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매일신문 2026년 5월 15일 금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부의
조성국
지나가는 말투로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더니
진짜로 나를
불러들여 약속을 지켰다
흰 비닐 상보 깔고
일회용 접시에다 마른안주와
돼지고기 수육과 새우젓과 코다리찜과 홍어와
게맛살 낀 산적과 새 김치 도라지무침을 내오고
막 덥힌 육개장에 공깃밥 말아 먹이며
반주 한잔도 곁들어 주었다
약소하게나마 밥값은 내가 냈다
♦ ㅡㅡㅡㅡㅡ 예부터 먹으면서 정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밥 한번 같이 먹자’가 요긴한 인사말이 되었다.
딱히 마주해야할 용건이 없을 때, 서로의 친밀감을 확인시켜주는 말로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뜻을 내포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富)를 지닌 자였는지 지나가는 말투로 밥 한번 같이 먹자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의를 보내왔다.
망자와 마주앉은 식탁에는 마른안주, 돼지고기 수육, 새우젓, 코다리찜, 홍어, 게맛살 낀 산적, 새 김치
도라지무침 그리고 막 덥힌 육개장에 공깃밥이었다.
해학적이지만 ‘약소하게나마 밥값은 내가 냈다’는 마지막 구절에서 시인은 ‘부(富)’의 의미를 재물이 많
고 적음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마음의 넉넉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밥 한번 같이 먹자’는 인사를 건성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비의로 두고...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
http://www.s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593910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 부의 / 조성국 - 서울매일
지나가는 말투로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더니진짜로 나를불러들여 약속을 지켰다흰 비닐 상보 깔고일회용 접시에다 마른안주와돼지고기 수육과 새우젓과 코다리찜과 홍어와게맛살 낀 산적과
www.smaeil.com
첫댓글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요즘사람들이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유머스런 것 같지만 뭉클합니다.
첫댓글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요즘사람들이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머스런 것 같지만 뭉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