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발 신당의 정치적 운명
천정배의원의 신당창당 불가피론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어떤 경우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자체 혁신을 통한 역량있는 수권야당으로의 변신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기존의 새정치민주연합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새로운 개혁신당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자체혁신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원들이 얼마나 진정으로 각성하고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이를 실천하느냐에 그 성패가 판가름날 것이므로 논외로 하고 여기서는 천정배 의원의 주장처럼 새로운 개혁정당의 출현을 통한 정권교체론이 과연 타당한 정치적인 주장인지를 검증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기존의 새정치민주연합에 더해 천정배의원의 의지대로 나름대로의 세를 갖춘 개혁신당이 출현한다하여도 야권이 분열하는 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총선 압승과 야권 전체의 참패는 불문가지이다. 더더구나 아이러니하게도 천정배의원의 기대(?)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고 반면 새로운 개혁정당의 정치적인 세가 커지면 커질수록 새누리당 입장에서 야당의 분열은 최적의 황금분할 같은 정치적 구도가 될 것이다.
비록 천정배의원의 본래 정치적 의도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내년 총선만 놓고 보자면 천정배의원의 구상대로 개혁신당이 성공적일수록 야권 전체로는 더욱 큰 정치적 재앙이 되는 것이 엄연한 정치적 현실이다.
왜 그런가? 첫째 현재 야권의 분열과 그에 따른 정치적 위기는 야권의 분열이 비단 정치인들만의 다툼이 아니라 야권 지지자들 역시 여러 갈래로 흩어져 대립과 반목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부진한 혁신과 나름대로 세를 갖춘 천정배표 개혁신당의 출현은 야권지지자들의 분열을 더욱 가속화시켜 총선에서 야권의 표를 절묘하게 갈라놓게 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개혁신당으로 나뉘어지는 야권의 분열이 총선에 미치는 악영향은 단순히 야권 표의 분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은 새누리당 정권의 중간평가라는 정치적 의미는 크게 퇴색되고 지난 4.26재보선처럼 야권끼리의 경쟁과 반목으로 야권 전체의 반새누리당 전선은 거의 정치적 힘을 받지 못할 것이다.
조.중.동 종편을 필두로 한 어용화된 대다수의 기성언론은 야권의 분열로 인한 갈등과 반목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고 야권 고정 지지자들의 표 분산에 더해 야권에 표를 줄 수도 있는 부동층이나 중도층은 대거 기권하거나 새누리당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이처럼 야권의 분열시 휜히 내다보이는 내년 총선의 정치적 상황하에서 새누리당의 압승과 야권의 참패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이다.
너무나도 분명히 예상이 가능한 내년 총선에서의 야권의 대패라는 정치적 결과를 딛고 천정배
표 개혁신당이 정권교체라는 원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면 총선 참패로 궤멸된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신하여 개혁신당 중심으로 야권이 재편되어 정치적 진용을 새로이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일단 천정배표 개혁신당론의 정치적 의도를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여 총선후 개혁신당 중심으로의 야권재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해 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과연 개혁신당이 중심이 되어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야당을 통해 2017년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한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두면 박근혜정부는 정치적 면죄부를 얻음은 물론 의회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정부.여당의 정국주도권은 더 한층 강화될 것이다. 반면 야권은 야권의 새로운 정치적 진영을 형성하기까지(물론 이것 역시 가능할지 알 수 없겠지만) 총선참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또 한 차례 큰 내홍과 혼돈을 겪게 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분열과 충돌속에서 치러지게 될 총선과정과 총선 참패라는 결과 그리고 그에 대한 여파 등으로 야권지지자들간의 상호 불신과 반목은 쉽게 치유되지 못할 정도로 깊어질 것이고 정권교체를 기대하고자 했던 유권자들 전반에 정치적 냉소와 좌절감이 팽배해지게 되는 등 야권은 완전히 정치적으로 기가 꺽이게 될 것이다.
총선 참패후 야권 정치인들 간의 갈등과 다툼 ,지지자들의 반목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깊어진 정치불신과 냉소 의회에서의 일방적 열세 등 이런 최악의 정치적 악조건을 뚫고 과연 불과 1년 6개월후의 대선에서 승리가 가능할까?
대선에서 단 한가지 실낱같은 정치적 기대의 요소가 있다면 새누리당의 일방적 독주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심리의 발동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지자들을 비롯한 야권전체의 기세가 완전히 꺽이고 유권자들의 야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의 심화로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 자체를 하기 어렵게 된 상태에서는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견제심리의 발동으로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하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한번 천정배표 개혁신당론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서 1997년의 외환위기와 같이 새누리당의 실정으로 인한 국가 대 위기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이나 유권자들의 강한 견제심리가 발동하는 기적과도 같은 천우신조로 야권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가정해 보도록 하자.
야권자체의 정치적 역량과 야권의 비전과 가치에 대한 여론의 적극적인 동의가 아닌 정치적 천우신조에 힘입어 요행수로 설사 정권교체가 실현된다 한들 과연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나 노무현의 참여정부 이상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이 과연 가능할까? 더구나 의회에서조차 압도적인 수적 열세의 상황에서?
현재 한국사회는 개발독재 시대의 낡은 체제가 낳은 유산과 무비판적인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수용으로 빚어진 왜곡된 사회경제적 실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큰 방향의 전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정치적인 집권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통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우선하여 한국사회의 비틀린 기득권체제를 뒷받침해온 수구기득권 언론의 허구적인 담론들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치계는 물론이거니와 그러한 낡고 왜곡된 담론들을 생산하고 지지하는 수구기득권세력들의 사회경제적인 힘 또한 막강하다.
이런 완연한 힘의 열세를 극복하고 야권이 집권 후 한국사회의 일대 개혁을 이루어 내려면 여론의 뒷받침과 함께 의회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결국 야권의 총선승리 없이는 대선승리도 사실상 불가능할뿐더러 설사 천우신조로 정권교체를 이룬다 하여도 집권 후 수구기득권 세력의 거대한 벽에 막혀 기껏해야 수박 겉핥기식의 지극히 부분적이고 피상적인 개혁에 그쳐 어게인 노무현 정부와 같은 정치적 운명을 맞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야권의 총선승리가 100% 불가능한 정치적 상황을 불러오게 될 개혁신당의 출범이 야권의 정권교체로 이어지려면 세 번의 지극히 어렵고 험난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첫째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부진한 혁신을 등에 업고 나름대로의 정치적 세를 갖춘 개혁신당의 진용 구축, 둘째 총선에서의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적 궤멸을 기회로 삼아 개혁신당 중심으로의 성공적인 야권의 재편, 셋째 최악의 정치적 악조건 속에서 천우신조와도 같은 정치적 기적으로 정권교체의 성공.
그러나 이 세 번의 험난한 고비를 넘어 개혁신당이 집권에 성공한다 하여도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정치적 성과치는 어게인 참여정부의 수준이고 그 정치적 결말은 또 다시 5년후 정권을 수구기득권세력에게 헌납하는 정해진 수순일뿐이다.
따라서 여러모로 보아 개혁신당의 성공적인 출범부터 시작하여 그 과정 하나하나가 지극히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속에서 천정배표 개혁신당이 기적과도 같은 정치적인 대반전 드라마를 성공시킨다 하여도 그 최종 성과 혹은 결말은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이 아닌 그저 야권의 정치적 수명을 5년 더 연장시키고 한국정치사에서 주변부로 밀려날 야권의 집권사에 에피소드를 한편 더 추가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