한 볼거리는 더 생겼지만 이럴 때 단풍구경이라고 산행을 한다고 하니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속히 복구되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도 #1
이번 주는 토요무박입니다.
10. 5. 잠실로 갑니다.
23:20에 출발하는 안내산악회인 신사산악회 버스를 이용하기 위함입니다.
대부분 상당한 경험자 아니면 이용하기 힘든 안내산악회.
프로들에게는 쓸데없는 간섭이 없으니 이용하기에 상당히 편리합니다.
잠실역 9번 출구.
이한검 대장님과 노여사를 만납니다.
정시에 도착하는 버스에 오르니 이미 신사에서 출발한 푸우님이 앉아 계시고...
또 '청계산쥔' 형님과 친구분도 .....
아니 '사니조은'님과 '박상복'님 그리고 고인돌님은 왜 또....
거기에 'J3 클럽'의 '까마귀' 형님까지....
현오 친목회 버스 같습니다.
02:40
오색분소 들머리에 도착합니다.
그전에 까마귀 형님은 서북을 탄다고, '사니조은' 팀은 안산으로 간다고 각 장수대에서 내리고....
그 전까지 저는 2시간 정도 잤으니 잠은 푹 잔 거고....
광주 팀은 아직도 멀었다는 전화입니다.
대전, 논산, 포항, 울산, 인천......
단풍철이라 그런지 문은 좀 일찍 열어 주는군요.
버스에서 인원이 내리자마자 바로 입장을 합니다.
그러니 예전같이 대기 인원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풍경은 적어도 올 시즌 동안 만큼은 보지 않아도 되겠군요.
현명한 행정입니다.
03:45
광주팀 버스가 도착합니다.
광주팀은 유대장님과 그 후배, 나루터 형님과 승달 등 4인입니다.
1시간 넘게 기다렸음에도 독주골 산행하기에는 사실 조금 이르군요.
날이 밝았을 때 폭포를 보아야 하니 조금 더 늦게 도착하기를 바랐지만.....
어쨌든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해야겠죠.
그럼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 함산팀은 우리팀 6명 그리고 광주팀 4명 등 10명으로 구성됩니다.
설악골 안으로 듭니다.
03:53
그런데 우리 일행과 다른 지역 산악회 대원들과 자연스럽게 섞여서 걷게 되는군요.
목책을 넘습니다.
그 중 우리 일행 뒤를 따르던 아줌마 두 명도 과감(?)하게 목책을 넘는군요.
"아주머니 어디로 가시나이까?"
들은 척도 안 하고 무조건 내달립니다.
"아주머니 어디로 가시냐고요. 우리 일행이 아니잖아요. 저 팀 따라가셔야죠."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더니 목책 밖 불빛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계면쩍으셨을 겁니다.
이 시간의 산행.
참 무미건조합니다.
계곡의 물소리만 듣고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가야 하니....
이즈음의 단풍은 물론 그 흔한 바위도 볼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루트는 독주골.
즉 골치기를 하여야 하는 곳이니 일반 등로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곳은 앞 사람 꽁무니를 잘 찾아가야 하고 앞 사람은 뒷 사람을 잘 챙겨줘야 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앞서 가던 분이 꼬리를 놓치는군요.
아무래도 비탐 구간이다 보니 아무런 표지띠도 볼 수 없고 이정표도 있을 리 없습니다.
조금 헤맵니다.
1970년대 작품.
반갑습니다.
이런 것이 올바른 등로를 알려주는 표지석 역할을 대신하고,
비탐구간 특히 독주골에서는 이 작은 케른(?)이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목 역할을 합니다.
독주골 특유의 이정석이라고 보면 됩니다.
영어권에서 milestone이라고 쓰는 이유입니다.
