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
(루카 8,15)
거룩한 교회의 전승은 오늘을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신 복되신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를 기념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는 영광과 동시에 자신이 낳아 기른 아들의 십자가상 죽음을 견뎌내야만 하는 고통을 감수한, 그리하여 거룩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신 마리아를 낳고 기른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를 기념하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의 뜻을 풀이해 주십니다.
밭에 뿌려진 씨가 뿌려진 장소에 따라 어떤 결과를 맺게 되는지를 설명해 주시는 이 비유의 말씀은 사실상 우리 마음 안에 뿌려진 하느님 말씀의 씨앗에 대한 비유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들려지는 하느님 말씀이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우리 마음의 상태에 따라 뿌려지자마자 메말라버리거나 또는 좋은 토양에 뿌려져 수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 것처럼 하느님 말씀의 받아들임의 상태에 따라 그 결과가 천지차이로 달라진다는 말씀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돌밭에 뿌려진 씨와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 그리고 좋은 땅에 뿌려진 씨의 운명은 그 씨가 뿌려진 그 곳의 환경, 곧 우리들의 마음의 상태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됩니다.
그렇다면 이 비유의 말씀을 들은 지금의 우리들의 마음의 상태는 어떠할까요? 우리의 마음의 텃밭은 어떤 땅입니까? 씨앗이 자라는데 도움은커녕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데에 결정적 장애를 끼치는 돌만이 무성한 돌밭입니까? 아니면 세상의 온갖 걱정과 근심들로 가득 차 무수한 가시덤불로 숨 쉴 틈마저 없는 가심 덤불 속입니까? 아니면 비옥한 땅과 알맞은 햇살이 비치는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데에 가장 최적의 조건을 갖춘 좋은 땅입니까?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라는 그 무한한 선물도 그 선물을 받아들이는 이의 마음이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그 마음이 하느님의 선물 자체를 거부한다면 제 아무리 하느님이라 할지라도 그 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늘 복음이 전하듯 우리 마음의 상태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느님 말씀이라는 선물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이 마련해 주신 사랑의 은총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편에서의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그 준비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좋은 땅이 되어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충만히 받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합당한 준비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에게 요구되는 이 합당한 준비가 무엇인지, 그 해답의 실마리를 오늘 독서의 예레미야서의 말씀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간 계속되는 독서의 말씀인 예레미야 예언서는 비탄의 예언자라 불리는 예레미야가 죄악만을 일삼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모습을 이야기하는데, 오늘 독서 말씀 안에서 예언자는 더 이상의 죄악을 용납지 않으시는 하느님께 이스라엘 백성이 하루빨리 돌아와야 함을 다음과 같이 냉엄하게 이야기합니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배반한 자식들아, 돌아오너라.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너희의 주인이다. 나는 너희를 이 성읍에서 하나, 저 가운에서 둘씩 끌어내어 시온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희에게 내 마음에 드는 목자들을 보내리니, 그들이 너희를 지식과 슬기로 돌볼 것이다.”(예레 3,14-15)
예레미야 예언자의 이 표현에 빌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씨 뿌리는 비유 말씀이 이야기하는 우리 편에서의 준비를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주님이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이며 씨앗을 뿌리는 농부이신 하느님의 말씀의 씨앗을 받아들여 풍성한 열매를 맺는 좋은 땅이 되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죄로 인한 가장 큰 벌은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기 위해 우리 마음의 텃밭에 당신 말씀의 씨앗을 뿌려 그 씨앗을 통해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결실을 맺어 주시려고 하는데 우리가 그 씨앗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그 씨앗이 그냥 햇빛에 말라 죽어버린다면 결국 하느님의 그 모든 노력은 허사가 되고 만다는 사실. 곧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이들은 하느님이 주시려고 하는 그 모든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을 물론 하느님과 완전히 별개의 존재가 되어 이 힘들고 시련 가득한 세상을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한 목소리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푸시는 그 사랑을 받아들일 믿음의 준비를 갖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그 준비는 보다 구체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오늘 복음환호송이 그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루카 복음의 말씀을 인용한 오늘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루카 8,15)
이 말씀 그대로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고 삶의 모든 시련을 인내로 견디어 내며 그 열매를 맺는 이들이 진정 하느님 안에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이 주시려고 하는 그 모든 은총을 백배의 열매를 맺어 내는 좋은 땅이 되는 사람들이며, 그 땅을 통해 무한한 하느님 은총의 열매를 선물로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꼭 되뇌십시오. 바르고 착한 마음, 그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는 삶을 살려 노력하며 삶이 내게 주는 모든 시련을 인내로 견디어 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하느님 안에서 열매 맺는 삶, 하느님 안에서 진정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그 말씀을 삶을 실천하며 하느님 안에서 진정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
(루카 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