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밥
조성국
어머니 나 밥 먹이며
애써 가르치신 것 한 가지
마당 가운데 널어놓은 멍석에 곡식들 말려놓고,
우르르 몰려오는 햇봄의 갓 깨어난 연노랑 병아리를
쫓는 것도 쫓는 것이지만, 그 병아리 놓치지 않고 쏜살같
이 급하강해서 한순간 낚아채 가는 솔개 쫓으라고, 나어
린 손아귀에 작대기를 쥐여주곤 했다 세상에는 공밥 없
다고, 어지간히도 언질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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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국 시집"슬그머니"[실천문학사]에서
우리들 삶의 문화에서 솔개가 햇병아리를 채어가는 시절이 언제였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집에서 닭을 키우며 그 닭들이 알을 품어 병아리를 치던 것도 보기 힘들어진 모습들이다 조성국 시인의 공밥에서는 솔개가 하늘위에서 빙빙 돌고 마당 멍석에 널어놓은 곡식을 병아리가 먹는 것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 보다 그 병아리를 지키기 위해 몸보다 더 큰 작대기를 손에 쥐어주신 어머니의 언질이 아직도 그리움으로 몰려 온다는 것이다 그 만큼 우리 삶의 문화 속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일상의 여건이였음을 엿볼 수 있다 이제는 그런 솔개도 마음 속의 그리움의 점자처럼 쓰여져 있을 뿐이다 자연적 삶의 문화가 아닌 공장 부품처럼 포장되어 나오는 생활 문화가 우리들 삶의 마음까지 바꾸어 놓고 있어 과거의 기록이 이렇게 애뜻함으로 다가서는 것이 애처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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