마을 어귀나 산길에 있는 이런 돌탑은 이렇듯 그 길을 지나는 이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 돌탑이 산으로 가면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는 점도 알아 두자. 이는 뒤에서 또 나오겠지만 적석단積石壇(=누석단累石壇) 즉 서낭당의 역할로 이어진다. 사무락다무락을 지나면 이내 둘레길 좌측 나무 의자 뒤로 회덕마을이 보이는 쉼터에 도착한다. 우측 비닐하우스로 만든 매점 뒤로 서시지맥에서 가지를 쳐서 내려오는 산줄기를 볼 수 있다. 이제 숲을 빠져나온 것이다.
- '현오와 걷는 지리산' 56쪽
04:52
작은 와폭.
臥瀑은 누워 있는 폭포가 아니고 그만큼 경사가 완만한 폭포라는 뜻입니다.
벌써부터 푹포가 나오기 시작하다니.....
너무 이릅니다.
아직 날이 밝으려면 최소한 한 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데.....
어쨌든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추우니 걷긴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골치기를 하다 보면 계류를 건너야 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건너야 하는지 애매할 때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같은 시간이라면 더더욱....
일반 등로에서는 건너편에 날리고 있는 표지띠나 이정표로 쉽게 확인할 수 있건만....
그런데 골치기라....
'치기'란 말이 사전상의 의미인 '차나 수레 따위가 사람을 강한 힘으로 부딪고 지나가다.'의 활용형이니 골 즉 계곡으로 진행한다는 의미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산행에서는 '사면치기'라는 말도 쓰는데 능선 산행에서 정상을 밟지 않고 사면으로 우회하여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고 보면 되고....
어쨌든 이 독주골에서는 아까와 같이 작은 돌이 그 역할을 수행해줍니다.
계곡을 건너는데 아주 요긴하게 활용합니다.
04:58
물론 예전에는 이런 표지석이 그 역할을 해주었습니다만 양이 워낙 적으니....
오색약수까지 2.XXkm 남았다는 글씨가 선명합니다.
이렇게 착한 공단이었는데.....
어쨌든 이 이정석의 역할을 수행하는 작은 케른은,
이렇게 조금 큰 돌을 하나 얹어 놓아도 마찬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05:15
또 다른 와폭....
05:45
천천히 걸어도 여지없이 폭포는 또 나옵니다.
힘든 건 없지만 폭포를 보기 위한 시간조절.
좌측으로 건너 좁은 바윗길을 바위에 붙은 쇠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진행합니다.
촉나라 가는 길이 이런가?
05:52
이번엔 백장폭포.
丈은 보통 사람의 키나 자의 열배의 단위로 3m 정도를 얘기하니 백장이면 300m?
그렇다면 이 폭포의 길이가 300m?
하여간 뻥은......
조금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그 상단부.....
06:06
그리고 천장天丈폭포.
긴 기다림 끝에 만나는 천장폭포입니다.
풍부한 수량으로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습니다.
소沼 위로 포말을 만들고 주위에 작은 물방울을 날립니다.
조그만 홈만 있으면 물이 흘러내리니 주변이 온통 폭포입니다.
천장이 이런데 만장萬丈은 어떨까?
푸우님.
마냥 행복하시죠.
요즘 산맛에 푹 빠지셔서.....
자,
어서 올라가시죠.
이번엔 만장입니다.
등로는 폭포 우측을 지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웅장한 폭포의 물줄기가 바위를 때리면서 퍼지는 물보라로 몸이 젖어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이를 자연스럽게 즐기게 됩니다.
하지만 어제 내린 비로 바위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조심.....
아!
저 위로 ...
만장이...
만장이 보입니다.
만족한 미소...
그럼요!
흡족하시죠?
폭포의 상단부.
줄을 잡고 조심 또 조심....
시끄러울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디른 팀 하나가 더 올라오는군요.
안전 시설물.
천장폭포의 최상단부.
로프와 철근을 잘 이용하여야....
06:32
이제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06:37
박지를 지나는데......
다시 큰 물줄기 하나가 떨어지기시작합니다.
06:40
아!
드디어 만장으로 진입합니다.
천장 바로 위가 바로 만장이었죠.
