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정신이 외출 나가 빚어진 결과라 생각하니 화가 난다.
회사 일을 마치고 곧장 병원에 다녀 올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7일째 병원을 들락거려 오늘은 실밥을 빼주겠지 하는 내 기대를 저버리고 의사는 다음 주 월요일에 빼주겠단다.
이제 나이가 들어 회복이 늦어지는구나 싶어 씁쓸했다.
30여년 전엔 이번 보다 훨씬 큰 수술(요로결석 수술)을 했어도 1주일이 채 안 돼 퇴원하고, 축구경기까지 뛰었는데 말이다.
내 기분을 알 리 없는 의사는 물리치료도 빼 먹지 말고 받고 가란다. 그 분 말씀에 따라 오른 팔에 핫팩 찜질, 전기자극, 적외선 투사를 받으면서 한숨 푹 자고 났더니 한결 기분이 풀려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양복 저고리를 벗는데 뭔가 허전하다.
핸펀이 없다. 정신까지 풀려버린 것이다.
전화를 걸어 보니 병원에 얌전히 챙겨 놓았단다.
다시 차를 끌고 가기 싫어 택시를 기다리는데 바람이 차다.
또 빈차는 왜 그렇게 안 오는지. 핸펀을 찾아 올 때도 마찬가지고.
그 때문에 내 몸을 떠났다고 생각했던 감기란 녀석이 다시 찾아든 것 같다.
지난 월요일에 찾아 온 그 밉살맞은 녀석은 한 사흘 함께 지냈으면 떠날만도 한데 무슨 미련이 남았는 지 원.
골치는 패도 핸펀이 없다는 사실을 그나마라도 빨리 알아냈으니 건망증이 아직 중증은 아닌 듯싶어 기분은 괜찮다.
우리 집 욕실에 문제가 있어 점심때쯤 수리공과 함께 잠시 집에 들렀는데 우리 황기운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는 29일 모임에 꼭 좀 참석해달라는 당부였다. 그렇지 않아도 몸상태도 좋지 않은데다, 그 날이 길일인지 결혼 청첩장을 네통이나 받아 놓고 시간계획을 어떻게 짜야하나, 가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심중인 참이었다.
황기운회장의 전화에도 확답을 주지 않고 망설이다가 욕실 수리에 욕을 본 젊은이와 점심을 들면서 동묘역에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남양주 진접읍에 살면서 수원까지 출퇴근하며 저렇게 열심히 사는 젊은이도 있는데, 내가 너무 게으름을 피는구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다.
첫댓글 솔제니친의 하루가 아니고 철부지 승시기의 하루가 잘 드러나 있군요. 승시기는 컬럼이나 승시기의 일기를 연재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이랍니다. 어려운 시간 쪼개어 꼭 참석하기로 큰 맘 굳힌 오늘 행사가 4월 20일로 미루어져 버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