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즐거운 토요일입니다.
직장인이 가장 사랑하는 요일 중 하나죠.
그날을 보내는 중에 책 추천을 등록하려 합니다.
마침 일이 적기도 하고요. 무슨 어디 아트센터의 팸플릿 의뢰물인데, 6페이지밖에 안 되더군요.
도서명: 센트 아일랜드
저자: 김유진
* 이 소설은 독서 플래폼 밀리의 서재에서 읽은 책입니다.
* 소개글 서평
플래폼 상단에 뜬 광고를 보고 우연히 읽게 되었다. 무슨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말이다.
제목은 《센트 아일랜드》였다. 어쩌다 보니 들게 되었지만, 첫 장부터 나를 그 소설 세계에 퐁당 빠뜨리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읽은 지는 제법 된 책이다. 그런데 감상문 쓸 짬이 없어서 이제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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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향기 섬으로의 여행 - 《센트 아일랜드》
“꿈이 있는 자들에게는 꿈 냄새가 나거든.”
이 책은 청소년 소설이다. 그러나 성인을 지나, 이제 내 업무를 다른 팀원에게 분배할 수 있게 된 직장인인 내가 읽어도 될 만큼 충분히 재미있었다.
뛰어난 후각을 지닌 주인공 다린은 어릴 적의 경험으로 향기 관련 직업을 갖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향기 전문 기업 센트 아일랜드에 인턴 연구원으로 지원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센트 아일랜드는 제주도처럼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섬으로, 센트 그룹이 향기 사업을 위해 자리한 곳이다. 센트 그룹은 그 섬에 연구단지와 관광단지 등을 조성했고, 섬에서 자생하는 특별한 식물 ‘향보리’를 통해 후각 치료제를 개발하며 유명해졌다.
물론 소설상 설정이다. 하지만 후각 치료제라든가, 바이러스로 인한 후각 상실 질병 같은 설정은 묘하게 코로나19를 떠올리게 해서 문득문득 현실감을 들게 했다.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서, 다린은 자신이 얻게 된 인턴 연구원 시험 기회를 엄마에게 얘기한다. 보통 부모라면 자녀가 대기업에 인턴 연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기뻐했을 것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식 모습이 대견했을 테고 말이다.
그러나 다린의 아빠와 달리, 엄마는 그녀의 응모 소식에 반대하며 화를 내기에 이른다. 그녀는 모종의 사고로 시각장애를 갖게 되었는데, 소설 프롤로그에서 보면 그것이 센트 그룹과 무관하지 않게 보인다.
여담인데, 소설에서 등장하는 사고가 내가 졸업한 특수학교의 기술가정 선생님이 겪은 사고와 유사해서, 아니 거의 흡사해서 좀 놀랐다. 그분도 화학 실험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들었기 때문에.
각설하고, 다린은 엄마의 반대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센트 그룹의 섬인 센트 아일랜드로 인턴 연구원 시험을 치기 위해 떠난다. 그곳에서 분홍빛 화사한 패션 소녀 일랑, 통통하지만 뛰어난 미각의 소유자 지나, 뭔가 도도한 만큼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로라 등의 친구를 만나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예전에 시각장애 조향사 양성 과정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조향사 선생님을 인터뷰한 적 있다. ‘향기 연구소 센토리’를 운영하는 대표님이었다.
당시 나는 향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다. 그냥 화장품이나 향수에 쓰이는 것 정도가 내가 아는 향 관련 지식의 전부였다. 그때 인터뷰를 위해 그야말로 벼락치기로 향의 종류, 영어 단어로 향을 나타내는 단어가 최소 세 가지 이상 된다는 것, 조향사의 활동 영역, 심지어 향 관련 명언까지 온갖 것을 닥치는 대로 조사한 기억이 있다. 생전 관심도 안 갔던 집에 있는 향수도 죄다 꺼내 이름을 알아보고 뿌려보는 등 기사 한두 장 쓴다고 별의별 난리를 다 부렸더랬다.
그 일화 덕분에 《센트 아일랜드》 직역하자면 ‘향기 섬’이라는 소설에 호기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소설이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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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 아일랜드》 - 내 꿈의 향기는 ... 보랏빛 꿈의 향을 돌이켜보는 힐링 여행
일단 내가 읽으며 느낀 《센트 아일랜드》의 매력 중 하나는 작가가 그려낸 몽환적인 풍경이다. 소설 속에서 스마트 워치를 연상되게 하는 스마트 기기나 시리아나 빅스비가 떠오르는, 그러나 몇 배는 더 똑똑한 것 같은 AI를 보고 잠시 ‘오~’ 하며 흥미를 갖긴 했지만, 그보다는 파스텔 색조의 테마 파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배경 묘사가 더 인상적이었다. 보랏빛 모래로 된 해변, 기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연구소 건물 외벽, 향기를 머금은 비눗방울이 떠다니는 수영장 등 작가가 구상한 센트 그룹의 섬 센트 아일랜드의 배경은 이곳이 연구단지인지 테마파크인지 헷갈릴 만큼 매혹적이었다. 실제 있었다면 당장 티켓 예매했을 것이다.