기억이 조금씩 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세게 흘러내리고 있으니.....
성질 급한 나루터 형님은 벌써 저 위에.....
느긋한 분들은 천천히 즐기며 올라오시고....
우측 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실폭포가 되고....
06:49
드디어 독주폭포의 중심 만장폭포가 그 위용을 두러냅니다.
치마를 펼친 듯 우아함을 보여줍니다.
지리는 앙탈부리는 설악과는 달리 자주 가지 않아도 용서해주는 산이라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을 때는 오라고 했다. 잠에서 막 깬 채로 있는 수염 그대로 가지고 와도 된다고 했다. 고달프고 지쳐있을 때, 다른 데서 눈길을 주지 않을 때 은근하게 생각나면 와도 된다고 했다. 수줍은 시골 새색시를 보고 싶은 마음으로 오라고 했다. 지리 아무 데나 앉아서, 하염없이 아무 데나 바라보고 싶을 때는 오라고 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수족이 힘들어 할 때에는 꼭 찾으라 했다. 가만히 앉아서 하염없이 울고 싶을 때 그때는 반드시 오라고 했다.
- 졸저 전게서 8쪽 서문
지리 폭포가 웅장하다고 한다면 역시 설악의 그것은 이렇게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는군요.
하단부가 해발 795m이니 저 상단부는 920m.
그러니까 낙폭이 약 120m 정도가 되니 대승 폭포, 토왕성 폭포 등과 함께 설악 3대 폭포라 불릴 만 합니다.
단체 사진 한 장.
우측으로도 작은 실폭포가 하나 더 형성이 되어 있고.....
07:00
너무 지체했습니다.
다시 올라가야죠.
방향은 우측입니다.
상당한 된비알입니다.
오랜만에 뒷방향도 봅니다.
44번 도로 건너 대간길입니다.
단목령 부근이려나?
07:17
능선 위로 붙습니다.
지도 #1의 '가'의 곳으로 우측 능선을 따를 경우 끝청으로 바로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골치기를 하기로 했으니 바로 좌측으로 넘어 골로 내려갑니다.
바로 독주폭포 상단부 방향입니다.
희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집중을 하며 걸으면 그런대로 걸을 수 있는 루트입니다.
가끔 표지띠도 보이고....
하지만 이 작은 케른은 이제 끝물입니다.
물이 적으니 이제 와폭도 적어지고....
단풍은 다음 주나 되어야 만개하려나.....
08:02
그래도 명색이 독주골인지라 아직도 물줄기는 살아 있고....
이끼도 설악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군요.
적당한 곳에서 가지고 온 김밥을 먹고....
독주골 상단을 향하여....
08:13
지도 #1의 '나'의 곳입니다.
좌골과 우골이 합수되는 곳이죠.
진행은 가운데 능선을 따라 오릅니다.
좌골의 물도 이렇게 힘이 있군요.
여기서 물을 보충합니다.
이제부터 희운각 까지는 물이 없으니 500ml 빈통 2개를 채웁니다.
대간 능선까지 약 800m는 된비알이니 그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치고 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08:52
35분 정도 걸리는군요.
대간길의 1460.7봉으로 오릅니다.
등로 바로 옆의 봉에서 4등급삼각점(설악424)을 찾으려고 샅샅이 뒤져 보았으나 낙엽에 숨어 있어 도저히 찾기가 어렵군요.
포기합니다.
이제부터 희운각대피소까지는 대간길을 따라 걷습니다.
오랫동안 걷지 못했던 이박사능선을 만날 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긴장이 되는군요.
어서 갑시다.
그런데 이한검 대장님은 버섯을 찾는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군요.
일행을 먼저 보내고 달달 떨면서 5분 정도 대기합니다.
09:03
날씨만 좋다면 좌측 발끝으로 용아를 보고 가야동 계곡 건너 공룡도 볼 수 있으련만....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오늘 아니면 즐길 수 없으니 이 상태로 만족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베산프best san friend 이한검 대장님.
