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해군군악대는 지난 2009년 5월15일(금) 19;30~21;00 시간 KBS홀에서 충무공 탄신 제464주년/ 손원일 제독 탄신 제100주년 기념 연주회를 가진바 있다. 매년 모군(母軍)에 대한 무한한 향수를 느끼면서 우리해군 군악대의 빼어난 관악기만의 연주회에 참석하여 애틋한 정을 달래 왔다. 올해에는 마침 5월 중순으로 손녀의 생일과 겹쳐 초등학교 2년짜리 손녀와 유치원생 손자 녀석들을 대리고 소생내외랑 넷이서 함께 감상하는 행운을 잡았다. 낮부터 보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도 아랑곳 않고 많은 청중들이 모여 전 좌석을 꽉 매웠다. 그러니까 훌륭한 연주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된 것이다. 시작 전 약15분간 해군홍보용 영상물이 상영된다.
이어서 정시에 사회를 맡은 이익선 아나운서의 연주곡 소개로 첫곡, 존 윌리암스(John Williams) 작곡,「자유의 팡파레(Liberty Fanfare)」가 연주되기 시작한다. 고대 로마제국, 원형경기장에서 전차 탄 기사들의 혈투시작을 알리는 로마 경비병 나팔수들의 팡파레 합주를 능가하는 12명의 트럼펫트(Trumpet) 연주자들의 웅장하고 경쾌한 취주가 장내를 압도한다.
다음, 갑옷과 투구로 완전무장한 이 충무공(군악대 성악병이 분장)께서 박상중 작곡「한산섬 달 밝은 밤에」를 노래하고, 이어서 해군장병들의 공모 가사:
‘거친 바다에 조국의 길 내셨네. 망망대해에 민족의 길 내셨네. 해군창설의 주역, 손원일 제독. 장보고의 후예, 손원일 제독. 바다에 미래가 있다는 굳은 신념으로 오대양에 대한해군의 길 영원히 여셨네. 아! 우리는 자랑스러운 손원일의 아들, 명예로운 신사, 해군. 바다의 대장부!’
에 해군 군악대 출신 김정길 서울대 명예교수 작곡,「손원일의 노래」를 해군중창 단원들의 우렁찬 합창으로 선보인다.
*.水鄕 孫元一 提督(해군 창설자) 탄신 100주년 기념, 어록비 제막('09.4.28/ 해군사관학교/ 오른쪽 한
복 입어신 분이 미망인, 홍은혜 여사님, 바로 옆에 장남, 손명원 씨 )
다음,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주페(F. V. Suppe) 작,「경기병 서곡(Light Cavalry Overture)」을 아주 경쾌하면서 위풍당당하게 연주 한다. 이어지는 두 곡은 누구나 익혀 아는 오페라 아리아와 왈츠곡이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G. Puccini 작곡, 오페라 투란도트 중, 칼라프 왕자의 투란도트 공주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는 테너 김영환, 그리고「입맞춤(Il Bacio; L. Arditi 작곡, 첫사랑의 설레임과 기쁨을 잘 표현한 이태리 가곡)」은 소프라노 박정원 교수가 각각 열창한다.
다음 요즘 널리 유행되고 있는「나를 일으키시네(You raise me up; 노르웨이 출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Rolf Lovland 편곡, 지치고 힘든 세상에 당신이 있어 힘이 솟는다)」를 김영환과 박정원 교수가 두엣(Duet)으로 멋지게 불러 많은 청중들이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한다. 다음, 요한 스트라우스(J. Strauss) 작곡의「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ch; 경쾌하고도 흥겨운 오스트리아 라데츠키 장군의 개선 축하곡)」.
이어지는 해군군악대의「타악기 퍼포먼스(Navy Band's Percussion Performances)」는 대북 4개, 소북 8개 등 12명의 고수들이 무대 위를 오가면서 대북의 굵고 낮은 소리와 소북의 가늘고 높은 음을 기막히게 조화시켜 능수능란하게 제 북과 남의 것을 두들기는 기량이 과히 도사들의 경지다.
