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67화
아내 자랑 싱겁도다
(良妻無常)
옛날 봄놀이 하던 여러
선비가 산사(山寺)에
모였는데,
.
우연히 아내 자랑을
늘어 놓게 되었다.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한 노승이
한참 만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러 높으신
선비님들은 말씀들을
거두시고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소승은 옛날에는 한다
하는 한량이었소.
처가 죽은 후 재취
하였더니 어뗳게 고운지
차마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다정하게
지내게 되엇지요.
그런데 마침 외놈들이
쳐들어와 재물을
노략질하는 데 소승이
사랑하는 아내에 빠져
싸우지 못하고 아내와
도망쳤다가 끝내
외놈에게 붙잡혔소..
외놈 장수가 아내의
아름다움을 보자
소승을 장막 밑에
붙잡아 묶어놓고 아내를
이끌고 장막 안으로
들어가
자는 데 깃대와 북이 자주
접하여 운우(雲雨)가
여러번 무르익어
아내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아내가 외놈
장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겠소.
"남편이 곁에 있어
편안치않으니
죽여 없애는 것이
어떻소?“
"네 말이 옳다.
좋다. 좋아."
그 순간 소승이
그 음란함에 분통이
터져 있는 힘을
다해서 팔을 펴
묶은 오라를 끊고
장막 안으로 뛰어들어
청룡도를 찾아 남녀를
베어버리고
몸을 피해 도망한
후 머리를 깎고는
지금까지 구차하게
생명을 보존하고
있소이다.
그러니 선비님들
아내 자랑을 어찌 믿을
수 있겠소?"
이 말을 들은
선비들은 묵연히
술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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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예쁜 사람들의 모임 1 원문보기 글쓴이: 파노라마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