따 주신 불법 임산물인 노루궁둥이 잘 먹겠나이다.
09:18
이 이정목을 봄으로써 제도권 등로에 들어왔음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09:34
끝청입니다.
기다리고 있던 대원들과 합류를 하고.....
대청을 보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심이고....
09:58
소청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중청대피소를 들러 장비를 점검합니다.
너무 춥군요.
쟈켓을 꺼내 입어 보온에 유의를 하고....
20분 정도 머무르다 10:17 중청대피소를 뜹니다.
구상나무도 벌벌 떨고 있고....
그러나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아 그나마 견딜만 하군요.
대청으로 올라,
10:31
대청봉에는 1등급대삼각점(설악11)과 정상석이 있다.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부에는 대청봉 정상석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진풍경이 자주 목격된다. 정면 좌측이 공룡능선으로 뒤로 황철봉 그리고 신선봉까지 막힘이 없다. 우측이 화채능선으로 화채봉과 칠성봉이 확실하고 천화대능선, 울산바위 역시 뚜렷하다. 이 우측의 관모봉 라인을 화채능선의 화채에 대비(對比)해 잡채능선이라고도 부른다. 뒤로는 점봉산에서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대간라인과 그 우측의 가리봉 라인의 삼형제봉까지도 막힘이 없다.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519쪽
대청에서 1등급대삼각점(설악11)을 확인하고,
정상석도 봅니다.
단체사진을 찍으려는 욕심을 접고,
10:35
중청대피소 방향으로 약 20m 정도 떨어져 있는 '이박사 능선' 들머리로 이동합니다.
예전에 있던 출입금지 표지판이 없어졌습니다.
그 표지판이 들머리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니 공단에서는 아예 그것을 없애버린 것이겠죠.
중청대피소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우측으로 ‘출입금지’ 팻말을 본다.
“이 길이 바로 희운각 대피소로 내려가는 대간길이야.”
“아까 얘기한 곳이로군. 근데 지금 여긴 또 왜 막아 논 거야?”
사진은 화채라인에서 바라본 대청봉 인근의 모습이다. 가운데가 대청봉 그리고 그 우측이 소청봉이다. 소청 우측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이 현재의 등로로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등산객들이 걷는 곳이다. 그리고 그 왼쪽. 사실은 저 대청에서 바로 흘러내리는 능선이 백두대간 길로 이른바 속칭 '이박사 능선'인데 지금은 폐쇄가 되었다. 그 입구가 지금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곳이다. 하는 수 없이 대간꾼들은 부득이 저 소청 방향으로 진행을 하여 희운각 대피소로 가면서 대피소 앞에서 부득이 물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
저 대간길인 이박산 라인 좌측의 골이 예전에는 '고요의 계곡'이라는 이름을 가졌었다. 그러던 것이 1969년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동계훈련을 하다 눈사태로 10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로는 '죽음의 계곡'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 다음 골짜기 그러니까 이 화채능선으로 줄기가 가지를 치면서 생기는 골짜기가 바로 염주골이다. 이 염주골에서 발원하는 물은 죽음의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에 합쳐져 천불동 계곡의 본류가 된다. 그러고는 저항령과 황철봉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들을 받아 쌍천이 되어 동해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똑같이 대청봉에서 흘러내리는 물도 저 이박사능선 좌측으로 흘러가면 가야동계곡으로 흘러 북천이 된 다음 소양강이 되어 북한강을 이루고는 양수리에서 한강이 되어 서해 바다로 흘러들어가게끔 되어 있다. 그러니 한 끗 차이로 좌측으로 간 물방울 하나는 서해로 가고 우측으로 간 다른 물방울은 그 물방울과는 절대로 단 한 번의 만남도 없이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이게 바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기본 원리이고 그 기준이 바로 백두대간이다. 대간은 우리나라를 동서로 양분한다는 얘기를 바로 저 이박사능선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이 설악에 대입시켜 본다면 그 대간 라인 즉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내설악과 외설악이 구분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청에서 저 이박사 능선으로 진행을 하여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 즉 백두대간길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보니 반들반들하게 되었고 나무의 뿌리들은 다 들어날 정도였다. 그래서 공단은 자연휴식년제로 막아놨는데 이번 기간은 2017. 2. 28.로 종료되었다. 하지만 또 연장하였을 것이니 사실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졸저 전게서 520쪽
근 30년 넘게 출입을 통제한 곳이어서 나뭇가지들이 진행을 방해합니다.
