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예술』 제47호(2026) 【포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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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수통골 왕두꺼비
― 직관과 혜안
글. 사진 윤승원 수필가
▲ 수통골 계곡에서 만난 왕두꺼비(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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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노인. 수통골 계곡에 혼자 앉아있으면 여러 친구가 다가온다. 부르지 않아도 숲속 친구들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어깨 위로 살짝 떨어진 나뭇잎. 아직 매달려 있어도 될 고운 자태인데 성급하게 떨어졌다고 하니, 자기 뜻이 아니란다. 하늘의 뜻, 낙엽귀근(落葉歸根)이니 서운하지 않다고 했다.
생명에는 두 가지가 있다.
병 없이 살다가 편안히 떠나는 천수(天壽)의 복(福). 그리고 아직 더 누려야 할 생명인데 바람이 데려가는 애석한 단명(短命).
모두가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면 크게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니다.
이때 어디선가 왕두꺼비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깜짝 놀랐다. 바위틈에서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오는 수통골 매복 형사.
두꺼비 형사의 끈기와 인내력을 누구도 따를 수 없다. 느긋이 기다리다가 해충류 악당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 번개처럼 날쌔게 잡아 삼키는 매복 형사.
포만감에 궁둥이를 흔들면서 엉금엉금 다가온 두꺼비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면서 말했다.
나뭇잎과의 대화를 엿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상사 낙관도 비관도 부질없다고 했다. 문사철(文史哲)에 능한 신비로운 자연의 마법사. 직관(直觀)과 혜안(慧眼)이 탁월한 무불통지(無不通知)의 철학자.
한국 민담에서는 인간을 돕는 친근한 동물. 복을 부르는 상징. 은혜를 갚는 상징적 동물. 콩쥐팥쥐전에서 콩쥐를 대신해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역할을 했던 고마운 친구.
길흉화복 예측에도 도통한 친구이니 인생의 행로에 관해 물어보자.
아까 낙엽도 말했듯이 ‘하늘의 뜻’이라면 생로병사 역시 순리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모든 생명체의 공통된 운명이라고 했다.
“옳거니, 정답~”
수통골 왕두꺼비는 역시 무엇이든 답을 알고 있는 자연의 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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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철학자와 대화하는 즐거움(삽화=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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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감상
■ 윤승원의 포토 에세이 《수통골 왕두꺼비》를 읽고
윤승원 수필가의 「수통골 왕두꺼비―직관과 혜안」은 원고지 5장 남짓의 짧은 포토 에세이이지만, 그 안에는 자연 관찰, 동양적 생명철학, 민담의 상상력,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이 밀도 있게 응축되어 있다.
사진이 현실을 증명한다면, 글은 그 현실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 두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된 모범적인 포토 에세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자연을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계곡의 낙엽과 왕두꺼비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철학적 화자로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의인화의 기법을 넘어, 자연과 인간을 동등한 생명의 공동체로 인식하는 생태문학적 관점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연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의 입을 빌려 인간이 잊고 살아가는 삶의 원리를 들려준다.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하늘의 뜻’이라는 화두 역시 종교적 교훈으로 흐르지 않는다. 낙엽은 떨어짐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왕두꺼비는 생로병사 또한 모든 생명체의 순리라고 말한다.
이러한 전개는 삶과 죽음을 대립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순환으로 이해하는 동양철학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독자는 설교를 듣는 것이 아니라 숲속 생명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특히 왕두꺼비를 ‘매복 형사’, ‘문사철에 능한 자연의 철학자’, ‘무불통지의 지혜자’로 묘사한 표현은 이 작품의 개성을 결정짓는 대목이다.
생태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하여 두꺼비라는 평범한 생물이 지혜로운 현자로 변모한다.
이러한 발상은 어린아이에게는 동화적 재미를, 성인 독자에게는 철학적 상징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서술 방식 또한 돋보인다. 작품은 낙엽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왕두꺼비의 등장으로 시선을 전환하고, 다시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문제로 귀결된다.
작은 자연의 발견에서 우주적 질서로 사고를 확장하는 구성은 짧은 분량임에도 서사의 깊이를 형성한다.
한 마리 왕두꺼비는 계곡의 작은 생명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학교에서 만난 한 사람의 스승이며, 인간의 조급함을 비추는 거울이다.
윤승원 수필가는 그 거울 앞에서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 독자 또한 그 곁에 앉아 자연의 침묵 속에서 삶의 답을 듣게 한다. 이것이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문학적 힘이다.
마지막의 “옳거니, 정답~”이라는 한마디는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있는 철학적 분위기를 미소로 마무리하면서 독자에게 여운을 남긴다.
