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역에서 평촌마라톤 희종형님과 송암, 경희를 만났다. 경희는 감기에 걸려 아예 뛰지 않겠다고 한다. 굳이 올 필요도 없는데 주말이 무료할 것 같아 나들이 삼아 왔다고 한다. 환복하고 맨살이 드러나자 닭살이 돋았다. 송암이 준비한 비닐을 적당하게 구멍을 뚫어 몸에 걸쳤다. 별 것 아니지만 보온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운동장을 여러 바퀴 달리며 워밍업을 하지만 여전히 몸이 풀리지는 않는 느낌이다. 주중에 달리기 연습은 전무한 상태라 오늘은 어떤 기록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8km 지점에 급한 고개가 있고, 14km 넘어서면 완만한 경사가 하프반환점 내장산 우화정까지 이어진다. 4시간 내 완주를 목표로 정했다. 출발하고 10km까지는 5분 40초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했다. 8km 지점 고개를 만났을 때도 속도를 줄이지 않으려고 했다. 출발하기 전에 화장실을 두 번이나 갔다 왔음에도 소변이 나오려고 한다. 추운 데다 커피 카페인의 효과가 더해지면서 이뇨작용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농로가 있는 곳 숲 쪽으로 가서 방뇨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속도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완만한 경사가 지속되면서 쉽지 않았다. 뒤쪽에서는 4시간 페이스메이커 그룹이 군인들 단체 구보하듯 압박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반환점 3km를 남기고 4시간 페메에게 추월당하고 5분 45초 페이스를 겨우 유지하면서 반환점을 터치했다. 함께 뛰었던 송암은 벌써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거의 뒤따라 잡은 듯했다. 하프지점에는 1시간 58분 40초로 통과했다. 하프지점부터는 완만한 내리막이다. 5분 10~15초 페이스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200미터 전방에 있던 4시간 페메를 금세 추월했고, 주자 여럿을 앞서 갈 수 있었다. 35km 지점 언덕만 제대로 넘으면 4시간 완주는 충분한 상황이 되었다. 숱한 주자들이 언덕에서 걸었지만 일본의 유명 마라토너의 책 제목처럼 최소한 걷지는 않았다. 6분 17초로 언덕을 넘고 내리막에서는 5분 6초로 보상을 했으니 5분 40초 페이스는 유지한 셈이다. 30km 지점부터 항상 따라다니는 고통이 있지만 무뎌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가보다 하면서 무시해야 한다. 5분 40~50초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정읍운동장에 매끄럽게 골인했다. 3시간 54분 35초로 242회 풀코스를 마감한다. 송암은 3시간 53분 58초로 골인했으니 불과 100여미터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언덕에서 걷고나자 속도가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한다. 환복하고 정읍역 가는 길에 뒤풀이 하기로 했다. 순대국밥에 막걸리 두어 잔 비우자 배가 든든해진다. 희종형님이 기록은 송암이 이겼지만 운영은 내가 이겼다는 평가를 했다. 옛날식 다방에서 커피는 내가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