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봉 전에 테스트 하느라 봤는데 발설하면 안되는지라 입이 근질거려 혼났어요
여러가지로 안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이라기엔 참...여러가지로.
논란이 되는 것만큼 대놓고 제국주의를 미화시키는 부분은 없어요
영화 중간에 떡하니 나오는 전범기가 거슬린다면 거슬리지만.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 거의 나왔듯 평화에 대한 언급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주인공 지로는 전쟁에 사용되는 비행기를 만듭니다.
뭐라고 해야하나... 주인공 지로는 비행기에 완전히 미친 사람이에요
병든 아내 나오코가 요양을 가야한다는 걸 알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그렇게 하질 않죠.
일본은 전쟁으로 폐망할 것이다, 히틀러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 고통받고 가난한 국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돈이 잔뜩 들어가는 비행기..돌아오진 않는 비행기들(전쟁을 나갔기 때문에), 비행기는 위험한 꿈이라는 이야지.. 비행기 무덤..
이런 여러가지 것들이 나와요.
그런데 언급만 될 뿐이에요
이래이래 해서 해결해야 한다 뭐 이런 건 없어요
말만 할 뿐 지로는 내내 비행기만 만들거든요.
이전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하울이나 원령공주의 이사타카는 평화를 위한 실천을 해요.
그러나 지로는 전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지 몰라도 그저 생각만 할 뿐 실천하지 않아요.
왜 그랬을까요? 이 작품에 남기고 싶은 메세지가 평화보다는 비행기에 대한 꿈에 무게를 뒀기 때문일까요?
어떻게 보면 그런 언급들이 전쟁 미화에 대한 빠져나올 구멍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도 '제국주의에 대한건 나도 알고는 있으나 어떻게 할 순 없어. 난 비행기 덕후임'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이해는 가요. 왜 이걸 소재로 삼았는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쭉 봐온 분들은 알겠지만 진짜 비행기 덕후잖아요.
비행기로 꿈을 나타낸다고 했을 때 미야자키 본인 생각에 꿈, 성장, 전쟁과 소년, 서양에 대한 동경 등등 종합해봤을 때 그 시대, 소재가 딱 맞다고 생각했나봐요. 이해는 갑니다...
미화할 의도는 아니었으나 미화가 됐다..고 할까요?
그리고 논란 그 외 애니메이션 자체로 얘기하자면
1. 스토리가 갈피를 못잡습니다. 어수선해요. 이것도 보여줘야 하고 저것도 보여줘야 하고..
지로의 꿈과 성장도 보여줘야 하고 연애도 해야하고 수많은 인물과 대화도 해야하고 비행기 만드는 방법도 설명해줘야하고 해외에서 느낀점도 말해줘야하고 비행기 꿈도 꿔야하고 전쟁에 대해 말도 해줘야 하고 사랑도 해야하고...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왜 나왔어야 하며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어요. 의도가 있긴 한데 뭔지 모르겠는;ㅋ 그냥 일본 소년이 여기저기서 인정받을만큼 대단한 걸 보여주려함인가 싶구요. 좀 오글거렸어요. 서양인한테 인정못받아 안달난 것처럼 보였거든요. 근데 이건 이 작품 뿐만 아니라 일본 애니, 만화 대부분이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로맨스랍치고 주인공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확실히 이런데엔 소질이 없나봅니다;ㅋ 제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중에 그나마 연애쪽으로 나았던게 센과 치히로정도?; 작품 속 연애에 중간이 없어요ㅋㅋ 걍 우연히 두어번 만나보니 서로가 서로를 엄청 사랑하고 있었대요ㅋ 지로의 꿈과 지로와의 사랑을 위해 희생한 나오코.. 나오코는 결말로 봤을 때 죽었을텐데 지로에게선 그 어떤 상실감도 보이질 않아요. 그냥 제로센 만들어서 날렸다는 성취감과 기쁨밖엔 안보였어요. 이부분이 참 거슬리더라구요
2. 재미없어요. 비행기에 대해 꽤 디테일하게 많이 나와요. 전계도면도 많이 나오고 나사가 어쩌고.. 재미없어요. 비행기 관심있는 사람이야 재밌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볼 때 글쎄요; 슬슬 하품 나오더라구요
비행기 얘기가 정 하고 싶었으면 붉은 돼지쯤만 해도 괜찮았을텐데요
3. 일부러 그런걸까요? 작화가 굉장히 투박합니다. 디즈니와는 다른 맛의 지브리 특유의 유연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기에; 특히나 지브리;;. 일명 작붕도 보였습니다만 이건 어쩔 수가 없는게;ㅋ 지브리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등장한게 이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흡사 포뇨의 여동생들만도 못하게 생긴 사람들이 많이 나와요. 정말 많이ㅋㅋ 초반부 도쿄대지진 때 인파를 헤쳐나가던 지로의 인체도 좀 거슬렸습니다.. 지브리 작품 보면서 이런적 정말 처음이었어요. 의도한걸까요?
4. 상상력의 한계. 이건 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들어났던 부분인 것 같아요. 나우시카의 비행선, 천공의 성 라뷰타의 비행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비행선.. 바람이 분다에서도 나옵니다. 워낙 예전에 구상해놓은 비행선이 마음에 들어서 울궈먹을 수도 있지만 다들 아시잖아요. 그 전 작품들이랑 캐릭터 생김새도 다 비슷한데 운송수단도 비슷하지 식상한감은 지울 수 없네요.
지브리에서 나온 최근작들 별로라는 평가 많았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봤었어요.
포뇨, 마루 밑 아리에티.. 상상력이 재미있고 보고나서 기분이 산뜻했습니다.
동심도 느낄 수 있었구요. 혹자는 스토리가 병맛이라고 욕할지 몰라도ㅋㅋ 전 좋았어요
그런데 바람이 분다는 역대 지브리 작품 중에 제일 별로였어요.
논란거리를 떠나서 이런 작품이 은퇴작이라는게 참 많이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