다른 장점은 향의 활용성에 대해 잘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인터뷰를 대비해 인터넷 뒤적이며 찾은 자료와 예시가 다 《센트 아일랜드》 소설 속에 녹아들어가 있었다. 지루한 설명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말이다.
자연의 향을 연구하는 분야, 화장품과 향수 등을 개발하는 뷰티 분야, 식음료의 향을 연구하는 분야, 공간의 향을 디자인하는 분야 등 얼핏 ‘향수’에만 한정될 수 있는 ‘향기’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알 수 있게끔 글을 구성했다.
끝으로 주인공 다린을 비롯한 일랑, 지나, 로라 등의 성장을 잘 담아내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다린이 자신의 꿈을 반대하는 엄마를 위해 향수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엄마를 위한 특별한 유리병을 디자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 밥줄인 점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실제 저런 향수병 있으면, 당장 카드 꺼낼 것 같다.
장애인 인식 개선 혹은 장애 공감 교육,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소설에서 잘 풀어낸 사례라고 하겠다.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또 일반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을 통한 장애 인식 개선 및 공감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던 강사로서 이 부분은 작가님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은 대목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가장 크게 아쉬움으로 남는 점은, 이 소설이 ‘불연소 결말’이라는 부분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린과 엄마의 갈등은 해소되었다. 다린이 사흘간 인턴 연구원 선발 시험을 치러 떠난 사이에 엄마는 다린의 꿈을 응원하기로 했던 것이다. 한편 다린 역시 센트 그룹에서의 엄마를 알게 되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다른 갈등은 잠재적 요소로 남은 채 풀리지 않았다. 센트 그룹의 회장과 다린 엄마 사이에, 분명 모종의 비하인드(음모)가 있다. 소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소설 《센트 아일랜드》에서 그 비하인드는 풀리지 않는다. 그저 마침표를 찍었다.
작가님이 후속작을 대비해 남겨둔, 소위 말하는 ‘떡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렇게 뭔가 뒤에 남겨두고 끝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럴 거면, 곧장 다음 후속작을 읽을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최소한 책 제목을 알려주면서 언제 출간될 거라는 걸 언질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내가 기다리고라도 있지.
또 묘하게 현실적인 부분도 이 책의 매력이자 단점이다. 가령, 인성 터진 것 같은, 기석인지 기섭인지 하는 인물이 인턴 연구원으로 뽑히는 대목이라든가.
세상이 보는 건 능력이다. 회사는 인성을 보지 않는다. 이 점을 은연중 시사한 걸까?
그래도 오랜만에 술술 읽히는 스토리와 환상적인 배경에 대체로 흡족한 독서였다.
누군가 그랬다. 어른이 되어 청소년 소설을 읽는다는 건, 빛바랜 마음에 빛을 다시 되살리는 일과 같다고.
소설 《센트 아일랜드》는 그 점에서 꿈과 열정의 향기를 다시 맡을 수 있게 한 책이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예전만큼 열정적이게 될 수는 없지만, 독서하며 다시 출근해 업무 스트레스에 맞서볼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는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끝으로 소설에서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으며 감상을 마무리하겠다. 첫 번째로 인상 깊은 문장은 이미 위에 썼다.
덧붙여 문장 전체를 발췌한 게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그냥, 오늘의 고생 중인 내가 듣고 싶은 말,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나와 비슷한 업무 스트레스로 고생 중이라면 듣고 싶어할 말이라 따로 필사했다.
“어느 책에서 봤는데, 사람이 가장 불안해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는 거래. 우린 그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푹 자. 우리 오늘 진짜 수고했잖아.”
PS. 이 소설의 부작용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 읽고 나면 어쩐지 향수나 디퓨저, 하다못해 향기 좋은 예쁜 장식용 비누라도 하나 사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첫댓글 빛바랜 마음에 다시 덧칠 한다는 것.
마음에 청춘을 입힌다는 것으로 이해?
암튼, 독서는 이래저래 영양가 높은 양식입니다.
덕분에 기분좋은 청춘의 한 자락을 되찾았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