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안군(心眼郡) 정견리(正見里) 혜인사(慧仁寺)에는 군기 반장이 있다. 그 분은 바로 공양주보살(절간에서 스님들께 밥을 해주는 사람)인데 큰스님 조차 공양주 보살에게는 못 이기신다.
공양주 보살이 군기반장으로 이름을 알려진 까닭은 평소에는 말도 없다가 스님들이 게으름을 피고 밥값을 못한다 싶을 땐 바로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하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스님들은 공양주 보살 앞에서는 꼭 고양이 앞에 쥐처럼 꼼짝을 못한다. 이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아니 감히 상상 조차 못할 일인데 혜인사에서는 공양주 보살의 권력(?)이 대단하다.
공양주 보살은 학교라곤 문턱도 넘어 보지 않았고 글도 재대로 읽지 못하는 까막 눈인데 큰 스님의 법문이 있을 때는 법당 구석에 자리 잡고 큰스님의 말을 열심히 경청하면서 명상 수행 또한 열심히 하는 보살이었다.
꽤 오래 혜인사에서 공양실에서 일 해온 보살은 평소에 불심도 깊을 뿐 아니라 말도 없기로 유명하고 그의 손맛은 깔끔하고 정갈하여 무엇 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공양주 보살이 군기 반장으로써 명성을 날렸던 일은 과히 혜인사에 놀랄만한 사건이었는데 다과 같았다.
어느 동안거(冬安居:불교에서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승려들이 바깥 출입을 삼가하고 수행에 힘쓰는 일.)에 큰 스님 지도하에 모든 스님들이 좌선에 열중이었는데 점심 공양이 끝나고 큰 스님이 자리를 비우자 스님들은 하나 둘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엄따스님을 제외한 모든 스님들이 졸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는 코를 고는 스님도 있었다. 그때였다. 모든 스님들이 벼락같은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깬 까닭은 공양주 보살의 노발대발한 소리였다.
" 야 이놈들아..!! 밥값 내놔라. 이 도둑놈의 새끼들아. 너거가 무슨 귀족들이냐?. 신도들의 정성으로 보시한 돈으로 먹고 자고 똥만 싸게? 야이 도둑놈의 새끼들아..내일부터 탁발(스님들이 밥을 빌어 먹는 일)가서 밥 얻어 쳐먹어라.."
그리고 한 숨쉬고 아직 화가 덜 풀린 듯 다시 내 뱉는다.
"열심히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어 그 공덕을 보살들에게 나눠주지 못할 망정 이 도둑 놈의 새끼들아.. 배 부르고 방바닥이 따슷하니 졸음이 오니? 야이! 이 개새끼들 보다 못한 놈들아!! 낼 부터 다른 공양주 보살을 구해라. 이놈들아! 야이 썩을 놈들아...."
스님들은 이 황당한 상황을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서로의 눈만 쳐다볼 뿐 어느 누구하나 공양주 보살에게 말을 할려는 스님이 없었다.
첫댓글 요즘은 그런 공양주 보살 만나는 스님들, 행운입니다. 큰 스승이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