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술에 취했는가, 깨어났는가?
신숙주 (1417~1475) 조선 전기 문신, 학자
絶壁龍蟠棲古亭 절벽용반서고정 끊을절, 벼랑벽, 용용, 빙감아돌반, 살서, 옛고, 정자정
長橋虹臥度幽汀 장교홍와도유정 긴장, 다리교, 무지개홍, 누울와, 법도도, 그윽할유, 물가정
看來橋上亭中客 간래교상정중객 볼간, 부를래, 다리교, 위상, 정자정, 가운데중, 손님객
棋局蹇驢問醉醒 기국건려문취성 바둑기, 판국, 절건, 가라말려, 물을문, 취할취, 깰성
절벽을 휘감은 용 옛 정자에 깃들어 살고
긴 다리 무지개처럼 누워 강가의 그윽함이 더하네
다리 위를 보고 소리쳐 부르는 정자 안의 손님아
바둑이 절름발이 나귀 꼴로 망했구려.
묻노니, 내가 술이 취했는가? 깨어났는가?
Shin, Suk-ju (1417~1475) a civil Minister and scholar
The dragon coiling the cliff has been living long in the old pavilion.
The long bridge lies like a rainbow,
so the mood of the riverside is very tasteful.
Hey, you, visitor in the pavilion shouting and looking down the bridge,
Baduk has turned into the shape of a lame donkey,
Ask, do I look drunk or sober ?
(비교시 1)
절벽 위에는 용이 서린 듯 옛 정자가 우뚝 서있고
강물 위에는 긴 다리가 무지개처럼 누워있다.
정자 가운데서 바둑 두는 손님아 !
절룩거리는 나귀타고 다리 위를 지나가는 손님아 !
묻노라, 그대들은 지금 취했는가? 깨어있는가?
(비교시 2)
절벽 위 낡은 정자 용이 서린 듯
긴 다리, 깊은 강을 건너 무지개로 누워있네
다리 건너는 사람과 정자안의 손님을 보다보니
바둑형세가 절름발이 나귀 꼴이라
묻노라, 취했는가? 멀쩡한가?
(비교시 3)
절벽 옛 정자는 용이 서린 듯
물가 긴 다리 무지개처럼 누웠네
다리 건너오며 정자 안의 손을 보노니
기국이 건려로세 술이 취했나? 묻네
한시의 번역이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시다.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의 여러 시를 감상해보고 나라면 어떤 뜻으로 해석을 해보고 싶은지,
어떤 낱말이 좀 더 운율적인지 원문 한시에 충실한지, 의역을 했는지, 대충 넘어갔는지
이런 여러 가지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때
우리 문학 근원이 더욱 충실해지고, 그 바탕위에 한국적 전통 문학이 바로 설 것이며,
그것을 세계인에게 제대로 알려야 비로소 한국문학에 대한 인식이 생성되고,
그 이후에야 노벨문학상도 탄생할 것이다.
선조들의 한시는 우리의 정신적 문화유산이다.
한 때 시는 수천 년에 걸쳐 최고의 문화상품이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시는 죽었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문화는 척박해졌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글들은 공해처럼 악취를 풍긴다.
몇 년 전 우연히 인사동 모임에서 모 시인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시를 제외한 모든 문학이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다.
시는 너무 찌질해서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래서 시인은 21세기 마지막 낭만파 문학가라 자부해도 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시
그것도 한시
소재도 바둑이라니.
이정도면 흔들고 피박에 쓰리고를 맞은 것처럼 황망하다.
누군가의 비웃음이 우박처럼 쏟아진다.
이 사람아, 정신 차려, 제발 돈 되는 짓을 하게.
그런가, 정말 그런가.
한시와 우리말시, 영시라니, 그런 골 아픈 짓거리를 뭐 할러 하는 가 말이야.
그런가, 정말 그런가.
이봐, 쓸데없이 고생하지 말고 때려치우고 돈이나 벌게.
그런가, 정말 그런가.
세상 모든 일이 다 돈과 결부되어야만 하나.
좀 순수해지면 안 되나, 손해 좀 보면 안 되나.
어쨌거나, 바보 같은 짓거리지, 지당한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지구상에 나 같은 놈, 한 명쯤 있어도 괜찮지 않나.
그래도 누군가 한 명은 좋아할 사람은 있지 않을까.
이보게, 정신 차리게,
세상은 순진한 사람 등쳐먹는 일이 다반사네.
독한 놈만이 살아남는 게 세상살이야.
독한 놈은 더 독한 놈에게 잡아먹히고
가장 독한 놈이 지배하는 게 세상이치라네.
그런가, 정말 그런가.
가장 독한 놈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잡혀 먹히겠지.
그러면 세상이 덜 독해지지 않겠나.
이왕이면 가장 순수한 놈에게라면 좋겠네.
첫댓글 그런고로 오늘도 우리는 먹을갈고,난을치고, 돈안되는 바보짓을 계속함세
세상이 덜 독해질는지
그런고로 오늘도 우리는 먹을갈고, 난을치고, 돈안되는 바보짓을 계속함세
세상이 조금이라도 아니 우리들만이라도 덜독해질런지?
돈되는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통하는 좋은 친구들과 마음의 평화를 얻을수 있기에 놓을수가 없나 봅니다.
한편의 시나 어떤 사물도 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느낌이나 해석이 달라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