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암 김복원문소신문(10월)

[소유 (박금숙)]

‘노론과 소론 당쟁’ 그 속에서 충의로 빛난 귀암(龜庵)김복원(金復元)

   성장 과정부터 올곧은 정신으로 흐트러짐 없는 삶을 사셨기에 동궁 위장(東宮 衛將)의 자리에 올랐어도 자기 직분(職分)에 흔들림이 없이 굳건히 지켜낸 분이 바로 광산김씨 예안파 의성 초전리 문증 후손인 귀암(龜庵) 김복원(金復元: 1710~1763)선생이다.

선생은 의성군 금성면 초전리에서 출생하여 자는 복초(復初), 호는 귀암(龜庵), 본관은 광산이며 부친은 석간(石澗) 김학(金嶨:1671~1748), 어머니는 김은좌(金殷佐)의 딸 안동 김씨다. 선생의 5대조는 문과에 급제하여 예문관 검열을 지냈으며 군자마을의 후조당 김부필 선생과 함께 임진왜란 때 활약하다 순절한 의병장 근시재(近始齋) 김해(金垓:1555~1641)이다. 4대조는 김해의 넷째 아들인 야일재(野逸齋) 김광악(金光岳)이고 한강(寒岡) 정구(鄭逑)와 장현광, 장흥효 문하에 있었으며 아들 죽장(竹庄) 김정(金䂻:1609~1655)이 증조부가 되며, 현종 대에 와서 의성군 금성면 초전리로 입향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부는 왕산(旺山) 김명기(1645~1672)이고 처는 박문상(朴文詳)의 딸 정부인 밀양 박씨(密陽 朴氏)이다.

어릴 때부터 기상이 남달랐던 선생은 부단히 노력하여 1740년(영조 16) 중광 무과에 급제하여 동궁 위장(東宮 衛將:세자를 호위하는 병사)이 되었고, 무겸(武兼)과 도총 도사(都摠 都事)를 거쳐 인동 부사(仁同府使), 거제 부사(巨濟 府使) 1760년 절충장군(折衝將軍)에 가자(加資:조선시대 품계를 올리거나 정3품이상의 품계를 말함.)되는 등 여러 관직에 제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동궁 위장으로 있었기에 후일 사도세자의 죽음을 접하자 바로 벼슬을 버리고 수일간을 통곡하며 삼강의 뜻을 닦으며 지낸 뒤, 올곧은 성품이기에 고향으로 돌아와 국록을 받았던 관원으로서 감히 곡반의 예를 갖추었으며 세상과 담을 쌓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해 1763년(영조 39) 안동 영장(安東 營將)에 제수되었지만 출사하지 않았다. 후에 영조 임금은 생각할수록 슬프다고「사도(思悼」란 시호를 내렸고 조정에서는 선생을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고 조용히 지내다가 1763년 5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899년에 사도세자의 묘호를 장조라 추숭하고 그때 충신들을 특포(特褒)하니 이듬해 선생에게도 종2품 가선대부군부협판(嘉善大夫軍部協辦)에 증직되었다.

선생이 중광 무과에 급제한 뒤 강직한 충의를 불사르던 때의 한 일화가 있다.

영조 25년 정월에 임금이 창경궁 명전문에서 조하(朝賀)를 받은 뒤 백관 반열이 늘어선 가운데 백성들의 고충을 듣고 싶다 하였으나 아무도 말하는 이가 없었다. 그렇게 숙연한 분위기가 흐르는데 도총부 도사로서 뒷자리에 있던 선생이 감히 임금 앞으로 나아가 충직하게 백성들의 고충을 낱낱이 아뢰었다고 한다.

그 때 영조 임금은

“성실한 고장 영남 사람답고 성심이 깊은 공의 충언을 잘 들었다,”

고 치하하였다고 한다. 영남인으로서 자긍심을 불러 일으키는 한부분이다.

선생이 태어난 광산김씨 예안파 의성 초전리 문중은 안동시 오천(烏川) 군자리(君子里)의 문순공(文純公) 후조당(後彫堂)과 읍청정(挹淸亭) 김부의(金富儀)의 후손이 집성촌을 이룬 마을이다. 이곳은 금성산의 기상과 어우러져 오동산과 백장골의 상서로움을 잇는 전통의 선비마을이다. 6.25사변 즈음에는 불과 70여 가호(家戶)가 살았고 40여 채가 넘는 멋스러운 와가(瓦家)가 즐비하였던 반촌이었으나 인구 감소로 인한 농촌 인구 부재로 이 마을도 역사를 머금은 조용한 마을로 변해 가고 있는 듯하다. 허나 60 여 년 동안 무려 교육계에 40여명, 박사만 30명 가까이 배출한 마을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선대들이 시례지가(詩禮之家:사대부의 가문을 말함)의 업을 그치지 아니하면서 선비정신을 가지고 살았으며 후진양성에 힘썼던 은택(恩澤)이라고 후손들은 감히 말한다.