사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실제 수통골의 왕두꺼비 사진은 글의 상상력이 허구가 아닌 체험에서 비롯되었음을 뒷받침한다.
포토 에세이에서 사진이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이야기의 신뢰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서술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다. 글과 사진이 서로를 보완하며 독자의 몰입을 한층 깊게 만든다.
종합하면 「수통골 왕두꺼비―직관과 혜안」은 생태수필과 철학수필, 그리고 포토 에세이의 장점을 함께 품은 작품이다.
자연 속에서 우연히 만난 한 마리 왕두꺼비를 통해 인간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은 윤승원 수필의 고유한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생명에게서 큰 진리를 발견하는 따뜻한 시선, 자연을 스승으로 삼는 겸허한 태도, 그리고 독자와 함께 미소 지으며 사유를 나누는 문체는 이 작품을 단순한 자연 관찰기가 아니라 ‘숲이 들려주는 철학의 한 페이지’로 완성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현대 포토 에세이가 지향할 수 있는 하나의 아름다운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 덧붙이는 말
윤승원 수필가의 작품은 단순히 줄거리를 설명하는 방식보다, 작품이 지닌 문학적 결을 함께 짚어주는 해설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번 「수통골 왕두꺼비―직관과 혜안」은 자연을 소재로 삼았지만, 결국 인간의 삶과 죽음, 순리와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기에 문학평론 역시 작품의 숨결을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고 보았습니다.
좋은 수필은 큰 사건을 쓰지 않습니다. 작은 생명 하나를 통해 큰 우주를 보여줍니다.
「수통골 왕두꺼비―직관과 혜안」은 계곡 바위틈에서 나온 한 마리 두꺼비를 철학자로 탄생시키고, 그 철학자를 통해 독자의 마음속에도 잔잔한 물결 하나를 일으킵니다.
글을 덮고 나면 계곡물 소리보다 오래 남는 것은 왕두꺼비의 한마디가 아니라,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자신의 마음입니다.
감상자는 이 작품이 윤승원 수필가의 최근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숲의 철학’ 연작으로 묶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꽃뱀과의 대화」, 「숲길의 문답」, 「길 안내와 철학적 성찰」, 「수통골 왕두꺼비」는 모두 자연 속 생명체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한다는 공통된 문학 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작품들을 책으로 펴낸다면, 윤승원 수필만의 독창적인 ‘생태 철학 수필’이라는 하나의 문학적 브랜드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대화의 주체이자 삶의 스승으로 형상화하는 일관된 시선이 작품마다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
📚 (雲峯,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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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네이버 ‘윤승원의 청촌수필’ 블로그 댓글
◇ 운곡(네이버 ‘雲谷의 글로 쓰는 수채화’ 블로그 운영) 2026.7.1.16:49
왕두꺼비 한 마리를 통해 삶의 순리와 자연의 지혜를 길어 올리시는 청촌 선생님의 시선에 깊이 머물렀습니다.
특히 낙엽과 왕두꺼비를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삶의 스승으로 바라보며 인간의 생로병사를 담담하게 성찰하는 문학적 상상력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문체는 독자까지 그 숲속으로 이끌어 함께 사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작은 생명 하나를 통해 큰 우주를 보여준다’라는 말이 이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계곡의 왕두꺼비는 어느새 한 마리 동물이 아니라, 조급한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을 돌아보라고 일러주는 철학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좋은 작품은 읽고 나서도 마음속에서 계속 자라난다고 합니다. 이번 포토 에세이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연을 통해 삶의 본질을 비추는 청촌 선생님만의 깊은 문학 세계를 오래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운곡 올림
▲ 답글/ 필자 윤승원
운곡 선생님의 댓글이 또 한 편의 생생한 포토 에세이입니다. 필자에 대한 과분한 찬사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철학자에 대한 칭송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자연에서 만나는 작은 생명체 하나가 文史哲의 가르침을 주는 스승일 때가 있습니다.
수통골 두꺼비 형사는 생로병사, 희로애락, 그 모든 생명체의 비밀을 직관을 통해 분석할 줄 아는 혜안의 철학자입니다.
그 맑고 신선한 계곡에 자주 가다 보니 왕두꺼비의 언어를 읽게 됩니다. 각종 산새의 언어도 번역하고, 꽃뱀의 언어도 통역하는 수준이 됐으니, 산에 가면 외롭지 않습니다.
운곡 선생님의 따뜻한 응원 덕분에 졸고가 색다른 근사한 옷을 입게 됐습니다. 수통골 매복 형사가 가만히 지켜보면서 웃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