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산 휴양림 뒷산줄기 산행
비가 올것이라는 일기예보에도 나선 길이다. 오랜만의 만남이니 비가 대수이겠는가.
백중날에 만남이니 더욱 뜻깊다. 백중은 백가지 종류의 곡식이나 과일이 여무는 철이라 백종이라 했다는 데 일꾼들이 바빴던 허리 좀 피고 쉴 때요, 중원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도교에서 선관이 내려와 인간의 선악을 심사하는 날이라는 데 상원이 음력 정월 보름인데 반해 하원은 1`0월 보름이란다. 절집에서는 무더위 속의 하안거가 끝나고 우란분재를 올리는 날이기도 하다. 목련존자가 아귀에 시달리는 속가의 어머니 모습에 출가한 아들이 차마 못잊어 죄를 사하게 빌었다는 사모정을 일깨워주는 날이기도 하다.
느티나무로 유명해서 이름을 얻은 괴목리를 지나니 거믄들녘(한자로 黑石里,琴坪 :흑석리, 금평)으로 들어선다. 근처에 유씨 집성촌 이야기를 하는 성지기, 유씨가 묘금도 유(劉)씨인가 했더니 아니란다. 신라 김유신 유(庾)자와 같다는 데 찾아보니 노적가리 유( 庾 )자다. 희귀한 성씨다. 지명에 부쩍 관심을 가진 성지기의 학구열이 대단하다.
이야기 나누다보니 어느 덧 차는 장태산 입구에 들어선다. 미적거리기만하던 빗방울이 한 두 방울 씩 차창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는 메타세콰이어 숲길로 들어서서 느릿느릿 올라간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걸어간다.
덥지않아 좋다는 둥, 풀숲에서 나는 숲내음을 들이쉬면서, 휴양림 조성하느라 한 평생을 바치면서 애써 가꾼 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는데, 그러나 결과는 씁쓸한 데서 인간사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한 개인이 평생 흘려 가꾼 땀의 결실이 애초의 바람과는 달리 우여곡절을 거쳐 이제는 대전시민의 휴식처라도 되었으니 아주 헛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휴양림 생태관에 들려 돌아본다. 자그마한 곳이지만 제법 쏠쏠하다.
솟대도 있고, 메타세콰이어 이야기며, 휴양림 역사도 읽어본다. 곤충채집 상자도 들여다 본다. 벽 한쪽에는 시 두 편이 소박한 글씨로 걸려 있다. 노산 선생 것과 이해인 시인의 작품이다. 한 바퀴 둘러 보고는 산길로 들어선다.
비는 오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엉거주춤 우산을 받고는 널따란 산책길을 오른다. 한 쪽 곁에는 맥문동이며 비비추도 있고, 저쪽에는 하얀 옥잠화가 한참 피어서 은은히 향기를 내고 있다. 밤이면 더 한 내음을 뿜을 텐데. 넷이서 이렇게 걸어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한 여름 무더위를 피한다고 7월 한 달은 쉬고서 나선 길, 몸풀기 예행 답사 모임이 되었다.
지명에도 부쩍 관심을 갖고 있는 성지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근처에 있는 도자기 유적지(구완동 가마터 등)와 태토와의 관계도 생각해본다. 그래서 그런지 발에 밟히는 흙이 마사토같기도 하고 태토와 비스므레해보이기도 한다. 이윽고 전망대에 올라선다. 앞에는 전파송신중계탑이 버티고 있어 모양은 별로지만 사방에서 잘 보이는 곳에 있으니 지형과 위치 식별하기에는 랜드마크처럼 유용하기는 하다.
중국집 식당 이름같은 장태루 옆 벤치에 앉아 준비해온 간식으로 휴식 겸해서 배낭 무게를 줄인다.
뱃속으로의 위치 이동에 불과하지만, 정겨웁기만한 시간이다. 마침 마음씨 착해보이는 부부 한 쌍이 단체사진을 찍어준다는 호의에 사진도 찍어본다.
올라왔던 물통골 쪽으로는 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안평산의 위치를 찾아보는 성지기와 이에 답하는 산지기가 주변 산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탁소리가 들리는 것이 이 언저리에 암자라도 있는 성 싶다.