예전 대청산장이 있을 때 설악 대청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접근하는 최단 코스였죠.
참 많이도 다닌 길이었습니다.
오늘 소원을 풀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실까.....
이대장님도...
다들 중무장을 하셨는데 날씨가 뒷받침이 안 되니 어찌할고?
이박사능선의 '이박사'는 어떤 분이죠?
박사라 함은 학위를 뜻하기도 하겠지만 여기서는 '어떤 일에 정통하거나 숙달된 사람'을 뜻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전쟁이 끝나고 설악이 처음 열릴 무렵.
아마 1960년대 초라고 보는 게 정설입니다.
당시 산악회는 지금의 트래킹 위주의 산행과는 달리 클라이밍을 위주로 학교를 중심으로 행해지는 정통적인 의미의 그것이었습니다.
해외원정 산행을 꿈꾸는 그들의 훈련지로 설악산 만큼 돋보이는 곳은 없었을 겁니다.
'서울산악회'는 그런 곳들 중 하나였는데 회장을 맡고 있던 이기섭이라는 분은 속초로 내려와서는 '설악산악회'를 만들어 사진작가 최구현 님과 함께 등로개설과 설악산 알리기에 힘썼다고 합니다.
외설악의 중심 천불동 루트를 개척한 이도 이분이고 천당폭포에서 고요의 계곡을 거쳐 대청까지 오르는 코스를 개설한 이도 바로 이기섭 님이신 거죠.
지금도 곳곳에 보이는 철삭鐵索 즉 쇠줄이 이때 이기섭 님이 양양광산에서 지원을 받아 설치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지만 천당폭포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이 당시 명소였던 것이고.....
이러니 비선대 ~ 천불동 계곡 ~ 무너미고개에 이르는 길을 '이기섭 코스'라고 하였고 그 무너미에서 대청으로 오르는 능선을 '이박사 능선'이라 부르게 되었음은 오하려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공룡방향.
아!
신령님!
제발이지.....
그래도 어떻습니까?
그런 유래의 이 길을, 이 백두대간 길을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11:06
화채능선 방향.....
11:12
아!
화채 암벽이 조금 .....
11:14
조금 더.....
소청 쪽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군요.
아!
천화대와 우측으로 범봉과 왕관봉.....
바로 앞의 신선대.
우측의 상단부 화채능선과 그 바로 아래 우측으로 만경대길....
칠성대.
만물상......
다시 숨습니다.
이대장님이 말만 안 시켰어도 제대로 된 걸 찍을 수 있었는데....
이대로 그냥 없어지는 건가?
아니면 다시 나타나려나....
11:22
조망바위에 오릅니다.
날씨만 도와줬다면 여기서 모든 걸 다 볼 수 있었을 텐데....
11:26
좌측 범봉과 신선대 그리고 우측 뒤로 울산바위가 보이고....
화채능선과 우측의 피골우능선도 시원하게 보이며 동해까지.....
11:34
더 선명해졌습니다.
공룡능선은 저 신산대를 시작으로 마등봉까지로 보면 되고 그 길은 곧 백두대간길입니다.
그러니 원래 백두대간길은 저 신선대로 올라야 합니다.
신선대는 세 개의 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측부터 좌로 1봉, 2봉 그리고 3봉으로 부릅니다.
무너미고개를 지나 우측으로 붙어 1봉 ~ 2봉 ~ 3봉으로 진행을 하여야 하고 초창기 백두대간 산행은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암벽을 타야하는 위험한 저 길에서 몇 번 사망사고가 발생을 하였고....
