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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는 왜 그리 많은 검사를 받아야 하나?
암이 의심되어 병원에 가게 되면 상당히 많은 검사를 받게 된다. 의사들은 왜 그리 많은 검사를 하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 품어 볼만한 질문이다. 암 환자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을 확진하는 것이지만, 암이 얼마나 진행되었나 하는 병기 결정 (staging)도 중요하고, 환자의 다른 의학적 상태를 평가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를 다 얻어야 올바른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고, 예후의 추정도 가능해진다. 암의 확진은 원칙적으로 조직검사를 해서 병리학적으로 암이 맞는지, 어떤 종류의 암인지를 밝히게 된다. 같은 부위에 생긴 암이라도 그 종류에 따라 치료방법과 예후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가령 위에서 발생하는 암의 95%는 선암의 형태이며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암이 된다. 하지만 일부는 림프종 또는 기스트 (GIST)로 진단되는데, 이들 암의 치료는 소위 위암과는 크게 다르다. 조직검사는 여러 방법으로 시행된다. 가령 피부 종양의 경우 그 일부 또는 전부를 떼내면 되고, 위나 대장의 종양인 경우에는 내시경을 통해 조직을 얻게 된다. 폐암의 경우,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조직을 얻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피부를 통해 바늘을 찔러 조직을 얻게 된다. 간암의 경우는 특징적인 CT scan 또는 MRI 소견과 알파피토프로테인(AFP)이라는 종양표지자의 증가 등을 통해 조직검사 없이 진단하기도 한다.
암의 진행정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여러 검사가 필요하다. 암의 종류에 따라 암이 침범하거나 전이를 잘 하는 장기가 서로 다르고, 이에 따라 시행하는 검사의 종류도 달라지게 된다. 가령 폐암의 경우 폐의 종양이 주위로 얼마나 침범하였는지, 림프절, 간, 뼈, 뇌 등에 암이 전이되지는 않았는지 알기 위해 CT scan 또는 MRI 등을 이용하여 검사하게 된다. 근래에 종종 이용되는 PET scan의 경우, 어떠한 경우에는 CT scan 보다 더 민감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어떤 검사를 선택하거나 또는 같이 시행하거나 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으로 의사를 신뢰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검사가 끝나면 1기, 2기, 3기, 4기 하는 병기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지지만, 정확한 병기는 수술을 해야만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 환자의 의학적 상태 평가는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심장, 폐, 간, 신장 등의 기능은 적절히 평가되어야만 한다. 가령 심장이나 폐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경우 수술을 받기는 너무 위험할 수도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 병의 적절한 치료가 암치료 못지 않게 중요할 수도 있다. 진단은 병력 청취로부터 시작된다. 의사들은 처음 보는 환자에게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진단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의사들이 꼭 묻는 질문의 하나는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다. 대부분 증상은 서서히 시작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정확한 시점을 기억할 수가 없다. 그래도 ‘작년 가을부터’, ‘약 한달 전’, ‘2-3 주전’ 식으로 대답을 하게 되면 감별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많은 환자들이 ‘몰라요’, ‘꽤 되었어요’, ‘원래부터요’ 라는 식으로 대답하는데, 결국 질문을 재차 반복하게 된다. 요즘에는 적지 않은 환자들이 CT scan 등을 이미 찍어서 가져 오기 때문에, 속으로 ‘사진 보면 다 알텐데’ 라고 생각하는지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의 병력을 의사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은 진단과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병력청취를 하다 보면 답답해서 그런지 따라온 가족들이 대신 답을 하곤 한다. 이 역시 좋은 일이 아니다. 그 누구도 환자 본인보다 더 잘 알 수는 없고, 환자의 대답하는 목소리, 표정, 자세 등은 의사에게는 환자를 제대로 평가할 귀중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환자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 또는 평가는 최선의 치료를 위한 필수 조건이 된다.
필자 약력 - 방영주
서울대학교 내과 주임교수, 의생명연구원 원장 및 임상시험센터 소장직을 맡고 있다. 새로운 항암신약 개발의 국제적인 권위자. 여러 회사의 신약개발에 자문하고 있고, 많은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위암의 경우 여러 국제연구에서 연구 총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86년부터 서울대학교병원의 종양내과 교수로서 암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그간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소장,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학술위원,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 한국임상암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대한암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암에 관한 많은 연구를 해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3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30년 가까운 암환자 진료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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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합니다