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지난 3월 가동을 중단했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봉인 조치한데 이어 내년 초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대차 러시아 법인은 20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근로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내년 1월 23일부터 2월 17일까지 근 한달간 정리해고 절차를 시작한다"고 통고했다. 구조조정 절차를 보면, 퇴직 조건을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논의하는 '한국식 명예퇴직'을 우선 추진하고, 퇴직자 규모가 목표에 미달할 경우, 나머지 일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강제 퇴직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강제 퇴직 명령은 러시아 노동법에 따라 진행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현대차 공장 근로자들의 해고 절차가 내년 2월에 끝난다/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현대차 측은 "3월부터 글로벌 물류 공급망 차질로 인한 자동차 부품 부족과 반도체 및 기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시장 접근 제한으로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지속적인 생산 중단으로 러시아 현지 인력을 최적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가 끝나면 자동차 생산을 완전히 복원할 것"이라며 근로자들에게 후일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기동을 시작한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간 생산규모가 20만대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포스트 코로나'의 흐름을 타고 지난해 러시아에서 총 37만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권역 본부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모습/사진출처:현대차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러-우크라 전쟁에 따른 부품 수급난으로 지난 3월 자동차 생산을 중단했다. 공장 근로자 2,537명 중 2,206명이 (유급) 휴직 상태에 들어갔다는 게 현지 매체 보도다.
러시아에 진출한 해외 유명 브랜드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러시아 사업을 철수한 상태다. 독일의 BMW,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프랑스의 르노, 일본의 도요타, 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매각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