그래서 저 루트는 폐쇄가 되고 무너미 고개에서 직진을 하여 물을 건넌 다음 쇠줄을 잡고 저 3봉으로 직접 올랐던 것이죠.
그러니 1봉가 2봉은 본의 아니게 생략하게 되었던 것이고....
그러고는 무너미고개다. 좌측은 가야동 계곡이고 우측은 천불동 계곡이다. 백두대간 길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공룡능선의 시작이기도 하다 초입에서 우측으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신선대로 오르는 이른바 ‘고전 공룡능선’ 루트다. 낙석의 위험이 있어 당연히 지금은 비법정탐방구간이다. 직진하는 길을 이용하여 작은 물줄기를 건넌 다음 쇠줄을 잡고 암벽을 탄다. 그러면 우측 뒤로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이른바 ‘이박사 능선’의 대간길이 희운각대피소 옆을 지나 이리로 달려오는 모습이 선명하다. 공룡이 한눈에 들어오고 1233.1봉 좌측으로 칠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암봉이 눈을 어지럽힌다.
- 졸저 전게서 536쪽
1275봉 좌측으로 큰새봉....
그 뒤로 황청봉과 그 우측의 신선봉....
신선대....
11:42
좌측 뒤로 달마봉 우측 중앙이 칠성대.
화채 능선의 주봉 화채봉.
그 화채봉 우측 아래로 늘어진 능선이 만경대 능선.
신선대와 그 뒤 황철봉과 신선봉.
백두대간길이죠.
소원 풀었습니다.
역시 신령님은 우리 편이셨습니다.
우측 신선대 3봉 바위 좌측으로 공룡을 타는 분들이 보이고....
속초시내까지....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군요.
다시 한 번......
화채.
.............
이 이박사능선과 신선대를 잇는 능선.
곧 백두대간길입니다.
12:18
영실천의 상단부.
이 물이 북천으로 합류되어 소양강이 되고 북한강이 되어 양수리에서 한강이 되어 서해로 흘러들어 갈 것입니다.
즉 영실천 - 북천 - 소양강 - 북한강 - 한강이 되는 것이죠.
12:26
희운각대피소입니다.
- 졸저 전게서 535쪽
가지고 온 먹거리들을 다 풀어놓고....
30분 정도 머물다 다시 일어납니다.
전망대에 올라...
화채봉.
그리고 만경대 루트.....
이박사 능선.
대청은 구름에 가렸고....
신선대.
12:58
무너미 고개입니다.
직진하는 길이 대간길이자 공룡능선으로 진입하는 루트.
우리는 천불동으로 가야하니 우틀합니다.
그러고는 무너미고개다. 좌측은 가야동 계곡이고 우측은 천불동 계곡이다. 백두대간 길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공룡능선의 시작이기도 하다 초입에서 우측으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신선대로 오르는 이른바 ‘고전 공룡능선’ 루트다. 낙석의 위험이 있어 당연히 지금은 비법정탐방구간이다. 직진하는 길을 이용하여 작은 물줄기를 건넌 다음 쇠줄을 잡고 암벽을 탄다. 그러면 우측 뒤로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이른바 ‘이박사 능선’의 대간길이 희운각대피소 옆을 지나 이리로 달려오는 모습이 선명하다.
-졸저 전게서 536쪽
중앙 좌측이 만경대.
그 사이로 양폭으로 내려오는 길이 보입니다.
만경대.
참 기기묘묘합니다.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는 쌍천이 되어 동해로 가고....
..............
대단합니다.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다음 주는 절정을 이루지 않을까요?
이 천불동은 보통 비선대 ~ 대청봉까지 오르는 계곡을 말하지만 엄밀하게는 비선대 ~ 오련폭포를 얘기합니다.
설악 최고의 명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죠.
