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농사 김장
김민술
고기 없이 밥은 먹어도 김치 없이는 괜히 부화가 난다. 김치 없는 밥 먹기 팍팍하고 간식으로 라면 먹을 때도 김치 없으면 밀가루 냄새가 미각을 자극한다. 김치를 엄청 좋아 하는 탓도 있지만 반찬 중에 소중한 존재다. 환경이라고 할까? 나이 탓이라 고할까? 사정이 생겨 올해 겨울 농사 포기 한다고 아내의 선전포고다. 아내가 안 하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해마다 고춧값 주었는데 비상금이 생곘다. 비가오고 눈 내리고 서쪽 지방 강풍도 분다고 캐스터가 울상이다. 팔십 넘어 만추, 입동으로 옮긴지 꽤 오래다.2023년 12월 한 장 남은 달력이 문틈 세로 부는 바람에 그네를 타고 시베리아 폭설이 지구를 흔든다.
몸이 불편해 약을 복용 하는데 약을 먹고 나면 기립성 저혈압이 충동을 일으켜 술 취한 사람 처럼 갈지자 걸음이고 나도 모르게 넘어져 창피한 생각에 벌떡 일어난다. 좋아 지라고 약을 먹는데 왜 어지럽고 넘어지나, 병 주고 약주고 희한한 세상이다.
어느 날 아내가 지인하고 구루마 두 대에 배추 열 다섯 포기 대파, 쪽파, 미나리 무 여덟 단 싫고 들어온다. 김장 안 한다더니 무슨배추냐, 물었더니 손자라도 담아 주야지 힘없이 말 한다.
해마다 김장을 아파트 살지만 떠부 새 하게 한다. 빈 양철 동이 소리 난다고 대충 걸려도 요란했다. 우리 집 김장은 아이러니 하다. 김장하면 아내 친구가 양념 썰고 며르리 오고 손자는 덤으로 율산, 큰딸이 빠질 수 없지, 내가 김치 좋아 하는데 큰 재주 없고 하지만 편하게 아울러 주고 뒤처리는 몽땅 내 몫이다. 그리고 모주 먹는 날이다. 생굴 사다가 회로 먹고 처음 먹는 생김치 한통은 굴을 많이 넣고 버무린다. 바로 나를 위해서란다. 나는 흥이 나고 돼지목살 대여섯 근 사다 삶아 기름 빼고 거저리에 쌈으로 점심은 최애로 먹고 김장 추억을 오래도록 남긴다. 올해가 아니라 지난해 이야기다.
그나 저나 젊은 사람들이고 환경이나 아파트이고 갈수록 김치 문화가 뒷걸음질하니 내수는 떨어지고 오히려 수출이 1억 달러 넘었다고, 덩달아 라면도 1억 달러 수출 됐다니 효자상품이다. 국내도 뒷걸음질만 하는 게 아니라 농협 계통이나 기업에서 상품으로 오륙 종 무진장 만들어 예쁜 포장으로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밥상에 김치 떨어질날 없다. 오래전 부터 일 년 농사라 시골 부잣집에서 삼 년 묶은 김치도 있고 식솔이 많아서 뒤란에 북풍이 불고 차가운 곳, 큰 항아리에 묻어 싱싱한 김치로 먹고 돼지고기 사다 김치볶음 하여 건안 하게 약주도 한잔 한다.
여름에 돼지고기 잘 먹어야 본전, 이고 겨울에 김치찌개 소고기 보다 열 냥이 높아 우리나라 대표적 식품으로 각광 받는다. 배추김치 변신이 미래 애들도 좋아 했으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김치 먹는 애들은 안 좋아 하는 애들보다 감기에 안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사람이 더 좋아 하는가 보다.
(201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