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더니
젊어서는 아내 말을 안 듣고 내 주장대로만 하고
먹는 것도 허접한 농산물보다는 고기나 공산품이어야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여기고 먹었는데
이젠 아내가 가자는 대로 따라가는 게 편하기도 하고
함께 ㅎ 때는 마음이 기쁘기까지 하다
그리고 식성도 많이 달라져서
육류는 아주 가끔 외식할 때에나 먹고
평소에는 거짓말하지 않는 땅이 배출한 순수한 식물들을 섭취하며
미각의 향연을 누린다
어제는 작성할 서류가 있어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는데,
"목요장터 안 갈래?" 하고 묻는 아내의 질문에
두 말 않고 하던 일 멈추고 차에 시동을 건다
인근 농촌도시들에서 가져오는 유기농 농산물들이
얼마나 싱그럽고 맛난지 모른다
사과 한 바구니,
호박잎,
고구마,
햇밤 한 되,
참기름 들기름 한 병씩,
그리고 땅콩 한 봉지를 사 가지고 오는데,
옛날 같았으면 허접하고 보잘 것 없게 여길 그것들이
돌아오는 내내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저것들이 내게 줄 싱그러운 맛과 건강에 대한 확신,
그리고 기쁨 . . . . !!
그래,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삶의 깨우침인데
그건 억지로는 안 되고
살고 또 살다 보면 세월이 내 가슴에 새겨주는 것이다
이젠 시골 아낙들이나 귀하게 여기던 그것들이
사람에게 정말 소중한 것임을 깨닫는다
순전히 말없는 세월 덕분에 . . . .
첫댓글 .....!!!!!!
어떻게 대답하오리까?
소생도
내자가 오늘 다른 약속 없으면 청주나 갈까요 ?
하면, 그럴까 ! 하고
내려가다 초정 3거리 길가 장터에서
우리밭에 없는 채소나 과일을 사곤
한답니다. 간혹 물건 팔고있는 할머니들과 대화도
나누곤 하는데, 아직도 순수함이 묻어나는 할머니
얼굴에서 돌아가신 할머니 얼굴이 오버랩 되곤 하지요.
네, 장터 할머니들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이 보일 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