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거둠달 스무날, 비 오락가락.
이곳 나트랑에 도착한 것은 사실 어제가 아니라 오늘 새벽이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적지 않게 피곤했고 이내 곯아떨어졌는데
새벽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어
하루 일정이 불편하겠다는 생각으로 밖을 내다보며
처음 와 보는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들은 ‘월남의 달밤’이라는 노래로 처음 이름이 와 닿은 이 나라는
이후 조금 자랐을 때 ‘베트남 전쟁’에 우리나라가 군인을 보내면서
싸움에 끼어들었고
그러면서 이 나라에 대한 최초의 이해부터 왜곡되기 시작했던 일들,
그리고 이 전쟁에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거기 겹쳐졌고
그런 비틀린 인식들을 바로잡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많은 시간들이 흐른 뒤였던 것,
프랑스의 식민지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베트남의 한 도시 나트랑은
그렇게 비를 뿌리며 나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보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고
시간 되어 늘 그렇고 그런 호텔에서의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함께 일정을 같이 할 길라잡이 한국인과 현지인 길라잡이가 왔고
처음 방문하게 된 곳은 용선사라고 하는 절이었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형 불상이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이 절은
입구 그 어디에도 절 이름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절을 한바퀴 돌아 불상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을 때
잠시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경은 건성일 수밖에 없었고
짙은 향 연기의 냄새를 뒤로 하고 서둘러 차에 올라
몽키아일랜드라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표를 끊어 배에 올라 원숭이의 섬으로 갔는데
‘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름과는 달리 그 섬 어디에서도 원숭이는 볼 수 없었고
길들인 동물들을 가지고 관광객을 즐겁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장난을 보는 동안
갖가지 실망들이 안에서 들고 일어났습니다.
그렇지만 여행사를 통해 끌려다니는 일정이라는 것이
다 그렇고 그럴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고 따라나선 이번 일정들은
아내와 아내의 친구들이 준비한 것에
처제 셋과 아내의 또 다른 친구 부부까지 함께 하는 애매한 조합,
그렇기 때문에 불평 않고 따라다니자는 것이
애초의 생각이었으니 그저 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잠깐의 동물들을 길들여 벌이는 그나마 어수룩한 장난을 보고
잠시 시간이 남아 바닷가를 조금 걸었는데
바다 속에 산호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파도에 떠밀려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호의 조각들이며
바다에서 그물을 걷는 사람을 보는 사이
그쳤던 비가 다시 내렸습니다.
약간 젖으며 다시 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배를 타고 나오면서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원숭이 섬을 뒤로 하고 버스에 올라
진흙온천이 있다고 하는 곳으로 향해
거기서 진흙목욕을 한 다음 나와서 저녁 먹고
동남아 어디에서나 흔한 안마를 받았습니다.
안마를 받는 일은 그리 즐기지 않아
웬만한 경우에는 이런 때에는 빠져서 달리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번에는 안마의 수준도 볼 겸 몸을 맡겼습니다.
성실한 아이들의 안마이긴 했지만
역시 내 몸에는 그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고
거기서 이들의 삶에 가득한 땀방울이 무엇인지도 보았습니다.
일정 마칠 무렵 내가 망고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한국인 길라잡이가 좀 준비해 줬고
그게 좀 부족한 것 같아 셋째처제와 잠시 틈을 내어
시장에 가서 조금 더 사가지고 와서
일행과 함께 호텔에서 나눠 먹는 시간은 흐뭇했는데
그렇게 비가 종일 오락가락하던 묶음관광의 첫날 일정이 끝났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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