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8. 비인과적 연기 : 우연의 인연(10)
실로 ‘비인과적 연기 : 우연의 인연’은 우리가 인생을 행복하게 영위하기 위해 필시 체득해야 할 가장 포괄적이고도 핵심적인 주제라 하겠습니다. 우리의 체득은 우연으로 보이는 필연의 연기현상을 깨닫는 것이며, 이 현상은 얼핏 우연으로 보이기에 인과적 연기라 하지 않고 비인과적 연기라 불릴 뿐입니다. 우주(존재)-인생(인식)-생활(실천)의 일체를 통관(通觀)하는 주제들 중 가장 인문적인 주제입니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1919) 제5장에서 우연이란 없으며 자신의 욕구와 필연성이 우연을 가져 온 것이라 한 것처럼, 우리는 우연을 자신의 인과의 발현이라 보아야 하며, 따라서 우리의 행복은 본심에 바탕한 삼업청정[三密]이라고 인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붓다께서도 「앙굿따라니까야」 중 「빚 없음 경」에서 말씀하신 바입니다. 우연으로 보이는 필연의 인과를 닦는 군자보살로 살 것입니다.
[보충]
* 일체를 통관하는 주제들로는 ‘부분과 전체(하이젠베르크)’, ‘과정과 실재(화이트헤드)’, ‘의미와 무의미(퐁티)’, ‘우연과 필연(모노)’ 등이 있습니다.
* 스피노자는 「에티카」(1677)에서(제4부 정리11-13), 키에르케고르는 「반복」(1843)에서(인생의 대부분은 우연에 의존함),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에서(우연에서 여러 목적이 생겨남, 제1부 제16장),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1968)에서(영원회귀 주체의 우연성) 깊이 우연에 주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