다음, 프랭크 와일드혼(F. K. Wildhorn)이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의 삽입곡으로 작곡한「언젠가 꿈속에서(Once Upon a Dream)」를 성악병들의 안무를 곁들여 군악대 여군싱어 강헤민 하사가 노래한다. 다음, 엑설(E. O. Excell) 작곡,「놀라운 은혜(Amazing Grace)」를 10명의 해군군악병들(Tenor+Bass)이 무반주 남성 이중창으로 우렁차고 힘 있게 노래하는데, 중간쯤에 2명의 트럼펫, 1명의 트럼본 및 수자폰(2-Trumpets, 1-Trombone & 1-Sousaphone) 연주자가 가세하고, 마지막쯤에 악기주자 수가 각각 5, 5, 1명으로 증가하면서 소프라노 음역을 강혜민 하사가 맡아 혼성 3중창의 멋진 화음으로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다음, 해군 군악병 출신, 최완규가 1970~80년대 한국의 히트대중가요, 이를테면, 1.마지막 콘서트, 2.나도야 간다, 3.오늘 같은 밤, 4.옛 시인의 노래, 5.내게도 사랑이 등 5곡을 관악곡으로 편곡하여 해군에 기증하였는바,「Korea Collection Ⅴ」로 이름 하여 메들리(Medley)로 연주한다. 혼신을 다한 봉고연주가 돋보였으며, 중년이상의 청중들에게 지난날의 짙은 향수에 젖게 했다.
다음은 해군군악대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 관악기만의 화음으로 절정을 이루었던 A. Dvorak 작곡,「신세계로 부터(From the New World) 4악장」.과히 이번 연주회의 꽃이다. 장엄하고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관악기만의 진수를 굴고 가냘프며 섬세한 화음으로 만장한 청중을 사로잡았다. 연주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브라보 해군군악대! 라고 외처 댔다.
마지막은 손원일 제독님의 미망인, 홍은혜 여사(당일 Royal석에 임석)께서 손수 작곡하시어 해군에 헌정하신 1.바다로 가자! 2.해방행진곡, 3.희망봉 등 3곡이었다. 홍 여사님 해군사랑의 넓고 깊은 마음씨가 그대로 담겨, 언제 들어도 힘이 불끈 솟는 가사와 곡조들이다.
이로서 계획된 연주는 다 끝났다. 그러나, 청중들이 그냥 자리를 떠날 생각을 않고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만 보내고 있다. 일부 청중은 재청(Encore)을 외친다. 결국 청중들의 열화와 같은 재청을 못 이기고 퇴장했던 지휘자가 다시 퍼디엄(Podium; 지휘대)에 등단하고, 첫 번째 재청 곡,「날봐 기순!」이 연주 된다. 그런데 이 한 곡으로는 어림없다는 듯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시 난리들이다. 두 번째 곡,「노 바디(No Body)」도 멋있게 연주된다. 그러나 이것 가지고는 성이 안찬다는 청중들, 세 번째 곡,「손에 손 잡고(Hands in hands)」가 88올림픽의 감동을 진하게 안겨주자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한다. 이때에도 해군성악병들의 코믹하고도 신나는 율동이 여러 가지 형태로 계속되고 있었고.
참으로 즐겁고 유쾌하게 100분이 후딱 지나갔다. 너무나 좋아하는 손녀, 손자 녀석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이 될 것이고, 소생내외도 오랜만에 친정집에 와서 편히 쉬고 가는 기분에 젖어서 해군 가족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는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찌 소생 가족뿐이랴. 함께 하였던 모든 분들이 같은 기분이었으리라.
이와 같이 전 국민들에게 충무공, 이순신제독님의 일편단심 위국헌신(爲國獻身)의 높으신 뜻과 손원일 제독님께서 보이신 불굴의 창군정신(創軍精神)을 널리 알리고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 해군 당국에 깊이 감사하고 싶다. 또한 이 행사를 위하여 열심히 준비한 지휘자 박준형 소령님 이하 여성 2명을 포함한 82명의 군악대원들과 10여명의 성악병들 여러분께 그간의 수고에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큰 위로와 엄청난 성과에 대하여 무한한 박수갈채를 보낸다.
특히 대한민국 해군군악대 지휘자, 박준형 소령님은 장차 마이스트로(Maestro; 지휘, 음악분야 대가의 경칭)를 향한 탄탄대로에 들어섰다 해도 지나치지 않게 탁월한 지휘역량을 보였다. 참으로 훌륭한 지휘자와 함께 연주하는 해군군악대원 여러분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해군 만세, 그리고 브라보 해군군악대!
이상은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 Home page에 소생이 기고한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