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신부가 고른 다석의 명언 4가지 중에 “사람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 그 앞에 절을 할 분은 하나님뿐이다. 종교는 사람 숭배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예수를 하나님과 같은 자리에 올려놓은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얘기했던 데요. 가톨릭이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숭배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보는지요?
“기원후 430년, 제3차 에베소 공의회에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교리를 만든 게 시초입니다. 지중해 사람들,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머니에 대한 공경심이 지극해요. 그것이 예수의 어머니에 대한 공경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요. 어머니가 노년기에 접어들게 되면 어머니는 한 집안의 왕초입니다. ‘맘마미아!’ 내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있죠. 가톨릭과 정교회는 예수님을 공경한다고 하지만 예수님은 두려운 면이 있지만, 성모님은 다 사랑하고 공경하지요. 예수 이외에는 별 볼 일 없다는, 예수 중심의 신심(信心)을 강조하는 교회가 개신교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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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석은 ‘어머니를 우리가 공경하듯이 성모님을 공경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죠. 다석 말씀에 따르면 한국 아버지는 아들이나 딸이 ‘학교 가는 길에 무언가를 사야 한다’고 말하면 꽥하고 소리를 지르지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가서 돈을 얻어다 준다는 것이에요. 다석의 경험이에요. 어머니가 간청을 전해준다는 것이죠. 그걸 가톨릭에서는 전구(轉求)라고 합니다. 간청을 아버지 하느님께 전해준다. 우리 일상에서도 아버지를 대하기는 거북하니까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는 거지요. 그런 인간의 심정이 가톨릭과 정교회의 성모 마리아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며, 비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석이 정통 기독교인이라면 이런 말을 죽어도 안 하겠지요. 다석은 자신이 자라난 집안 환경을 생각할 적에 ‘아버지에게 바로 말했다간 혼이 날 수 있으니 어머니에게 말하는 것이 낫더라. 어머니에게 기도하는 것이 나는 이해가 된다’고 한 거죠. 다석이 서양 개신교를 뛰어 넘은 겁니다.”
-다석어록 중 ‘사람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다석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가요?
“그렇지요. 너무 높이는 것도 안 되죠. 다석 영감도 평생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세수와 맨손체조 하고 난 뒤 4시부터는 명상에 들어가서 아침 점심 굶고 저녁 드실 때까지 명상을 하셨잖아요. 생각이 딱 떠오르면 시조 한 수를 짓고, 어떤 때에는 생각이 정리 안 되면 날짜만 적었어요. 생각이 용솟음치면 하루에 시조 7수까지 지은 적도 있습니다.
보통은 하루에 시조 1수 또는 한시 1수였죠. 제자들이 말하기를 ‘선생님은 암탉 같아요. 하루에 시를 한 수씩 낳아요’라고 했습니다. 동서고전이나 어떤 사건을 읽고 우리가 무엇을 깨우쳐야 하는지 골똘히 생각해서 탁 트이면 시 한 수가 나오는 것입니다. 참 대단한 어른입니다. 평생 그렇게 사셨거든요. 목사들이 광화문에 모여서 데모하고, 주일마다 목청 돋우어서 설교하고, 굉장히 많은 말을 쏟아 내는데, 언제 명상할 시간이 있겠어요. 다석 닮은 분을 우리 시중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