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발 들고 가지 않아도 충분히 대리만족이 되는 여행지, 반복되는 일상을 비껴 한 급수 높아지는 여행지가 있다. 알뜰하게 살면서 알뜰하게 모아둔 비상금은 이럴 때 필요하다. 때때로 우아하게 '뽐'내면서 여행해보자.
- ▲ 스피커들 <사진 이신화 여행전문작가>
우아하게, 에지있게, 폼나게
품격 높여주는 '급수다른' 국내 여행지 6
강릉_참소리 박물관
강릉의 참소리박물관은 참으로 유명한 곳이다. 유명한 만큼 대중적이기도 하다. 그곳을 왜 급수 높은 여행지로 선택했느냐고 묻는다면, 관람 끝에 들려주는 음악 때문이다. 관람석에서 2~3곡의 음악을 영상과 함께 틀어준다. 아름다운 음악 선율은 가슴속을 후벼파면서 스며든다. 스피커 덕분인지, 오디오의 품질 덕분인지, 따져 물을 필요는 없다. 그저 밑바닥부터 밀려드는 감흥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문화체험에서만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인 것이다.
참소리박물관은 1992년 강릉시 송정동의 자그마한 아파트에서 개관했다. 손성목관장이 평생 수집한 물품들을 공개한 것이다. 현재는 강릉시청에서 건물을 임대받아 장소를 옮겼다. 입구는 마치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영화관을 들어가는 것 같다. 실제로 영화박물관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박물관 입구에 사람이 모이면 안내자가 설명을 해준다.
각종 전시물의 역사, 소장 배경, 작동 원리 등을 안내하고 중간 중간에 기기의 소리를 직접 들려주기도 한다. 에디슨의 발명품만 1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세계 최대 수준이다. 희귀하고 놀라운 물건들이 많지만 일일이 설명하지 않으련다. 박물관을 관람하다보면 현실적으로 이 물건을 구입하는 돈은 어디서 마련했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 저절로 손 관장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리라.
- ▲ 사진 : 이신화 여행전문작가
이후 손 관장은 본격적인 축음기 수집에 나서 국내외 축음기가 600여점으로 불어난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친에게 물려받은 재산까지 통틀어 아프리카부터 유럽,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을 드나들며 골동품 음향기기를 사들였다. 그리고 수집품이 2000여 점에 달하자 '참소리박물관'을 개관했다. 한마디로 그는 축음기에 미친 것. 축음기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이곳이 단지 전시관이 아닌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Travel Info
참소리박물관
개관 시간 09:00~18:00(동절기는 17:30까지) 입장료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 문의 033-655-1130~2 www.edison.kr
주변 볼거리
오죽헌, 경포해수욕장, 경포호, 진또배기마을, 안목항 등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또 경포호를 따라 방해정, 금란정, 경포대, 해운정, 선교장 등이 있다. 선교장 활래정의 부속차실은 다례체험장, 열화당은 도서관, 체험장이 있으며 숙박도 가능하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강릉 나들목~강릉 쪽으로 가다 경포대 길로 들어서면 된다. 선교장 지나면 길목에 참소리박물관.
추천 맛집
서지초가뜰(033-646-4430)은 창녕조씨 종가집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전통음식으로 '못밥' '질밥' 두 종류의 메뉴가 있다.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요리 일색. 대대로 내려오는 송죽 두견주도 특별하다. 가격도 1만~2만 원대로 비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