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社村夜坐(재사촌야좌)
이 광려(李匡呂:1720~1783)
본관은 전주. 자는 성재(聖載), 호는 월암(月巖)· 칠 탄(七灘).
훌륭한 인품과 해박한 지식, 뛰어난 문장으로 사림(士林)으로부터 존경과 따르는 제자들도 많았다.
이만수(李晩秀)는 “국조(國朝) 300년의 문교를 받아 이광려 선생을 낳았다.”라고 극찬을 했다.
학행으로 천거되어 참봉으로 임명되었으나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개성을 존중하고 명분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시문(詩文)을 추구하였다.
생애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없지만, 그 시대를 함께 한 문인들로부터 높이 평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저서로는 『이참봉집(李參奉集)』이 있다.
산은 차고 하루종일 사람 구경하기 힘들고
山寒人跡斷朝曛 산한인적단조훈
낮은 고요하고 빈 집에 소나무 반쯤 구름에 묻혔네
晝靜空齋松半雲 주정공재송반운
이런 가운데 나무를 쪼는 딱다구리 소리가 기뻐서
偏喜此中聞啄木 편희차중문탁목
맑은 창(窓)을 돌아앉아 보던 글도 그만두었네
屢回淸坐罷看文 누회청좌파간문
*
냉기가 도는 산아래 집에는
밤이 되도록 누구 하나 찾아오는 이도 없고
빈 집에 자라는 커다란 소나무에는
구름이 내려앉아 졸고 있다
낮조차 고요 속에 파묻혀
무료한 차에
어디서 나무를 쪼는 딱다구리 소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읽던 책조차 덮어두고
소리 나는 쪽으로 자세를 바로잡고 앉아서
한량없이 듣고 있다
자연이 읽어주는 ‘경전(經典)’이다
가식 없는 불면의 말씀
그리운 것은 사람뿐만 아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며 살아가야 할 세상이다
오늘 아침 8시 무렵
도로 옆 커다란 느티나무에서
먹이를 찾는 쇠딱다구리를 보았다.
언 나뭇가지를 소리도 없이
긴 주둥이로 껍질을 벗겨내며 무언가를 찾는다
우연찮게, 그 느티나무를 지날 때면
위를 쳐다보는 습관 때문에
쇠딱다구리를 보았다
추운 날씨에 짧은 인사로 눈길을 주어도
아량곳 없이 나뭇가지에만 몰두하고 있다
사는 게 이렇게 힘이 든다
첫댓글 도시에서 쇠딱다구리를 만났네요.
반갑고 신기했을 듯합니다.
보는 눈이 귀합니다.
사람이나 새나
모두 자신이 살아갈 음식을 만드는 것은
자신이니
고단하고 대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