알량하게 내리던 비는 멈춰서 우산을 접고 계단을 내려간다. 시설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보인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 팔마정 근처에 오니 출렁다리가 보인다. 구름다리 아래로 난 길로는 골짜기 안으로 들랑거리는 차들로 제법 붐비다. 팔마정에 다다르니 머뭇거리던 비가 제법 쏟아지기 시작한다. 여덟 마리 말이 물을 먹는 지형에서 유래한다고 적어놓은 팔마정 안내판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듯 사뭇 바래있다.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신다는 지형 이른바 갈마음수(渴馬飮水 )지형에 아래로는 저수지의 푸른 물이 펼쳐져 있으니 정자 이름에 걸맞는 것 같아보인다.
대충 둘러보고는 우산을 바쳐들고 가는데 산지기만 우산 아닌 방풍복 차림으로 차턱 길까지 걷는다.
비 맞으면서 걷는 기분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인데다 더웁지 않으니 더더욱 좋다.
뱃속이 출출해지기 시작한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주차해 놓은 차를 가지러 간 사이에 우리는 버스 주차장에서 비를 피한다.
건너편 비석을 찾아내 읽는 성지기, 그렇지 오래된 비석을 보면 얻는 것이 많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지명 유래에도 도움이 되는 자료를 얻을 수 있으니까.
진도개 짖는 소리가 잦아들고 조용해지자 돌아나온 승용차에 몸을 싣고 식당을 찾아 간다. 가는 길에 용바위며 용태울 지명이 눈에 띄이니 잠시 차를세워 확인해본다. 주변에는 흑석리 산성도 있는 데. 그 앞으로는 위왕산이 있고 구봉산 줄기 아래로는 갑천 상류가 휘돌아 가고 있다. 천혜의 요험지 안에 옛 산성이 자리하고 있는데 답사 다녀온 지도 벌써 오래다.
예약한 정림동 식당을 찾아 들어서니 한 시 반이 다 되었다. 늦은 점심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차려진 밥상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한 가지 음식만 하는 집이라서인지 메뉴판도 없고 단촐하다. 식사 때가 지난지라 오붓하게 음식을 즐긴다. 술팔지 안는 식당으로도 알려진 집이라 술 한 잔이 아쉽기는 하지만 호젓하다. 맛집 알아내는 데는 산지기를 당할 수가 없다. 골목길까지 모르는 곳이 없는 지리박사에 미식전문가이니 살아있는 내비게이션이요 우리 모임에 보배다. 맛난 점심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다음 만남을 기다린다.
기다려지는 다음 만남에 아쉬운 헤어짐이다.
산다는 것이 만남과 헤어짐의 이중주인가.
(2017.09.06)

메타세퀘이아 : 아메리칸 인디언의 말에서 나온 것 (후+ 추장이름 )

<이제는 아름드리로 커버린 메타세퀘이아 길옆에 보랏빛 맥문동 꽃이 피어있다>

<휴양림 생태관 입구에 서있는 솟대들>

<오늘의 휴양림이 있기까지 한 개인의 피눈물어린 사연이 숨겨있는 듯해서 애틋하기만 하다.>

<시도 읽어본다. 노산 선생의 시도 그 옆에 함께 있다.>




< 산책길로 나선다.>

<비비추는 지고 옥잠화가 탐스럽게 피어있다. 밤에 나는 향기는 곤혹적이기도 하다. >

<쉬엄쉬엄 올라가면 만나는 이정표들>

<한 그루인줄 알았더니 두 그루 참나무: 신갈나무와 굴참나무다 : 사이좋게인지 경쟁관계인지>

<장태산의 장태루: 전망대이다>



<전망대 아래의 형제산>

<내려다 보이는 저수지 : 산과 물이다>


<팔마정과 호수 그리로 이어지는 출렁다리, 구름다리를 지나간다>

<팔마정에서>


<늦은 점심 상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