안동 부사로 있었던 한강 정구 선생이‘이 마을에는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라고 한 말에서 연유한 안동시 와룡면의 광산김씨 집성촌인‘군자마을’은 조선 초 광산 김씨 예안파인 입향조 김효로가 마을에 터를 잡은 이래 귀암의 선조들은 약 20대에 걸쳐 600여 년이 넘는 안동의 광산김씨 집성촌하면 쉽게 떠오르는 동성마을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무릇 많이 알려진 마을이기에 누구나 쉽게 다가가겠지만 이제 자못 집성촌의 긍지가 대단함도 묻어 있음을 함축하는 동성마을의 대명사가 시나브로 되어버렸다.

이러한 군자마을과 의성이 인연이 된 연유는 근시재(近始齋) 김해(金垓)가 임진(壬辰) 전역(戰役)에 나아가면서 계자(季子:막내아들) 야일재(野逸齋)김광악(金光岳)을 의성(義城) 귀미(龜尾) 아주신씨(鵝州申氏) 오봉(梧峰) 신지제(申之悌)에게 장래를 부탁한 바 있었다. 1593년에 근시재가 순국하자 오봉 선생은 오래도록 야일재의 성장을 돌보는 처지였는데, 장성하자 의성 산운(山雲) 영천이씨(永川李氏) 입향조인 관찰사 학동(鶴洞) 이광준(李光俊)의 아들인 경정(敬亭) 이민성(李民宬, 1570-1629, 吏曹參議), 자암(紫巖) 이민환(李民寏, 刑曹參判, 시호 忠簡)의 장형(長兄) 증공조판서(贈工曹判書) 이민홍(李民宖)의 사위가 되게 한 인연으로 그 후손이 외가 가까운 의성 조문리(召文里, 초전, 초밭)에 복거(卜居)하게 된 것으로 본다.

2016년 4월에는 광산김씨 후손들의 자긍심을 불러 일으킨 끈끈한 맥을 잇는 행사인 특별전이 열렸다. 120여 년 동안 광산김씨 예안파 4대(代)에 걸쳐 기록된 총 39책의 일기자료가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박물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대중에게 공개하는 특별전이었다. 4대의 주인공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대장을 지냈던 근시재(近始齋) 김해(金垓:1555~1593)와 그 아들 매원(梅園) 김광계(金光繼;1580~1646), 그리고 손자 묵재(黙齋) 김염(金廉:1612~1659), 증손자 과헌(果軒) 김순의(金純義:1645~1714)이며 김해의 종형제 계암(溪巖) 김령(金坽:1577~1641)과 김염의 동생 김선(金先:1615~1670)도 일기를 기록했다. 일기의 기록 내용상 특성이나 그들의 호(號) 또는 자(字)를 따서 각각 향병일기(鄕兵日記), 매원일기, 묵재일기, 과헌일기, 계암일기, 여온일기라고 부른다.

이 일기들 안에는 전쟁과 당쟁 등 대내외적 격동기 사회를 살아가는 일상들이 담담하게 녹아 있음은 당연한 일이며 한 집안에서 아들과 손자 대를 이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작성된 일기는 그 사례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드물기에 한마디로 부러울 따름이다.

며칠 전 조문국 박물관대학에서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 김희곤교수의 강의를 듣던 중 한국독립운동의 첫 장인 의병항쟁에서부터 의성인들의 활동이 활발히 시작했다는 점과 그러한 투쟁을 광복 될 때까지 줄기차게 펼쳐나갔다는 사실에서 귀암(龜庵)의 선조들의 의병활동들이 이처럼 후손들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수되고 확산되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며 가슴이 뿌듯함으로 뜨거워졌다.

선생의 저서는 족보에 실기가 있었다고 하나 아쉽게도 전하지 않고 묘는 경상북도 군위군 산성면 봉림리에 있다. 영험한 산, 금성산의 정기를 받은 이곳 주민들은 오늘도 선생의 올곧은 정신을 본받아 금성이란 지명의 이름을 한층 더 빛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