골짜기마다 1,000여 개의 각각 다른 부처님을 옮겨다 모셔 놓은 것 같다고 하여 千佛洞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크게는 고요의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陰瀑과 염주골에서 내려오는 물陽瀑이 합쳐져 양폭兩瀑을 이루어 저항령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쌍천雙川이 되니 백두대간 동쪽은 결국 금강산의 명칭을 본 따 외설악이라 부르게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한 번 끊겼던 곳.
13:33
양폭.
13:37
양폭대피소.
13:44
외국인도.......
13:49
점점 마무리는 되어 가고...
아니 감자바우 형님은 여길 또.....
세 분이 오셨군요.
오래오래 뵙죠.....
귀면암을 지키는 바위.
14:12
귀면암鬼面巖.
귀신 얼굴을 한 바위라는 것인데....
도대체 알 수 없군요.
고 류만석 님의 명복을 빕니다.
아름다운 계류.
비선대 일대의 암봉.
비선대.....
우측 돌멩이에 클라이머들이 암벽 등반을 즐기고 있고....
그리고 소.
만물상과 그 좌측 권금성.
그 좌측으로 노적봉.
매표소....
돈 잘 벌겠습니다.
15:19
조계선풍시원도량 설악산문이라는 현판을 걸어놓고....
여기서 일단 오늘 산행을 마감하고 C지구까지는 택시(6,000원)로 이동합니다.
신사산악회가 이용하는 식당인 전주식당에서 샤워를 하고 간단하게 소맥으로 뒤풀이를 합니다.
광주팀과는 아쉬운 작별을 하고 귀경을 합니다.
나들이 차량으로 경춘고속도로는 마비 상태.
노련한 기사님은 춘천으로 방향을 돌려 국도를 이용하다 보니 1시간은 더 걸린 것 같은데 그래도 일찍 귀경을 합니다.
동서울 터미널에 하차를 하여 지하에 있는 치킨집에들어가 2차 뒤풀이를 하고 헤어집니다.
까마귀 형님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모모양도....
사니조은님도 산행 잘 하셨죠.
다음 주는 지리로 들어 치밭목 대피소에서 1박하는 산행입니다.
벽송사능선으로 올라 와불산을 알현하고 독녀암(함양 독바위)도 보고 선녀굴도 찾아보며 새봉 지나 영랑대와 소년대도 찾을 것인데 단풍은 좀 들었을라나?
늑대 형님과 도솔산인님과 함께 하는 안장당골 산향도 은근히 기대됩니다.
첫댓글 이박사능선 간지도 꽤 됐네요....20년 전. 날이 흐려서 좀 아쉬웠겠습니다. 까마귀님도 오랜만이네요.
저도 까마귀형 오랜만에 뵀습니다.
이박사능선이라하는군요...1번은 오르고 한번은 내리고 합 2번 한 기억이네요~
예전엔 참 많이 다니던 길이었는데...
@현오 그때두 몰래 갔어요...한번은 희운각에서 1만량주고 막걸리 사니 통과 ㅎㅎ 옛적얘기지요~
어려운 길로만 다니셨군요. 만나뵙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종종 보죠. 근데 설악 전공으로 택하셨수?
@현오 싼맛+좋은산 이런거죠 뭐 ㅎ 내년엔 지리산 파묵기
담주엔 중간 정도의 고지가 단풍색이
예쁘겠어요
예. 이번엔 좀 아쉬웠습니다.
대부대가 움직이셨네요.
제목에 이박사 능선이라해서
궁금했는데..ㅎ
형님덕분에 잼있는 능선하나 배웠씀다ㅎ
산행기 보고있자니 갑자기 몸뚱이가 근질근질한게
만장폭위의 된비알을 한번치고
싶은생각이..^^
비가 온 끝이라 아주 멋진 그림이었네요. 어서 가보시죠.
독주폭포의 수량이 상당하네요.덕분에 시원한 그림을 잘 보고 갑니다.
이박사 능선 축하 드립니다. 독주폭포 좋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